꼬마와 고양이의 우정 그린 강풀의 첫 그림책 - 『안녕, 친구야』
이 책은 꼭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자는 것조차 무서워한 작은 소년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고양이와 아이, 둘만의-부모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할-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향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글ㆍ사진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2013.02.28
작게
크게
강풀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웹툰이 아닌 영화에서였다. 하지원, 차태현 주연의 <바보>라는 영화를 통해 순수하고 가슴시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서점에 들러 초기작부터 책을 전부 구매하게 되었다. 그 이후 강풀의 만화라면 믿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국민 만화가의 작품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특유의 따뜻함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어둡고 고단한 인생살이를 짚어내면서도 그의 시선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의 신간이 나오면 일단 신뢰하고 구매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아빠가 되어 태어날 첫아이를 위한 선물로 첫 그림책을 펴냈다. 인기 만화가가 유아책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아 책이 나오기 전부터 궁금함과 기대는 더해갔다. 애타게 기다렸던 책을 드디어 만나보니, 늘 봐왔던 만화처럼 그림은 편하고 익숙하다. 우리가 강풀이라는 작가에게 기대하는 독특한 화법과 스토리 전개 방식, 그리고 장면장면마다 세밀한 장치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책들보다 한단계 더 섬세하게 어린 독자들을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과 채색에 있어서도 강약을 조절하여 그린 점이 바로 그렇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안겨준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만화와 동일하지만, 좀더 친절한 아빠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고나 할까?


엄마와 떨어져 처음 혼자 자던 밤, 아이 앞에 길잃은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꼬마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양이의 집을 찾아주려 모험을 떠난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가는 길에 사나운 개, 고양이를 두려워하는 생쥐, 검은 고양이와 대화도 나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동물들도 해맑게 말을 거는 꼬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사실 친구들 역시 처음 보는 아이와 고양이가 두려웠을 뿐이었다. 그래서 마음의 빗장을 단단하게 잠근 것뿐.

결국 한참을 걸어갔지만 고양이는 집을 찾지 못하고 아이는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새로 내린 눈에 발자국은 지워지고 아이는 길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오는 길에 만났던 검은 고양이와 생쥐, 개가 모두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짧은 여행을 통해 한뼘 더 성장한다.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만 있다면 낯선 길을 가는 것도 결코 두렵지 않다. 엄마 아빠의 소중한 품을 떠나 처음으로 아이가 만날 세상은 꼭 아름답지만은 않다. 친구들과 싸울 때도 있을 것이고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도 금방 깨닫게 될 테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성취할 수 없어 마음이 바스러질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받고 넘어져도 툭툭 치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위한 열린마음을 지닌다면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다. 내 아이에게 실크처럼 보드라운 길만 걸을 수 있게 하기보다는 가시덤불로 뒤덮인 앞을 용감하게 지나갈 수 있는 단단한 덧신과 탄탄한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이 책은 꼭 1등을 해야 한다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자는 것조차 무서워한 작은 소년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고양이와 아이, 둘만의-부모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할-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향해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안녕, 친구야』는 소중한 내 아이의 앞으로의 홀로서기를 응원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하얀 겨울의 눈부신 첫눈처럼.



img_book_bot.jpg

안녕, 친구야 강풀 글그림 | 웅진주니어(웅진닷컴)
이제 곧 아빠가 되는 강풀은 첫 아이 ‘은총이(태명)’를 위한 선물로 자신이 직접 지은 그림책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무조건 착하고 예쁜 것만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험하고 힘든 세상을 용기 있게 살아갈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어른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던 강풀이 아빠로서 그리고 그림책 작가로서 선보이는 첫 그림책 [안녕, 친구야]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작품이며, 그가 자신의 아이에게 주는 첫 선물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강풀 #안녕 친구야
7의 댓글
User Avatar

djsslqkqn

2013.07.17

그림책도 웹툰같네요ㅋㅋㅋ 강풀씨 웹툰을 하도 봐서 그런가
답글
0
0
User Avatar

sind1318

2013.06.01

이 책 서점에서 보았는데.. 강풀씨의 동화는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tvfxqlove74

2013.05.04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동화로부터 좋은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Writer Avatar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Writer Avatar

강풀

만화가. 드라마 작가. 1997년 영서신문사에 만평을 연재하면서 데뷔하였고, 2001년부터 개인 홈페이지에 웹툰을 그리기 시작하며 온라인만화 시대를 열었다. 독특한 상상력, 생동감 있는 캐릭터 구축, 긴장감 넘치는 전개,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재탄생하여 호평을 받았다. 만화 『일쌍다반사』(2002), 『영화야 놀자!』(2002), 『순정만화』(2003), 『아파트』(2004), 『바보』(2004), 『타이밍』(2005), 『26년』(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07), 『이웃 사람』(2008), 『어게인』(2009), 『당신의 모든 순간』(2010), 『조명가게』(2011), 『마녀』(2013), 『무빙』(2015), 『브릿지』(2017), 동화 『안녕, 친구야』, 『얼음 땡!』을 쓰고 그렸다. 또한 드라마 「무빙」, 「조명가게」의 극본을 집필했다. 오늘의 우리 만화상(『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무빙』),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순정만화』), 독자만화대상(『순정만화』, 『타이밍』), 부천국제만화대상(『아파트』), 2015 대한민국 SF어워드 만화 부문 우수상(『무빙』), 드라마 「무빙」으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극본상,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