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생각나요”
유년시절, 하늘에 뜬 달을 보는 습관은 작가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잘 지내?”라는 안부 문자 대신 “달 떴어. 하늘 좀 봐봐”라며 서정적인 인사말을 건넨다는 신경숙 작가. 그녀가 달에게 속삭이는 짧은 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펴냈다. 펜을 들게 된 동기는 “글 좀 재밌게 쓸 수 없냐”는 달의 타박(?) 때문이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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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완서 작가는 신경숙의 소설을 두고 “느릿느릿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한테까지 한눈을 팔며 소요(逍遙)하듯 따라가게 만든다. 나에게 신경숙 문학의 매력은 식물이 주는 위안과도 같다”고 평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박완서 작가의 말에 밑줄을 긋게 된다. 작가는 특별한 삶을 사는 인물만을 조명하는 이야기꾼이 아니다. 가장 보편적인 인간군상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림에 여백이 필요하듯 문장에 쉼표가 필요하고, 작가는 때론 사소한 일상을 담아낼 수 있게 빈 그릇이 되어야 한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소소할 수 있을까, 싶은 평범한 사람의 사소한 일상의 흔적이다. 작가가 문득 떠오른 유머가 샘솟았던 순간들을 기억해내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평소 독자들로부터 “신경숙 소설은 읽고 나면 며칠은 마음이 가라앉아 평상심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즐거운 이야기는 쓸 계획이 없냐”며 애정 어린 타박을 들었던 신경숙 작가. 그녀가 작정하고 펜을 든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원고지 스무 장 내외의 손바닥만한 글 26편을 모은 단편집, 그동안 작품 속 쪽지처럼 숨겨뒀던 유머를 활짝 열어 젖혔다. 물론 강박의 어조는 없다. 작가 특유의 조심스러운 속삭임이 독자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무방비 상태였던 독자는 간지러움을 타듯, 피식 웃을 수밖에 없다.

작품에 들어가면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신경숙 작가지만, 이번 소설은 ‘어느 한 순간’에 쓰여졌다. 신경숙 작가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새벽의 한 순간, 여행지에서의 한 순간, 일상을 꾸려가는 한 순간, 책을 읽는 한 순간에 쓰게 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머물러 있던 어떤 순간들의 반짝임이 스물여섯 번 모인 셈”이라고 말했다. 순간에 의해,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들썩임 없이 써내려 간 짧은 이야기들에는 입꼬리를 올리는 재미는 기본, 싱그러운 통찰력이 부록으로 따라 붙었다.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떠올라요

“지난 주말에 사인회를 다녀왔어요. 소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읽고 오신 독자 분들도 많더라고요. 감사했죠. 요즘은 사인만 해주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해요. 독자 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고 제가 질문을 하기도 하죠. 이번에 고등학생 독자 분이 여럿 왔는데, 참 재밌는 일도 많을 텐데 여기까지 와주고…. 괜스레 더 고맙더라고요(웃음).”

첫 질문대신 독자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자, 신경숙 작가는 수다스러워졌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고 있는 한 독자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속 세 번째 이야기 「하느님의 구두」의 마지막 글귀 밑에 사인을 해달라고 청했다며, 31페이지를 펴 작은 목소리로 읊었다. “네가 고통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한 것들은 저절로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고 쓸모 있는 것이 될 거야. 그걸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에 네가 그리는 그림이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게, 쓸모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구두」는 실제 재수를 시작한 신경숙 작가의 조카에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영성에 대해 기록한 책 『하느님의 구두』를 소개하는 편지 글이다.

“젊은 친구들이 「하느님의 구두」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마지막 글귀를 직접 써달라는 친구도 많았고, 30대 독자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에 나오는 브레히트의 시 ‘나의 어머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은 「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인상 깊었다고 했어요. 나이가 들면 이 말 점점 못 듣잖아요. 예쁘다는 말(웃음). 가장 재밌었던 반응은 ‘선생님이 어딘가에 유머를 감춰 놓았다고 하던데 나는 못 발견했다’는 말이었어요. 이 분이 나를 웃기려고 하는 소린가? 싶었어요(웃음).”

