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 듣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몸부림치는 게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고독과 쓸쓸함, 허전함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무수한 장치와 아이디어들 그리고 예술이 있다면 그중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방안에 고요히 퍼지는 노래 소리는 듣는 자의 취향과 맞을 경우 그를 혼자가 아니게 한다. 상당수 뮤지션들도 외로워서 음악을 했다고 고백한다.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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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몸부림치는 게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고독과 쓸쓸함, 허전함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무수한 장치와 아이디어들 그리고 예술이 있다면 그중에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방안에 고요히 퍼지는 노래 소리는 듣는 자의 취향과 맞을 경우 그를 혼자가 아니게 한다. 상당수 뮤지션들도 외로워서 음악을 했다고 고백한다. 필자 18명이 각자 외로울 때 듣는 음악을 뽑았다. 외로울 때 듣는 음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Everybody is a star」
우리 모두는 각각의 찬란한 광휘를 분출하는 별이다.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가야하는 법을 거부한 투쟁은 펑크(Funk) 사운드가 뒤범벅된 축제와 다름없었다. 모성을 연상토록 하는 브라스의 관대함, 주문처럼 되뇌는 후렴구는 미지의 이상향으로 각 개인을 인도한다. 「Stand!」가 흥이 넘치는 행진곡이었다면, 「Everybody is a star」는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케 하는 치유가다.
김광석-「혼자 남은 밤」
너무 외로워서 방에 불을 하얗게 밝힌 채 밤을 지새운다. 가족이나 애인의 존재와 상관없이 순수한 고립감을 만끽한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이런 낯선 감정 망이 나를 덮으면 김광석의 「혼자 남은 밤」을 듣는다. 이 공간에서 혼자 남은 슬픔을 얘기하지만 밝아올 여러 송이의 희망도 노래한다. 눈물로 몸 안에 있는 수분을 다 소진한 후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랄까. 남들 앞에서 청승떨지 않고 혼자 고고하고 싶을 때 듣는다. 나한텐 고급 신파다.
노티 바이 내이처(Naughty By Nature)-「Ghetto bastard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사실 항상 우울하다. 그렇다고 우울증을 겪는 건 아니다. 정말 매일 같이 우울하다. 그렇다고 매일 이 노래를 듣지는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면 강박장애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서 ‘난 왜 이렇게 우울하게 살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려고 할 때면 이 노래를 떠올린다.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 꼬불꼬불한 머리는 허락되지 않았지’, ‘조롱당하고 얼간이라 놀림 받고, 욕까지 먹고, 기분은 엎어졌지’, ‘어렸을 때 놀던 기억은 왜 다 슬프기만 할까?’, ‘난 순전히 쓸모없고 굶주려 있어’ 빈민가에서 자라고 각종 범죄와 여러 문제를 겪는 부랑아의 얘기는 내 과거와 무척이나 닮았다. 하지만 결국 노래는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아직도 사는 게 팍팍하고 사회는 늘 우울함에 눈 뜨게 한다. 아무리 허름해도 지금 건강하게 살아 있고 이만큼 해 오지 않았나. 그래서 다시 한 번 되뇐다. '모든 게 잘 될 거야.'라고.
서태지와 아이들-「슬픈 아픔」
어쩌면 서태지 세대에게 이 곡은 바이블 같은 존재일 것이다. “내가 널 만져줄게. 기운을 내봐”라는 가사는 주문처럼 마음을 달래며 슬픔을 털고 일어나게 해준다. 곡의 진행도 ‘좌절’에서 방황하다 따뜻한 ‘위로’로 감싸주는 노랫말과 동행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를 따라 걷다보면 어지러운 일렉 사운드의 숲에 봉착하고, 거친 숲속에서 방황하던 기타리프는 결국 솟구쳐 올라 포근하고 몽환적인 이상 속으로 인도한다.
