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시간, 무대 위에서 만난다 - 뮤지컬 <우모자>
아프리카 사람들은 춤과 노래에 있어서만큼은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다. 영혼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 쫀득쫀득한 몸놀림은 그 어느 슈퍼스타의 무대에서도 볼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 특히 멋지게 깃털장식을 한 남자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두드려대는 아프리카 드럼은 손끝을 넘어 심장까지 떨리게 한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흥을 돋운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간에 이 무대 앞에 서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이 리듬을 탈 수밖에 혼을 빼놓는다. “그게 다 뭐야. 일단 음악을 들어. 일단 춤추고 봐.”라고 얘기하는 듯이 말이다.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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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c, 우모자! 함께 하는 정신
충무아트홀에 걸려 있는 <우모자> 포스터를 보며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순식간에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2006년, 그 무렵에도 이렇게 공연장에 커다랗게 걸린 <우모자> 포스터를 올려다본 일이 있었다. 그땐, 여기 충무로가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곳에서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혈혈단신 여행하면서 당시, 결코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몇몇 공연을 챙겨봤더랬다. 한 구석진 공연에서 노을이 질 무렵, 자연광만으로 조명을 활용했던 <한여름밤의 꿈> 무대, 그곳에서 만난 좋은 친구와 함께 봤던 <우모자> 무대는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할 인상으로 남아있다.
공연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무대의 에너지 때문에 나와 친구는 매우 흥분 상태로 극장을 빠져나왔는데, 우리는 연신 ‘우모자!’를 외쳐대며 늦게까지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우모자’가 무슨 말이야?‘ 극장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한 할아버지께 물었는데, 그분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프리카 말로 ’factastic'이란 뜻이란다”우리는 그 이후 대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헤어질 때도 “우모자!”하고 인사를 나눴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우모자’란 스와힐리어로 ‘함께 하는 정신’을 뜻한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낭만적인 은유였을까? 함께하는 일이야말로 황홀한 것이란 얘기였을까? 다시 물으러 가고 싶다.
음악과 춤에 담긴 아프리카의 시간
뮤지컬 우모자는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음악과 춤을 통해 들려준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에, 그들의 음악에 흘렀던 시간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공연이다. “아프리카가 제 고향입니다. 그곳에는 과거와 미래의 음악이 흐르죠. 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진행하는 해설자의 이야기에 맞춰서, 아프리카 과거의 민속춤, 잘나가는 도시 사람들이 즐겨 췄던 소피아타운의 스윙, 탄광 노동자들이 부츠를 이용해 대화했던 방식에서 기인한 검부츠 댄스,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재즈,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이 즐기는 디스코, 힙합, 하우스뮤직이 이어진다. 그 안에 사람들의 옷차림새를, 꿈을, 삶을 변화시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시 부족으로 모여 살면서, 매일매일 감사하고, 심지어 맥주를 위해서도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나가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그들이 겪는 일은, 그들이 꿈꿨던 삶과는 동떨어진 인종차별정책이다. 경찰의 몽둥이에 쫓겨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들을 꿈꾼다. 이전에는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는 강하게 사는 게 복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화려하고 황홀한 삶을 갈구한다. 더 섹시하게 춤추고, 사랑을 노래한다. 몇몇은 타고난 가창력과 춤솜씨로 스타로 떠오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자유와 꿈을 향한 기나긴 여정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춤과 노래로 펼쳐진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춤과 노래에 있어서만큼은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다. 영혼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 쫀득쫀득한 몸놀림은 그 어느 슈퍼스타의 무대에서도 볼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 특히 멋지게 깃털장식을 한 남자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두드려대는 아프리카 드럼은 손끝을 넘어 심장까지 떨리게 한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흥을 돋운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간에 이 무대 앞에 서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이 리듬을 탈 수밖에 혼을 빼놓는다. “그게 다 뭐야. 일단 음악을 들어. 일단 춤추고 봐.”라고 얘기하는 듯이 말이다.
거리에 아이들 키워 공연 올려
뮤지컬의 심장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1년 <우모자>가 처음 선을 보였다. 21년 동안 장기간 흥행해온 뮤지컬 <캐츠>의 차기작으로 <우모자>가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싱가포르 등 전 세계 33개 도시에서 공연을 올렸다. 우리나라에도 2003년부터 세 번의 공연을 올렸고, 이번 네 번째 공연은 <우모자>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진행한다. 이 공연을 세계가 주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공연은 함께하는 정신, 우모자 정신을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모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키워 공연에 올렸다. 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공연하고, 투어 할 때마다 다른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선다. 그러니 우리가 무대에서 만나는 아프리카 배우자는 전문 배우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길거리 청년들인 셈이다. 공연을 본다면 이런 놀라운 시스템에 놀라기 이전에, 그들이 가진 재능과 끼에 입을 벌리게 될 것이다. (이들이 정말 동네 청년들이었다고?!)
