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직원의 월말 정산] 5월의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서점 직원이 5월 한 달 간 보고 듣고 즐겼던 콘텐츠를 결산합니다. 책, 영화, 유튜브, 뮤지컬, 그리고 프로 야구까지.
글 : 채널예스
2025.05.30
작게
크게

『사랑의 세계』

이희주 저 | 스위밍꿀


네오 소라 감독의 <해피 엔드>가 자꾸만 눈에 밟히지만, 그럼에도 첫 월말 정산은 역시 『사랑의 세계』였다. <해피 엔드>가 눈에 밟히는 영화라면, 『사랑의 세계』는 발목이 붙잡힌 책이기 때문이다. 이희주 작가가 세 개의 단편 「탐정 이야기」, 「여름」, 「또 하나의 신화」로 구축한 『사랑의 세계』로부터 멀리 떠나지 못한 채 오월 내내 그 주변을 서성였다. 사랑의 세계를 맴도는 동안 이야기를, 인물을, 사랑을 곱씹다 보니 혀 위에 단단한 사탕알처럼 응축된 단어가 남았다. 선명한 안개. 그래, 선명한 안개였던 것 같다. 『사랑의 세계』의 인물과 서사의 깊숙한 곳까지 모호한 안개가 막을 길 없이 스며들어 있었는데, 으레 안개가 그러하듯 무언가를 본 것 같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은데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대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안개가 너무도 강렬하고 선명해 그립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그런 안개가 없다. 왠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소설 속에 남겨진 인물들을 휘감은 안개가 결국 그들의 날숨과 들숨이 되어버렸을 것만 같은데, 아마 영영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일 테다. 내 입안에도 안개가 조금 남았는데, 이상한 맛이었다. (‘이상하다’는 최고의 감탄사 중 하나다.) 사랑의 세계라는 선명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이상한 오월이었다. 6월에 개정판이 출간된다니 모두 사랑의 세계로! (박소미 채널예스 에디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뮤지컬


"불륜인데 아름다우면 괜찮다?" "...예!"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밈’화 되어 회자되고 있는 ’무한도전’의 한 장면으로, 정준하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고 남긴 말입니다. 천인공노(!)할 답변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만약 제게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면, 저는 당당하게 대답할 겁니다. "...예!"라고요. 왜냐면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진짜 너무 아름답거든요... 


가장 먼저, 차분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서정적인 음악이 공연 내내 연주되며 마음에 스며듭니다.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이 작품의 메인 넘버인 '단 한 번의 순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듣기만 해도 절로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넘버죠. 아이오와의 옥수수밭을 감각적으로 구현한 무대, 그 무대를 가득 채운 노을빛의 조명은 감수성을 자극하고요. 조정은, 차지연, 박은태, 최재림 등 배우들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로를 그저 바라보며 숨결을 나누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감정이 요동치고 심장이 울렁입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치정극으로 치부하기에는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만난 후, 잊었던, 잃었던 자신의 꿈과 삶을 되찾는 모습이 너무나 벅차고 아름답습니다. 은은하지만, 그 어떤 공연보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극 중 로버트의 말을 빌려보자면,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라고 하더군요. 막이 내리기 전에 꼭 한번 공연장을 방문해 보세요.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됩니다. (이솔희 더뮤지컬 에디터)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 | 스포츠


여기 봄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 한 야구팬이 있다. 유독 길게 느껴진 겨울 동안 지난 시즌 명장면을 수도 없이 돌려보고 돌려보며 개막만을 기다렸다. (전년도 우승 팀 팬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기쁨! 하하) 주 6회, 한 시즌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 1등도 지고, 꼴등도 이길 수밖에 없는 긴 여정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매번 순위에 집착하고 공 하나에 환호와 분노를 오가는 뜨거운 날을 보내고 있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잼얘 중독자에게 예상할 수 없는 결말의 드라마를 일 년의 절반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복이 아닐까. 내가 응원하는 기아 타이거즈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비교적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와중에 베테랑 최형우 선수는 까마득히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여전히 4번 타자로 중심을 지키며 3할 5푼의 경이로운 기록을 써나가는 중이다. 속된 말로,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지 않을까? 안타까운 경기력에 '야구 끊는다'를 되뇌다가도, 미친 호수비에 적시타라도 한 번 나오면 '이 맛에 야구 본다!'라는 생각이 들며 울컥한다. 