니나 시몬(Nina Simone)-「Wild is the wind」
공허와 허탈 그리고 격정의 슬픔에 휩싸인 그 어느 날, 문득 내게로 찾아온 어느 영화 속 노래. 뤽 베송의 원작 <니키타>를 리메이크한 <니나>의 일면을 장식한 노래 「Wild is the win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극중 여주인공 클로디아(브리짓 폰다)와 연인 제이피(더모트 멀로니)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장식하는 사운드트랙 송이다. 왜 이 노래를 슬플 때 듣느냐며 묻는 제이피에게 클로디아는 “난 이 노래를 들으며 자랐어요. 정열적이며 야성적으로 사랑과 슬픔을 노래하죠.”라고 애처로운 표정 지으며 대답한다. 니나 시몬(Nina Simone)의 애절한 가창은 자신의 슬픈 과거를 담은, 그래서 더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주길 바라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은유하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한두 번쯤은 누구나 겪고 지나갈 사랑의 아픔 이상의 심적 울림이 내 가슴에 각인된 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After the love has gone」
펑크(funk)를 정의한 그룹이 1979년도에 발표한 보기 드문 발라드다. 사랑이 떠난 후, 기억과 추억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수려한 선율의 대가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의 작곡으로 부담 없는 가성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만나 마음을 적신다. 3분부터 키를 높인 후렴구의 반복은 아련해서 안간힘을 쓰며 꼭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까지 놓게 한다.
주얼(Jewel)-「You were meant for me」 , 패티김-「초우」
이별 뒤 한동안은 사랑하던 사람과 공유하던 습관이나 환경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별 다를 것 없는 주변상황이지만 그 사람이 없어 불완전한 하루하루의 일상. 주얼은 헤어짐 후 이런 그로기 상태의 감정을 곡 안에서 노곤히 곱씹어 낸다. 일에 몰두해도, 해피엔딩인 영화를 봐도, 침대 위에서 반쯤 죽어있는 자신에게 애써 괜찮다고 위로 해봐도 더욱 더 절실해지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런 가사를 통기타에 담아 부른 주얼의 음성은 가뜩이나 외로운 밤을 더욱 더 미치도록 해줬다. 눈물이 쏙 배어나오게 차분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스피디한 싱글버전까지 선택의 자유도 있지만 어느 버전을 듣든 고독에 몸부림치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난 한 곡을 더 해야겠다. 나이에 비해 매우 노숙한 선곡이 아닐 수 없으나,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로 인해 심심찮게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때야 그저 슬픈 곡 정도로 이해해 왔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로 시작되는 곡의 초입부터 쓰라리다. 단 4구절뿐인 가사 속의 한 단어 한 단어가 가슴을 후빈다. 발표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노래가 지닌 상심의 감정은 여전히 건재하다. 올 봄 세상을 떠난 故박춘석 선생의 가슴 시린 노랫말과 패티 김 선생의 세련된 보컬이 잘 살아난 한국 스탠더드 팝의 명곡.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Simple man」
누구나 그러하듯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느꼈을 때, 나도 외롭게 좌절했고 우울해했다. 친구들에 비해 대학 입학도 늦었고 박봉의 회사 취업도 빠르지 않았다. 내 자신이 루저라고 생각될 때 「Simple man」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아라. 재물에 욕심내지 말거라. 너에게 필요한 것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나를 위해 그런 소박한 사람이 되어주겠니?’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사로 옮긴 이 소박하고 인자한 철학은 내 가슴속에 인쇄됐고 힘들 때마다 메아리치곤 했다.
스웨터(Sweater)-「멍든 새」
도대체 몇 번을 리플레이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성에게 차인 후 방에서 홀로 소주를 털어 넣으며 무한반복 들었다. 늘어나는 빈병 숫자만큼 마음도 멍들어갔다. ‘단 한 번도 널 웃긴 적 없어 / 단 한 번도 널 기쁘게 한 적 없어’라는 노랫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J! 정말 내가 이랬었니?
닉 드레이크(Nick Drake)-「Pink moon」
최악의 상황까지 가버린 타인의 처지와 나의 심적 고통을 견주어 보는 것도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큼지막하게 느껴지던 아픔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당연시했던 등잔 밑 행복을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 중에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이다. 인정받지 못했던 젊은 천재는 결국 삶의 벼랑 끝에서 휘청거렸고, 일말의 과장도 없는 실제적 우울은 나지막한 읊조림과 함께 고스란히 이 마지막 유작 속에 스며들었다.
존 레논(John Lennon)-「Mother」
‘엄마! 엄마는 날 가졌지만 난 엄마를 갖지 못했어요/ 난 엄마를 원했지만 엄마는 날 원하지 않았어요... 아빠! 아빠는 날 떠났지만 난 아빠를 떠나지 않았어요/ 난 아빠가 필요했지만 아빤 내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난 운다. 하염없이 운다. 한 2분정도 지나면 꺼억꺼억 운다. 난 왜 이렇게 눈물을 많은 거야? 하며 나뿐만 아니라 가문까지 책한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은 외롭지 않다.