명랑한 소설집을 펴내서 일까, 신경숙 작가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걸렸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은 폐간된 서평잡지에 2008년 1월부터 2년여간 매달 연재한 작품들을 모은 소품집. 신경숙 작가는 ‘한 달 동안 날 가장 웃게 했던 일, 가장 흐뭇하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써내려 갔고,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울적했던 마음들도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고 일어났어요. 소설을 쓰는 시간들이 행복했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 익명의 사람들의 일상에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저한테 더 귀했어요. 신문, 방송 뉴스를 통해 너무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서 ‘내가 인간인 게 참 싫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쓸 때는 반대였어요. 언제나 조용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빛나는 순간순간을 발견할 때, ‘내가 인간이라서 참 좋구나’ 싶은 기쁨을 느꼈어요.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듯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 있어요.”

화자, 시점 등은 바뀌었지만,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 신경숙이 직접 들은 이야기거나 함께 시간을 나눴던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다. 일부러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 붙여 넣지도, 꾸미지도 않았다. 작가 개인이 느낀 그대로를 담담하게 그러나 위트 있게 담아냈다. 연재 요청이 들어와서 쓰게 된 글이지만, 언젠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을 써보려고 했던 신경숙 작가. 어떤 달은 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 초저녁 시간에 동네 산책을 자주하는 편인데 그 시간이 참 좋아요. 생각들도 많이 정리되고. 동네가 한적하니까 자주 하늘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늦은 밤이었던 거 같은데, 달이 떠있더라고요. 누구나 걷다가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가만히 보게 되잖아요. 어릴 때 학교랑 집이 십 리쯤 떨어진 곳이라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때 혼자 가는 일이 많았어요. 그 때는 자연의 이치를 잘 모르니까, 하늘의 달이 나를 막 따라오는 거 같았어요(웃음). 내가 막 뛰면 달도 뛰어 오는 거 같고…. 그게 너무 신기해서 장마를 피하려고 쌓아놓은 모래집 뒤에 숨어보기도 했어요. 학교 행사가 있어 늦게 끝날 때면 혼자 가는 게 무서워서 ‘달이랑 함께 있다’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고. 우습죠? 달에 대한, 그런 즐거운 기억이 있어요.”

신경숙 작가. 달을 보면 마치 거울 같단다.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왜 이렇게 많이 떠오르는지, 어느 순간순간 힘들어서 내팽개친 일도 생각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내가 연락할 차례인데 못했던 인연들도 기억난다. 그래서 달을 오래도록 보게 되는 날이면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지금 달 떴어. 하늘 좀 봐봐’라고. “달을 보고 있으면 계절도 잘 느끼게 되고, 달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달 속에 그림도 있어요. 달을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나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26편 소설들은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뭄달에게’라는 타이틀을 달고 4부로 나눠졌다. 작가가 어떤 것을 발견했거나, 시작의 느낌을 주는 이야기는 초승달에게 전해졌고, 인생의 중반에서 마주칠 법한 이야기는 반달에게, 기운이 다 차고 기우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는 그믐달에게 속삭였다. 신경숙 작가는 “결국 다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달의 차고 기움이 배어난다.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책, 읽어보세요

작가라고 반드시 특별한 일상을 누리지는 않겠지만, 이번 소설이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니 만큼 작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문학 페스티벌’을 다녀온 신경숙 작가는 전작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3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해외 방문이 잦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러시아, 인도에서 출간됐고 곧 세르비아, 루마니아 독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I will be right there』를 제목으로 내년 4월, 미국 독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요즘은 이 책에 관련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어요. 틈틈이 새 작품에 관한 자료 조사도 하고 있고요. 마음으로 삭혀 놓아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정리하고, 번역자랑 이야기도 하고, 시시때때 오는 편지에 답장을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요. 작가라고 하면 보통들, 특이한 일상을 보낼 거라 생각하시는 데 기본적으로 다 비슷하죠 뭐. 다만 작품에 들어가면 혼자 있는 시간들을 많이 갖게 되죠. 소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어요.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시간이 확보돼야만 나오는 노동에 가까운 작업이니까요.”