시간은 흐른다. 우리는 변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공연을 보고 나면, 꼭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이 민속춤을 추든, 세련된 스윙을 추든, 유혹적인 재즈를 연주하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품고 있는 특유한 에너지는 한결같았다. 또 춤출 때 골몰하느라 눈에서 불꽃을 쏘아대는 그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100분 동안 쉬지 않고, 그들은 온몸으로 ‘지금’의 춤을 춘다. 그러니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색색의 의상을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우모자’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충무아트홀에 걸려 있는 <우모자> 포스터를 보며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순식간에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2006년, 그 무렵에도 이렇게 공연장에 커다랗게 걸린 <우모자> 포스터를 올려다본 일이 있었다. 그땐, 여기 충무로가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곳에서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혈혈단신 여행하면서 당시, 결코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몇몇 공연을 챙겨봤더랬다. 한 구석진 공연에서 노을이 질 무렵, 자연광만으로 조명을 활용했던 <한여름밤의 꿈> 무대, 그곳에서 만난 좋은 친구와 함께 봤던 <우모자> 무대는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할 인상으로 남아있다.
공연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무대의 에너지 때문에 나와 친구는 매우 흥분 상태로 극장을 빠져나왔는데, 우리는 연신 ‘우모자!’를 외쳐대며 늦게까지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우모자’가 무슨 말이야?‘ 극장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한 할아버지께 물었는데, 그분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프리카 말로 ’factastic'이란 뜻이란다”우리는 그 이후 대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헤어질 때도 “우모자!”하고 인사를 나눴는데, 이번에 알고 보니 ‘우모자’란 스와힐리어로 ‘함께 하는 정신’을 뜻한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대답은 낭만적인 은유였을까? 함께하는 일이야말로 황홀한 것이란 얘기였을까? 다시 물으러 가고 싶다.
음악과 춤에 담긴 아프리카의 시간
뮤지컬 우모자는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음악과 춤을 통해 들려준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에, 그들의 음악에 흘렀던 시간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공연이다. “아프리카가 제 고향입니다. 그곳에는 과거와 미래의 음악이 흐르죠. 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진행하는 해설자의 이야기에 맞춰서, 아프리카 과거의 민속춤, 잘나가는 도시 사람들이 즐겨 췄던 소피아타운의 스윙, 탄광 노동자들이 부츠를 이용해 대화했던 방식에서 기인한 검부츠 댄스,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재즈,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이 즐기는 디스코, 힙합, 하우스뮤직이 이어진다. 그 안에 사람들의 옷차림새를, 꿈을, 삶을 변화시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시 부족으로 모여 살면서, 매일매일 감사하고, 심지어 맥주를 위해서도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하나 둘 도시로 나가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그들이 겪는 일은, 그들이 꿈꿨던 삶과는 동떨어진 인종차별정책이다. 경찰의 몽둥이에 쫓겨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들을 꿈꾼다. 이전에는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는 강하게 사는 게 복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화려하고 황홀한 삶을 갈구한다. 더 섹시하게 춤추고, 사랑을 노래한다. 몇몇은 타고난 가창력과 춤솜씨로 스타로 떠오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자유와 꿈을 향한 기나긴 여정이 무대 위에서 다양한 춤과 노래로 펼쳐진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춤과 노래에 있어서만큼은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다. 영혼에서부터 울려퍼지는 목소리, 쫀득쫀득한 몸놀림은 그 어느 슈퍼스타의 무대에서도 볼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 특히 멋지게 깃털장식을 한 남자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두드려대는 아프리카 드럼은 손끝을 넘어 심장까지 떨리게 한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흥을 돋운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간에 이 무대 앞에 서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이 리듬을 탈 수밖에 혼을 빼놓는다. “그게 다 뭐야. 일단 음악을 들어. 일단 춤추고 봐.”라고 얘기하는 듯이 말이다.
거리에 아이들 키워 공연 올려
뮤지컬의 심장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01년 <우모자>가 처음 선을 보였다. 21년 동안 장기간 흥행해온 뮤지컬 <캐츠>의 차기작으로 <우모자>가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싱가포르 등 전 세계 33개 도시에서 공연을 올렸다. 우리나라에도 2003년부터 세 번의 공연을 올렸고, 이번 네 번째 공연은 <우모자>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진행한다. 이 공연을 세계가 주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공연은 함께하는 정신, 우모자 정신을 단순히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모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키워 공연에 올렸다. 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공연하고, 투어 할 때마다 다른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선다. 그러니 우리가 무대에서 만나는 아프리카 배우자는 전문 배우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길거리 청년들인 셈이다. 공연을 본다면 이런 놀라운 시스템에 놀라기 이전에, 그들이 가진 재능과 끼에 입을 벌리게 될 것이다. (이들이 정말 동네 청년들이었다고?!)
시간은 흐른다. 우리는 변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공연을 보고 나면, 꼭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이 민속춤을 추든, 세련된 스윙을 추든, 유혹적인 재즈를 연주하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품고 있는 특유한 에너지는 한결같았다. 또 춤출 때 골몰하느라 눈에서 불꽃을 쏘아대는 그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100분 동안 쉬지 않고, 그들은 온몸으로 ‘지금’의 춤을 춘다. 그러니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색색의 의상을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우모자’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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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앙ㅋ
2014.07.07
s5000000
2013.06.03
뽀로리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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