최호섭-세월이 가면
외로워진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가 나를 잊어 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래도 스쳐갔던 사람들의 그 망각의 끝자락에 다 타고 남은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은 내 온기가 아직 남아있겠지, 아직 그 아련한 추억 정도는 간직하고 있겠지 하는 위안 한 자락 같은 이 노래가 얼어붙은 내 심장에 피를 돌게 한다.
영화 < 미인 > O.S.T-「Belle」
감히 영화보다 더욱 영화를 잘 표현해 낸 영화음악. 노영심의 곡에 이자람의 목소리가 더해진 노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갈구와 어긋남’ 이라는 영화 < 미인 >의 주제를 더욱 극대화 시키고 분명히 해주었다. ‘또 다시 사랑할 순 없는 건가요 / 난 그저 지금이면 될 것 같은데’라는 가사와 피아노 반주의 어울림에 두 시간 이상을 무한 반복으로 마냥 재생시키게 했다.
언니네 이발관-「울면서 달리기」
일상을 지내면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닥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치면 음악으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언젠가 우연히 버스에서 이 노래를 듣고 난 뒤 실제로 집까지 울면서 달렸다. 그 뒤 방안에서 노래를 틀어놓으면 마치 마술에 걸린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론 이때도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몬도 그로소(Mondo Grosso)-「Now you know better」(feat. Amel Larrieux)
원점에 선 기분이다. “이제 너는 잘 알잖아”라는 충고로 오히려 예전과 달라지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몬도 그로소 앨범 < MG4 >에 수록된 이 곡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와 같은 가사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모든 것을 단지 받아들이기만 했던 6살, 불확실한 믿음에도 주어진 것만을 택했던 16살, 불현듯 휘감아오는 불안과 세상의 모순을 인지한 지금.” 과연 나는 나아지고 있는 걸까? 목적지로 알았던 사랑이 중간 기착지로 변경되어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며 들었던 곡이다. 삶의 터널을 통과할수록 그 끝에 기다리는 기대보단 두려움이 앞설 때 더욱 강도를 높이는 외로움을 이 노래로 달랬다. 자유롭게 부유하는 에이멜 라리우(Amel Larrieux)의 음색과 요시토 다나카(Yoshito Tanaka)의 어쿠스틱 기타, 신이치 오사와(Shinichi Osawa)의 앙상블이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Como siento yo」
루벤 곤살레스는 전 세계에 쿠반 재즈, 제 3세계 음악 붐을 일으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피아니스트다. 50년 넘게 아프로-쿠반 뮤직의 개척자로 활동했지만 77세가 되어서야 첫 앨범을 가지게 된다. 이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Como siento yo」에는 긴 시간 묻어두었던 음악에의 갈망과 가난을 품은 슬픔이 뒤엉켜 흐르고 있다. 닿는 대로 누르고 미끄러지듯 스쳐가는 비(非)정렬적 진행 속에서도 음표 하나하나가 생명을 얻고 지유를 만끽하는 듯하다. 머물 곳 없는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쉰다.
김사랑-「Never」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할 때, 그 어떤 ‘응원가’라도 마음을 움직일 순 없다. 이미 단단히 굳어버린, 고립되어버린 심장은 같은 처지를 찾으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길 원한다. 뿌연 연기가 떠오르는 프로그래밍 소리와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비트는 고통의 끝을 함께 해주는 동반자다. 거기에 “Never Oh Never 이런 회색빛 세상에 / Never Oh Never 더 이상 꿈은 없네“ 라고 외쳐주는 후렴은 슬픈 감정의 마지막을 후려친다. 어쩌면, 외로움을 이겨내는 건 그 외로움의 절정을 맛보는 것일지도.
캐롤 킹(Carole King)-「You've got a friend」
“You just call out my name (그저 내 이름만 크게 불러) / And you know whenever I am (그러면 내가 어디에 있든지) / I'll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 (달려와서 널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힘들고 외로울 때, 게다가 찬바람이 부는 밤이라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보다 어쩌면 오랜 친구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캐롤 킹’ 자신이 이혼녀였던 아픔을 되새겨본다면 투박하고 거친 그녀의 목소리는 테크닉 절정의 어떤 놀라운 가창보다도 더 짜릿하고 포근하다. 이 세상 한가운데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나지막이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기다린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Everybody is a star」
우리 모두는 각각의 찬란한 광휘를 분출하는 별이다.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가야하는 법을 거부한 투쟁은 펑크(Funk) 사운드가 뒤범벅된 축제와 다름없었다. 모성을 연상토록 하는 브라스의 관대함, 주문처럼 되뇌는 후렴구는 미지의 이상향으로 각 개인을 인도한다. 「Stand!」가 흥이 넘치는 행진곡이었다면, 「Everybody is a star」는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케 하는 치유가다.