신경숙 작가는 올해 초,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2013 봄호에 중편소설 「봉인된 시간」을 발표했다. 「봉인된 시간」은 고국으로부터 버림 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최측근이었던 육군 현역장교와 시인인 그의 아내의 30년 세월을 다룬 작품으로, 신경숙 작가는 “이 작품을 완성해야만, 다음 장편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 집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같아요. 대개 자기 일상에 대해 사소하고, 귀하지 않게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시간인지,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다 그렇잖아요. 잘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고, 세상은 잘 굴러가는 데 ‘난 왜 이렇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많잖아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이 다른 시간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요.”

신경숙 작가는 독자와의 만남을 누구보다 귀하게 생각하는 소설가다. 이번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펴내고는 조금 더 특별한 만남을 생각해보았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지 않고, 자신도 독자의 한 사람이 되어 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눠보는 것.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다가,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라고 생각한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 개인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힘든 일이 있었어요. 내가 집 밖을 나가질 않으니까, 어느 날 우리 형제 중 한 명이 책을 사줬어요. 삼성출판사에서 나왔던 한국문학전집이었는데 60권짜리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읽지도 못할 엄청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인쇄된 책이었죠. 집 안 창문에 도화지를 붙여서 늘 밤처럼 해놓고, 눈만 뜨면 책을 읽었어요. 한 3개월 동안, 누구의 작품을 읽겠다 그런 게 없었던 터라, 그냥 1권부터 순서대로 읽었어요. 당시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껴안고 있었는데,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네가 뭐 어떤데? 이 사람을 봐봐’라고 말을 걸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 책들이 내게 텃밭이 되어준 것 같아요. 다 읽고 나니까 세상에 나올 힘이 생겼고 나를 믿게 됐어요. 내가 든든해졌어요.”

누군가 신경숙 작가에게 추천한 독서법이 있다. 계절마다 한 분야를 골라 기초들을 섭렵해보는 것. 봄에서 여름이 될 때까지는 음악에 관한 기초 도서를 읽고, 여름이 되면 미술 분야의 책들을 보고. 신경숙 작가는 언젠가부터 소설집의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미술 책을 펼쳐놓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요즘 힐링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보시잖아요. 그만큼 고독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그게 과연 진정한 치유인가 아쉬울 때도 있어요. 뭔가 자기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그런 책들을 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다음 생애는 목수, 무용가처럼 몸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1년 신경숙 작가는 북 투어 첫 지역으로 스페인을 방문했다. 3박 4일동안 17개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기억에 남는 많은 일이 있지만, 어느 한 광장에서 본 연인의 풍경이 인상 깊었다.

“거리를 걷다가 예쁜 것만 보면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거든요(웃음). 어떤 남녀가 등을 대고 앉아 있는데 무척 아름다워 보였어요. 티티카카 호수 알지요?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노족이 살고 있는 섬이 있대요. 우노족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자라나는 갈대를 짚단으로 쌓아서 집을 만들어 사는데, 밤이 되면 물결이 출렁이니까 서로 의지하려고 등을 대고 잔대요. 그 이야기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누군가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친근감이 느껴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 연인을 오랫동안 쳐다 봤어요. 그렇게 몇 분을 봤나?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서로 자기의 휴대폰을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거예요. 등을 기대고 있지만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거였죠. 그걸 보면서 우리 시대의 풍경이 이렇구나, 싶더라고요.”

누군가와 연결이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 카페, 지하철, 거리에서도 동행하는 사람이 있지만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 신경숙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가끔은 사람들과 연락이 안 닿는 상황도 좋지 않을까요?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도 해보고, 그 사람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해보고. 우리는 순간순간 연결이 너무 잘 되니까 점점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심심할 때가 없는 현대인을 보며, 신경숙은 어떤 문학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집필할 때는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나중에는 알람 울리기 3분 전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는 신경숙 작가. 요즘은 새벽 4시쯤 일어나 아침 8시까지 책도 보고 일도 하다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요가 학원에 간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는데 ‘요가’를 주제로 수다를 떨자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마흔이 됐을 때 건강이 너무 안 좋고 어깨가 무너질 거 같았는데, 누군가 요가를 권해줬어요. 저는 하자마자 효과를 봤어요. 뭐랄까, 어깨 아래에서부터 무릎까지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요즘 여성이나 남성이나 최대 관심사가 슬림해지는 거잖아요. 요가 선생님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요가는 다이어트와 별개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요가를 자주 추천하고는 하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웃음).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요가를 한다기 보다, 요가를 한 끼 식사라고 생각하고 하면 참 좋은데 말이에요.”

