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시간의 아버지가 풀려날 것이다
어쩌면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시간을 셈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 책에서 시간의 아버지는 시간의 비밀을 풀려고 노력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점은 나 또한 익혀야 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 비밀을 풀려는 여행이 한국 독자들에게 흥미를 안겨주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주기를 희망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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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동굴에 홀로 앉아 있다.
머리카락은 길다. 수염을 무릎까지 늘어뜨린 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두 눈을 감고 있다. 그는 뭔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목소리. 동굴 깊숙한 물웅덩이에서 끊임없이 울려 나오는 목소리들.
세상 사람들 소리다.
그들 모두 한 가지만을 원한다.
시간.

첫 번째 목소리는 세라 레몬의 것이다.
십 대인 세라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의 사진을 바라본다. 갈색 머리의 너무나 멋지게 생긴 소년이다.
오늘 밤에 그를 만나기로 했다. 세라는 흥분한 목소리로 약속 시각을 몇 번이고 되뇐다.
“8시 30분, 8시 30분.”
아까부터 무엇을 입을지 고민이다. 검은 청바지? 민소매탑? 세라는 자신의 드러난 팔을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다. 무엇을 입지?
“내게 시간이 더 필요해!”

두 번째 목소리는 빅토르 들라몽트의 것이다.
팔십 대 중반의 노인 빅토르는 진료실에 앉아 있다. 옆에 아내가 서 있다. 의사는 그의 정밀 검진 결과를 들고 있었다.
의사가 침착하게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몇 달의 치료도 효력이 없었던 것일까. 종양은 이미 신장까지 망가뜨렸다.
빅토르의 아내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한다. 두 사람이 똑같은 절망감으로 깊은숨을 내쉰다. 빅토르 역시 목이 막혀 헛기침한다.
“아내가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은 것은……, 제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빅토르와 세라의 간절한 목소리는 멀고 먼 동굴까지 들려온다. 동굴 속에는 덥수룩한 남자가 외롭게 앉아 있다. 그는 시간의 아버지다.
그를 신화 속 인물이나 고풍스러운 카드의 캐리커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이 세상 누구보다 늙은 아주 오래되고 여윈 사람.
하지만 시간의 아버지는 실재한다.
그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마구 자란 수염과 무성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죽음이 아닌 삶의 흔적이다. 몸은 호리호리하고 피부는 탱탱하다. 자신이 다스리는 ‘시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신을 화나게 하기 전에는 수명이 다하면 죽어야 하는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달라졌다. 그는 깊은 동굴에 유폐된 후 몇 분, 몇 시간, 몇 년만 시간을 더 달라는 세상 사람들의 모든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여기서 영원처럼 아주 오래 있었다. 그는 희망을 버렸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모두의 시계가 조용히 똑딱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시계도 똑딱이고 있다.
곧 시간의 아버지가 풀려날 것이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낼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다니 참으로 영광입니다. 나는 2010년에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한국 독자들과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이번 신작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과 큰 교감이 있기를 기대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의 문제가 여러분의 나라에서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쓴 이유는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젊었을 때 시간을 잡아먹었던 수많은 일이 이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성공, 일, 성취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부모님과 사랑하는 이들이 병들거나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난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희망합니다. 난 내가 지닌 보다 단순하고 좋은 것들을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이 책에서 나는 시간을 재기 시작한 최초의 인간을 상상했습니다. 그의 출현 이전에 세상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그의 출현 이후에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날을 헤아리기 시작하면서 어떤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유일한 피조물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시간을 셈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 책에서 시간의 아버지는 시간의 비밀을 풀려고 노력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점은 나 또한 익혀야 하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 비밀을 풀려는 여행이 한국 독자들에게 흥미를 안겨주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주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나의 이야기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이 우리의 바쁘고도 바쁜 삶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작은 평안함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간절한 꿈이 이루어지시길 바라고 다음 한국 방문 때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디트로이트에서 미치 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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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저/윤정숙 역 | 21세기북스
전 세계 41개국 42개 언어로 번역돼 수천만 부가 팔린 미치 앨봄의 일곱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소설. ‘시간의 아버지’ 도르는 6,000년이 흐른 뒤 영혼이 거의 망가진 채 마법의 모래시계만을 갖고 현대로 온다. 그의 임무는 두 명의 지구인에게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줌으로써 그의 실수를 만회하는 것. 그가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시간의 발견이 현대인이 시간에 지배된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십대 소녀와 불멸을 꿈꾸는 나이든 거대부호와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 모두를 반드시 구해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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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미치 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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