-홍혁의(hyukeui1@nate.com)
김광석-「혼자 남은 밤」
너무 외로워서 방에 불을 하얗게 밝힌 채 밤을 지새운다. 가족이나 애인의 존재와 상관없이 순수한 고립감을 만끽한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이런 낯선 감정 망이 나를 덮으면 김광석의 「혼자 남은 밤」을 듣는다. 이 공간에서 혼자 남은 슬픔을 얘기하지만 밝아올 여러 송이의 희망도 노래한다. 눈물로 몸 안에 있는 수분을 다 소진한 후에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랄까. 남들 앞에서 청승떨지 않고 혼자 고고하고 싶을 때 듣는다. 나한텐 고급 신파다.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노티 바이 내이처(Naughty By Nature)-「Ghetto bastard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사실 항상 우울하다. 그렇다고 우울증을 겪는 건 아니다. 정말 매일 같이 우울하다. 그렇다고 매일 이 노래를 듣지는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면 강박장애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증상이 없는 사람으로서 ‘난 왜 이렇게 우울하게 살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려고 할 때면 이 노래를 떠올린다.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 꼬불꼬불한 머리는 허락되지 않았지’, ‘조롱당하고 얼간이라 놀림 받고, 욕까지 먹고, 기분은 엎어졌지’, ‘어렸을 때 놀던 기억은 왜 다 슬프기만 할까?’, ‘난 순전히 쓸모없고 굶주려 있어’ 빈민가에서 자라고 각종 범죄와 여러 문제를 겪는 부랑아의 얘기는 내 과거와 무척이나 닮았다. 하지만 결국 노래는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아직도 사는 게 팍팍하고 사회는 늘 우울함에 눈 뜨게 한다. 아무리 허름해도 지금 건강하게 살아 있고 이만큼 해 오지 않았나. 그래서 다시 한 번 되뇐다. '모든 게 잘 될 거야.'라고.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서태지와 아이들-「슬픈 아픔」
어쩌면 서태지 세대에게 이 곡은 바이블 같은 존재일 것이다. “내가 널 만져줄게. 기운을 내봐”라는 가사는 주문처럼 마음을 달래며 슬픔을 털고 일어나게 해준다. 곡의 진행도 ‘좌절’에서 방황하다 따뜻한 ‘위로’로 감싸주는 노랫말과 동행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를 따라 걷다보면 어지러운 일렉 사운드의 숲에 봉착하고, 거친 숲속에서 방황하던 기타리프는 결국 솟구쳐 올라 포근하고 몽환적인 이상 속으로 인도한다.
-김반야(10ban@hanmail.net)
니나 시몬(Nina Simone)-「Wild is the wind」
공허와 허탈 그리고 격정의 슬픔에 휩싸인 그 어느 날, 문득 내게로 찾아온 어느 영화 속 노래. 뤽 베송의 원작 <니키타>를 리메이크한 <니나>의 일면을 장식한 노래 「Wild is the win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극중 여주인공 클로디아(브리짓 폰다)와 연인 제이피(더모트 멀로니)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장식하는 사운드트랙 송이다. 왜 이 노래를 슬플 때 듣느냐며 묻는 제이피에게 클로디아는 “난 이 노래를 들으며 자랐어요. 정열적이며 야성적으로 사랑과 슬픔을 노래하죠.”라고 애처로운 표정 지으며 대답한다. 니나 시몬(Nina Simone)의 애절한 가창은 자신의 슬픈 과거를 담은, 그래서 더 사랑으로 자신을 감싸주길 바라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은유하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한두 번쯤은 누구나 겪고 지나갈 사랑의 아픔 이상의 심적 울림이 내 가슴에 각인된 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김진성(saintopia07@hanmail.net)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After the love has gone」
펑크(funk)를 정의한 그룹이 1979년도에 발표한 보기 드문 발라드다. 사랑이 떠난 후, 기억과 추억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수려한 선율의 대가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의 작곡으로 부담 없는 가성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만나 마음을 적신다. 3분부터 키를 높인 후렴구의 반복은 아련해서 안간힘을 쓰며 꼭 붙들고 있던 이성의 끈까지 놓게 한다.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주얼(Jewel)-「You were meant for me」 , 패티김-「초우」