10년 요가의 흔적일까, 신경숙 작가는 중년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건강미가 있었다. 언젠가 작가는 다음 생애가 주어진다면 “목수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손재주가 너무 없어서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신경숙 작가는 천재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피나> 이야기를 꺼냈다. “뉴욕에서 본 영화인데, 주인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사람 자체가 필요한 것만 딱 남은 나무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 사람도 몸을 많이 쓰는 사람이니, 나도 이 사람처럼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했어요.” 목수가 된 작가, 무용수가 된 작가. 선뜻 상상이 되지 않지만, 글재주가 아닌 손재주를 꿈꾸는 작가의 얼굴은 다소 설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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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저 | 문학동네
작가 신경숙이 낮은 목소리로 풀어놓는 짧은 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작가가 다른 어떤 지인도 아닌 우리에게 보내는 꼭 그 마음이다. 작가의 어느 한순간에 스며든 어떤 마음. 모르는 이의 뜬금없는 안부인사가 지친 일상을 잠시 보듬듯, 그렇게 우리를 쓰다듬는 손길. 이 소품집은 결국 더운 손끝의 작가 신경숙이 들려주는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이다. 평범하고 소소하다 여겼던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내는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짧고 경쾌한 리듬을 타고 독자들의 입꼬리에 슬몃, 웃음을 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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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
1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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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7.12

신경숙님의 단편은 어떤 빛깔일지 궁금합니다. 작가님 특유의 차분한 빛깔이 어떤색으로 빛날지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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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2013.07.15

너무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도서 읽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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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열정

2013.07.09

잔잔하게 잘 읽혀지는 책이라서 기분이 좋앗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달에게 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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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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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조리 베껴 쓰는 것이 그 수업 방식이었다. 그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스물두 살에 등단하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에 당선된 뒤 창작집 『겨울우화』를 내었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하다가 1993년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강물이 될 때까지』,『풍금이 있던 자리』,『오래 전 집을 떠날 때』,『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외딴방』,『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자, 혹은 다가설 수 없는 것들에 다가서고자 하는 소망"을 더듬더듬 겨우 말해 나가는 특유의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신경숙의 첫 장편소설 『깊은 슬픔』은 한 여자와,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 여자 '은서', 그리고 '완'과 '세'라는 두 남자를 소설의 표면에 떠올려놓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을 맺어주고 환희에 빠뜨리며 절망케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올이 얽히고 풀림에 따라,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라난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겹치고 어긋난다. 그러나 『깊은 슬픔』이 정밀하게, 더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그리하여 진하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그려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운명이 화해롭게 겹치는 국면이라기보다,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광경이다. 아니, 차라리 그들의 관계에선 겹침이 곧 어긋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했던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내일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려웠던 그 시절을 되짚어 보게함으로써 현재를 돌아보는 자성(自肖)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폐적 기질,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 삶의 속절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요히 수납하는 태도 등이 어디서 발원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성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자 제목 그대로 외딴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경숙은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준다.『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자가 그 남자와 새로운 삶을 꾸리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준다. 특히 화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새 여자와 어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삶에 찌들어 꾸밈이란 없이 소박하게 가정을 꾸려 나갔던 이 땅을 일구어낸 「어머니」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 땅의 「여성」과의 사이, 그 사이를 보여준다. 그 사이 속에는 무시 할 수 없는 사회 통념이 들어가 있다. 「어머니」를 긍정해야하면서 동시에 부정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이중적 잣대는 있지도 않는 풍금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제 3의 새 여자, 또 다른 화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 한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는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의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이자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가족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Please Look After Mom'라는 제목의 영문판이 제작되어 출간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22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세대를 향한 신경숙 문학의 간절하고 절실한 소통의 발신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쳀 시대와 시간을 뚫고 나가 어떻게 서로를 성장시키며 불멸의 풍경이 되는지를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듯 보여준다. 팔 년 만에 출간되는 여섯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2013년에 출간한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로, 반짝이는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은 소설집으로, 산다는 것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순간들에 스며들어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이자,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외의 작품으로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집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내 슬픔아』,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