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터렐의 《The Return》
After Effect 2022 ©James Turrell, courtesy Pace Gallery Photo by Kyle Knodell
먼저, 제임스 터렐의 《The Return》 은 서울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 전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80대인 터렐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빛을 다른 무언가를 비추고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저는 빛 자체를 다루는 예술을 합니다.”라고 밝히며, 새하얀 머리와 흰 수염의 현자의 모습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품 5점을 비롯해 판화, 조각 등 25점을 선보인다. 그는 1943년 미국 LA 출생으로,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다. 퀘이커 교도인 터렐은 인간 누구나 내면의 빛이 있다고 믿으며, 이는 “네 안의 빛을 찾아라”라는 할머니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그의 작품은 강원도 원주 뮤지엄 SAN에서 2013년부터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인 3층에는 특별 제작된 LED 기반 '웨지워크(Wedgework)'가 설치됐다. 어둠 속을 더듬으며 들어가면 ‘빛의 벽’이 펼쳐지고, 깜깜한 공간에 익숙해질수록 관람객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만난다. 또한, 터렐의 대규모 프로젝트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의 진행 과정을 담은 사진과 청사진이 소개된다. 이 프로젝트는 터렐이 16세에 조종사 면허를 따고, 애리조나 사막 위를 비행하던 중 사화산인 로든 분화구를 발견하며 시작됐다. 그는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24개의 관측 공간과 6개의 터널을 통해 자연과 천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관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터렐은 농담 삼아 “주위에 박사 논문을 마치지 못한 친구가 있을 텐데,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 달라”며 자신의 집요한 창작과 탐구를 유쾌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무료로 예약제로 운영되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제한되고 있다.
안토니 곰리의 《DRAWING ON SPACE》
상설 전시 공간 GROUND 전경. 사진 : 뮤지엄산
뮤지엄 SAN에서는 ‘현대 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의 대규모 전시 《DRAWING ON SPACE》 가 열리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곰리는 “조각은 이 세계를 직접 만지고 변화시키는 예술”이라며,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몸과 감각을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보루임을 강조했다. 상설관 ‘GROUND’ 오픈과 더불어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및 판화 40점 등을 청조갤러리 전관에서 선보인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협업한 뮤지엄 SAN의 새로운 상설 전시 공간 'GROUND' 다. 로마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개방적으로 설계된 이 공간은 자연의 소리와 바람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곰리는 "전시된 공간과 작품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공간에서 곰리의 대표작인 다양한 ‘철인’ 조각 7점은 고요한 정적 속에서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몸을 포개고, 자신의 내면과 공간을 성찰하게 만든다.
상설관 ‘GROUND’ 외에도, 전시는 청조갤러리 1관에서 3관까지 이어진다. 1관에서는 ‘경계의 영역’을 탐구하는 연작, 2관에서는 인체와 자연을 그린 드로잉 및 판화, 3관에서는 우주와 양자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Orbit Field II> 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곰리는 "조각은 정지된 채 고요하지만, 관람자의 움직임과 감정이 투영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며, 관람자가 작품과 교감하고 명상을 통해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의 작품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관람자의 신체적 참여와 감각적 인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이다. 11월 30일까지 계속되는 개인전과 GROUND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안토니 곰리 패키지는 대인 3만 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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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선 (미술 전문기자)
15년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미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미술 에세이 『내 곁에 미술』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