이별 뒤 한동안은 사랑하던 사람과 공유하던 습관이나 환경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별 다를 것 없는 주변상황이지만 그 사람이 없어 불완전한 하루하루의 일상. 주얼은 헤어짐 후 이런 그로기 상태의 감정을 곡 안에서 노곤히 곱씹어 낸다. 일에 몰두해도, 해피엔딩인 영화를 봐도, 침대 위에서 반쯤 죽어있는 자신에게 애써 괜찮다고 위로 해봐도 더욱 더 절실해지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런 가사를 통기타에 담아 부른 주얼의 음성은 가뜩이나 외로운 밤을 더욱 더 미치도록 해줬다. 눈물이 쏙 배어나오게 차분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스피디한 싱글버전까지 선택의 자유도 있지만 어느 버전을 듣든 고독에 몸부림치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난 한 곡을 더 해야겠다. 나이에 비해 매우 노숙한 선곡이 아닐 수 없으나,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로 인해 심심찮게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때야 그저 슬픈 곡 정도로 이해해 왔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가슴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로 시작되는 곡의 초입부터 쓰라리다. 단 4구절뿐인 가사 속의 한 단어 한 단어가 가슴을 후빈다. 발표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노래가 지닌 상심의 감정은 여전히 건재하다. 올 봄 세상을 떠난 故박춘석 선생의 가슴 시린 노랫말과 패티 김 선생의 세련된 보컬이 잘 살아난 한국 스탠더드 팝의 명곡.
-성원호(dereksungh@gmail.com)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Simple man」
누구나 그러하듯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느꼈을 때, 나도 외롭게 좌절했고 우울해했다. 친구들에 비해 대학 입학도 늦었고 박봉의 회사 취업도 빠르지 않았다. 내 자신이 루저라고 생각될 때 「Simple man」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아라. 재물에 욕심내지 말거라. 너에게 필요한 것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나를 위해 그런 소박한 사람이 되어주겠니?’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사로 옮긴 이 소박하고 인자한 철학은 내 가슴속에 인쇄됐고 힘들 때마다 메아리치곤 했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
스웨터(Sweater)-「멍든 새」
도대체 몇 번을 리플레이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성에게 차인 후 방에서 홀로 소주를 털어 넣으며 무한반복 들었다. 늘어나는 빈병 숫자만큼 마음도 멍들어갔다. ‘단 한 번도 널 웃긴 적 없어 / 단 한 번도 널 기쁘게 한 적 없어’라는 노랫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J! 정말 내가 이랬었니?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닉 드레이크(Nick Drake)-「Pink moon」
최악의 상황까지 가버린 타인의 처지와 나의 심적 고통을 견주어 보는 것도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큼지막하게 느껴지던 아픔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당연시했던 등잔 밑 행복을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 중에는 닉 드레이크(Nick Drake)이다. 인정받지 못했던 젊은 천재는 결국 삶의 벼랑 끝에서 휘청거렸고, 일말의 과장도 없는 실제적 우울은 나지막한 읊조림과 함께 고스란히 이 마지막 유작 속에 스며들었다.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존 레논(John Lennon)-「Mother」
‘엄마! 엄마는 날 가졌지만 난 엄마를 갖지 못했어요/ 난 엄마를 원했지만 엄마는 날 원하지 않았어요... 아빠! 아빠는 날 떠났지만 난 아빠를 떠나지 않았어요/ 난 아빠가 필요했지만 아빤 내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엄마! 가지마세요! 아빠! 돌아오세요!’
난 운다. 하염없이 운다. 한 2분정도 지나면 꺼억꺼억 운다. 난 왜 이렇게 눈물을 많은 거야? 하며 나뿐만 아니라 가문까지 책한다. 적어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은 외롭지 않다.
-임진모(jjinmoo@izm.co.kr)
최호섭-세월이 가면
외로워진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가 나를 잊어 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래도 스쳐갔던 사람들의 그 망각의 끝자락에 다 타고 남은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은 내 온기가 아직 남아있겠지, 아직 그 아련한 추억 정도는 간직하고 있겠지 하는 위안 한 자락 같은 이 노래가 얼어붙은 내 심장에 피를 돌게 한다.