무더위가 오기 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한 하늘 아래 햇볕과 함께 쏟아지는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야구장의 낭만이 벌써 그립다. 이 낭만파 인간은 그렇게 욕하면서도 오늘도 달력을 보며 직관 일정을 맞춰본다. 야구를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몸과 마음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멋진 드라마를 쓰며 한 해의 레이스를 완주하길 바란다. 야구는 길고, 인생은 더 기니까.  (이참슬 채널예스 에디터)




오늘의집 - 집들이 | 플랫폼


이사한 지 벌써 4개월. 프로 사부작러인 나는 오늘도 굶주린 마음으로 "오늘의집"을 기웃거린다. 원래 호기심도 많아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를 보다 보면, 뜻밖의 영감과 실용적인 꿀팁들을 꽤 얻게 된다. 공간이 넓은지 좁은지, 오래되었는지 새것인지는 그들에게 문제 될 게 없었다. 개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인테리어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고, 영업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보다 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사진들과 함께 집들이 콘텐츠도 사부작 사부작 올려보고 있다. 3D Archisketch로 집 도면을 그려 가구를 배치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집과 방’이라는 공간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편안한 상태일 때 머무는 곳이자, 취향과 습관, 성격, 취미까지 모든 것이 녹아 있는 공간이니까. 누군가를 알아갈 때, 그 사람의 집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한 방법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나는 ‘집과 방’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참 소중하게 여긴다. (김주연 SNS 마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 - 꿈친구 | 유튜브


아기는 주변에서 본 적도 없고, 전혀 관심도 없던 나를 '랜선 이모'로 만든 최근의 아기들... 태요미네의 태하, 카더정원의 이진이, 그리고 꿈친구의 봄이...! 그 중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20번은 본 듯한 "슈퍼맨이 돌아왔다-꿈친구"의 봄이를 소개하고 싶다. 크고 동그란 눈에 순하디 순한 성격, 그리고 셀프로 무는 쪽쪽이 스킬까지... 보는 내내 일일 꿈친구 영재처럼 '어뜩해...'만 외치게 되는 영상이다. 엄마랑 같이 보다가 '저런 아기가 어디있냐, 너는...' 이라며 괜히 수십 년 전의 내 모습과 비교당하고 말았다. 


사실 그간 아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왜 인기가 있는지 잘 몰랐는데, 이 거친 세상에 '작고 소중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주는 평화롭고 무해한 감정 덕분에 좋아하는구나 몸소 느끼게 되었다. 특히 "꿈친구"는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아기와 아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이 때로는 어설프게, 때로는 능숙하게 서로 맞춰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 포인트로, 귀여운 장면들에 약간의 스릴(?)이 더해져 끝까지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자극적인 부분 없는 이 '순한 맛' 예능을 보며 마냥 앓는 댓글들을 보면서 현대인들이 어떤 힐링을 찾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흔히 육아는 전쟁이라고들 하고, 나야 잠깐의 랜선 이모이기에 아기가 마냥 예쁘게만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양육자님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모든 가정에 행복한 육아와 건강한 성장이 있기를 바란다. (이정은 더뮤지컬 PD)




<아무도 모른다> | 영화


우리는 옆집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는 '보기 힘든' 영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영화관에 앉아 등장인물의 고군분투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게, 타인의 삶을 낱낱이 알게 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2시간 넘게 경험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전 돌아온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사 남매. 누군가를 보살피기엔 아직 어린 12살의 장남 '아키라'는 엄마가 남기고 간 돈으로 동생들을 살뜰하게 돌보지만, 문제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방임 아동의 일상을 다양하고 세심하게 담아낸다. 동생들의 각기 다른 아빠를 찾아가 돈 좀 달라고 부탁하는 아키라의 멋쩍은 웃음, 수도가 끊긴 집이 아닌 공원에서 씻는데 적응된 아이들, 폐기된 편의점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우울에 잠식되는 시간들까지. 딱한 사정을 알고 음식을 주기적으로 주는 편의점 직원을 제외하고 영화 끝까지 성인 조력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는 나이의 아동들은 벗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경제적, 심리적 사각지대에 놓인다. 


영화를 보며 맴돈 드라마가 있다. 바로 <독거소년 코타로>. 독립적이고 씩씩한 5살 독거 소년 코타로 곁에는 적절한 관심과 도움을 주는 옆집 이웃들이 있다. 과연 나는 어떤 어른일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영화 개봉 이후 20년이 지났다. 남의 집 일이라고만 여겨지던 아동 학대와 방임은 점차 사회의 문제로 확장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아무도 모를' 삶 속에서 지쳐가고 있을 '또 다른 아키라'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해준 영화에 감사함을 느낀다. #씨네큐브개관25주년 #고레에다히로카즈특별전 (김민희 홍보 마케터)




지지고 볶는 여행 | 유튜브

 

"가장 싫어하는 친구와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요즘 푹 빠져서 보고 있는 프로그램은 유튜브 예능 "지지고 볶는 여행"이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나는 솔로>에 출연했던,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미묘한 썸을 탔던 두 남녀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흔히 '빌런 커플'이라 불리는 이들이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지지고 볶으며, 때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때로는 미워하면서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의 진짜 재미는 바로 그 날것의 감정, 인간관계의 민낯에 있다. 여행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평소엔 드러나지 않던 성격과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단순한 예능을 넘어,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갈등과 감정의 충돌 속에서도 서로 관계를 개선하려는 방식이 정말 각기 다른데, ‘사람이 이렇게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심지어 코골이 하는 파트너를 만났을 때의 반응도 다 다르다. 누군가는 조용한 잠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가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또 어떤 이는 파트너를 깨워 짜증을 내며 불편함을 바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제각각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평소 인간관계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일종의 '비대면 사회화'를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혜린 유튜브 PD)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저/<공경희> 역

출판사 | 시공사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