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한 책! - 『길리아드』
『길리아드』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며 심원한 내면을 지적으로 풀어냅니다. 조용하고 드문드문 의자가 놓이고 하얀 조명이 밝혀진 교회,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영혼으로 채워지고 본질적인 것에 몰두하는 교회가 되기를 열망하는 책입니다. 수상님께 확실하게 정적감을 주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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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 님에게,
오바마가 읽은 책을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보냅니다.
하퍼 수상님께,오바마가 읽은 책을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보냅니다.
이번 예산을 보면 수상님이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수상님의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기로 약속했는가를 보면 놀라울 뿐입니다. 뜨거운 물에 세탁한 모직 스웨터처럼 정부를 오그라뜨리려고 작심했던 급진적인 개혁가로서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된 듯합니다. 수상님의 후원자인 캐나다 시민연맹(National Citizens Coalition)*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그런데 이 단체의 이름에는 왜 아포스트로피가 없을까요? 저는 이 단체의 웹사이트를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아포스트로피가 없었습니다. 자유기업체제를 신봉하고 사회적 책무를 두려워해서 시민이란 단어를 소유격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걸까요?)
마이클 이그나티에프가 얼마 전에 있었던 하원 개원식의 연설에서 자신의 주장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말을 듣고 좋아했다고 합니다(《글로브 앤드 메일》에 실린 기사를 동봉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상님만 그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은 아닙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관타나모의 임시 수용소와 CIA의 해외 비밀 감옥을 폐쇄하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취한 의심스런 반테러조치들을 폐지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이그나티에프 씨가 사용한 단어들을 사용했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오바마의 연설 방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우리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이 우리 행동에 반영되고, 우리가 과도한 안보 편의주의를 위해서 권리를 경솔하게 희생할 수 없으며, 우리가 우리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지킴으로써 적들로부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은 우리 도서관의 마흔일곱 번째 책, 『덜 악한 것』에 담긴 기본 정신입니다. 이그나티에프 씨의 의견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분의 의견이 지금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생각의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그런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수상님도 그런 흐름에 마음을 터놓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저는 수상님께 이월 십구 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길리아드』를 꼭 읽으라고 진심으로 조언하고 싶습니다. 두 분이 처음 만나시는 것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아내서 친근감을 갖기 위해서, 요컨대 사소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두 분 모두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어쨌든 같은 책을 좋아하는 건 그 책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슷하게 반응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책이 수상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 책을 좋아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길리아드』에는 좋아할 만한 것이 많습니다. 약간 느리지만 진솔한 책이며, 경이롭고 놀라운 장면들로 가득합니다(‘놀랍다’와 ‘경이롭다’라는 두 단어는 이 책에서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놀랍도록 신앙적이고 지독히 헌신적인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장(章)으로 구분되지 않고, 공백으로만 구분되어 일기를 읽는 듯한 기분입니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느긋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한가롭게 산책하는 기분을 안겨주지만, 실제로는 무척 치밀하게 구성되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힘이 더해집니다. 안이한 풍자는 없습니다. 섣부른 우스갯소리로 독자를 재밌게 해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엄숙하고 차분하며 이성적입니다. 심장병이 있어 죽음을 눈앞에 둔 노목사, 존 에임스가 차분하게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노년에 훨씬 젊지만 무척 사랑한 여인과 결혼한 탓에 말년에야 얻은 일곱 살 난 아들이 있습니다. 에임스 목사는 아들에게 자신에 대해서, 또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증조 할아버지-그들 모두가 존 에임스였고 목사였습니다-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아들이 성년이 되면 읽도록 긴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시적이고 평이한 문체로 하느님과 하느님의 자녀와 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간혹 야구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랠프 월드 에머슨이 소설을 썼더라면 그가 썼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무척 미국적인 소설입니다. 『길리아드』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며 심원한 내면을 지적으로 풀어냅니다. 조용하고 드문드문 의자가 놓이고 하얀 조명이 밝혀진 교회, 보이지는 않지만 가까이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영혼으로 채워지고 본질적인 것에 몰두하는 교회가 되기를 열망하는 책입니다. 수상님께 확실하게 정적감을 주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입니다.
이 책이 수상님의 마음에 들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열쇠의 하나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얀 마텔 드림.
* 작은 정부와 낮은 세율 및 공공분야의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캐나다의 보수적인 로비단체.
마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 1943년 생)은 미국의 작가이다. 논픽션으로 『모국』(Mother Country)과 『아담의 죽음』(The Death of Adam)을 썼다. 첫 소설 『하우스키핑』으로 헤밍웨이 재단/펜클럽 상을 받았고, 픽션 부문 퓰리처상의 수상 후보까지 올랐다. 두 번째 소설 『길리아드』로는 픽션 부문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로빈슨은 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아이오아 주립대학교의 작가 워크숍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 ||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저/강주헌 역 | 작가정신
이 책은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은 세상 모든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얀 마텔적 충언'이자, 더 나아가 모든 독자들에게 전하는 문학 편지다. 짧은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술술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읽어 치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루에 편지 한 통, 아니면 일주일에 편지 한 통도 좋다. 얼마나 많은 페이지를 읽느냐보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마치 시를 읽듯이, 편지 한 통 한 통을 곱씹어 읽으며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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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얀 마텔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후 다양한 직업을 거친 뒤, 스물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발표하며 데뷔했고, 이후 『셀프』(1996) 『파이 이야기』(2001) 『베아트리스와 버질』(2010)을 썼다.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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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