-황선업(sakura0219@naver.com)
영화 < 미인 > O.S.T-「Belle」
감히 영화보다 더욱 영화를 잘 표현해 낸 영화음악. 노영심의 곡에 이자람의 목소리가 더해진 노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갈구와 어긋남’ 이라는 영화 < 미인 >의 주제를 더욱 극대화 시키고 분명히 해주었다. ‘또 다시 사랑할 순 없는 건가요 / 난 그저 지금이면 될 것 같은데’라는 가사와 피아노 반주의 어울림에 두 시간 이상을 무한 반복으로 마냥 재생시키게 했다.
-옥은실(lameta@gmail.com)
언니네 이발관-「울면서 달리기」
일상을 지내면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닥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치면 음악으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언젠가 우연히 버스에서 이 노래를 듣고 난 뒤 실제로 집까지 울면서 달렸다. 그 뒤 방안에서 노래를 틀어놓으면 마치 마술에 걸린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론 이때도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임윤혜(yunhye07@naver.com)
몬도 그로소(Mondo Grosso)-「Now you know better」(feat. Amel Larrieux)
원점에 선 기분이다. “이제 너는 잘 알잖아”라는 충고로 오히려 예전과 달라지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몬도 그로소 앨범 < MG4 >에 수록된 이 곡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와 같은 가사로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모든 것을 단지 받아들이기만 했던 6살, 불확실한 믿음에도 주어진 것만을 택했던 16살, 불현듯 휘감아오는 불안과 세상의 모순을 인지한 지금.” 과연 나는 나아지고 있는 걸까? 목적지로 알았던 사랑이 중간 기착지로 변경되어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며 들었던 곡이다. 삶의 터널을 통과할수록 그 끝에 기다리는 기대보단 두려움이 앞설 때 더욱 강도를 높이는 외로움을 이 노래로 달랬다. 자유롭게 부유하는 에이멜 라리우(Amel Larrieux)의 음색과 요시토 다나카(Yoshito Tanaka)의 어쿠스틱 기타, 신이치 오사와(Shinichi Osawa)의 앙상블이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임도빈(do3355@hanmail.net)
루벤 곤살레스(Ruben Gonzalez)-「Como siento yo」
루벤 곤살레스는 전 세계에 쿠반 재즈, 제 3세계 음악 붐을 일으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피아니스트다. 50년 넘게 아프로-쿠반 뮤직의 개척자로 활동했지만 77세가 되어서야 첫 앨범을 가지게 된다. 이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Como siento yo」에는 긴 시간 묻어두었던 음악에의 갈망과 가난을 품은 슬픔이 뒤엉켜 흐르고 있다. 닿는 대로 누르고 미끄러지듯 스쳐가는 비(非)정렬적 진행 속에서도 음표 하나하나가 생명을 얻고 지유를 만끽하는 듯하다. 머물 곳 없는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쉰다.
-조아름(curtzzo@naver.com)
김사랑-「Never」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할 때, 그 어떤 ‘응원가’라도 마음을 움직일 순 없다. 이미 단단히 굳어버린, 고립되어버린 심장은 같은 처지를 찾으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길 원한다. 뿌연 연기가 떠오르는 프로그래밍 소리와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비트는 고통의 끝을 함께 해주는 동반자다. 거기에 “Never Oh Never 이런 회색빛 세상에 / Never Oh Never 더 이상 꿈은 없네“ 라고 외쳐주는 후렴은 슬픈 감정의 마지막을 후려친다. 어쩌면, 외로움을 이겨내는 건 그 외로움의 절정을 맛보는 것일지도.
-이종민(1stplanet@gmail.com)
캐롤 킹(Carole King)-「You've got a friend」
“You just call out my name (그저 내 이름만 크게 불러) / And you know whenever I am (그러면 내가 어디에 있든지) / I'll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 (달려와서 널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 힘들고 외로울 때, 게다가 찬바람이 부는 밤이라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보다 어쩌면 오랜 친구가 더 절실할 수 있다. ‘캐롤 킹’ 자신이 이혼녀였던 아픔을 되새겨본다면 투박하고 거친 그녀의 목소리는 테크닉 절정의 어떤 놀라운 가창보다도 더 짜릿하고 포근하다. 이 세상 한가운데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나지막이 ‘당신은 친구가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기다린다.
-조이슬(es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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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마그네카르타
2014.02.27
애절한 절규에 가까운 노래
레논의 Mother
Woman이란 노래도 정말 좋아했는데.
heliokjh
2013.06.21
sind1318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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