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유머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경이로운 듀오 MGMT
실험성이 한층 더 짙어진 음악으로 돌아온 엠지엠티(MGMT)의 음악, 소개합니다.
201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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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지엠티(MGMT)
어려운 음악은 좋은 음악일까.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묘한 갈등들 중 하나는 음악의 난해함과 높은 평가를 연결하는 이상한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손을 드는 음악은 직선적이고 단번에 캐치할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가 삽입된 팝 넘버에 가깝다. 공통의 정서와 공동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대중적인 성향이 여기에 내재된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팬들을 웃고 울린 팝 음악만큼이나, 어쩌면 팝 음악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것은 이해하기에도 버겁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실험성으로 중무장한 괴짜들의 음악이었다. 선구와 개척이라는 수식어로 수많은 애호가들이 찬사를 보냈던 이들의 발자취는 사실 일정한 시각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형태를 갖고 있었다. 선구와 개척이라고 언급했듯, 후대에까지 연결되는 통시적인 공과가 있어야지만 고개가 합당히 끄덕여지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채우는 이유는 이번 엠지엠티(MGMT)의 새 앨범이 전작들에 비해 유독 어렵기 때문이다. 네오 사이키델릭이라는 이들의 음악적 장르를 기준으로 두고 보면 더욱 몽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사운드스케이프를 넓게 확보해 나가는 움직임을 축으로 접근해보면 앰비언트의 성향도 어느 정도 더 가져가는 듯싶다. 들리는 귀에 입장에서는 단번에 포획해내기 힘에 부치고 두세 번씩 곱씹어야 하는 요구사항을 받은 형상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확실히 돌이켜 봐야할 점은 팝적인 곡을 써내는 데 있어서도 밴드는 분명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에 처음으로 발매한 정규 앨범 의 「Electric feel」이나 「Kids」에서는 단번에 사로잡는 훅을 보여주었고 「Time to pretend」나 2010년의 전작 의 「It's working」, 「Flash delirium」에서는 매혹적인 멜로디를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초점을 어디로 두어야 할까. 이들의 활동경로는 쉬운 음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듣고서 한 번에 이해되는 음악은 시도하지 않는다는 롤링스톤 지(紙)와의 인터뷰는 이를 정확히 설명한다. 밴드의 방향은 플레이밍 립스로, 프라이멀 스크림으로, 그리고 2011년 미국 NBC 방송국의 프로그램 <라스트 나잇 위드 지미 펄론>에서 커버했던 「Lucifer Sam」의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로 확실히 나아간다. 1990년대까지의 사이키델릭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플레이밍 립스와 머큐리 레브와 무수히 협업을 한 에서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프리드만을 다시 불러들인 것도 맥락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미리 논의를 종합해 본다면 신보 를 정의내리는 관점은 지난 6년간의 두 전작들보다 훨씬 더 실험성이 짙고 시도성이 짙은 결과물로 바라보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
그런 점에 있어 첫 트랙 「Alien days」와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Cool song no.2」는 꽤나 매력적이다. 필요한 곳마다 팝 사운드를 적절히 등장시키면서도 이번 앨범의 골자라 할 수 있는 공간감의 확보를 훌륭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멋진 곡은 다음에 등장하는 「Mystery disease」와 1960년대의 개러지 밴드 페인 제이드(Faine Jade)를 커버한 「Introspection」이다. 이 지점이야 말로 엠지엠티 판 사이키델리아가 제대로 구현되는 순간이자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 하겠다. 신디사이저로 뽑아낸 우주의 물감은 널따란 캔버스를 완전히 물들이고 물감이 닿는 곳곳은 갖은 색감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사운드를 뽑아내는 재능과 다양하게 활용하는 역량은 확실히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작 을 현대적으로 끌어온 듯한 「Your life is a lie」도 앨범의 절정을 함께하는 곡이며 사운드를 증폭시키는 식으로 부피의 완력을 구사하는 「A good sadness」와 서프 록을 오묘하게 섞은 「Plenty of girls in the sea」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싱글로 소개되었던 「Kids」나 「Electric feel」, 「Time to pretend」와 같은 곡들을 생각해보면 이번 음반이 다소 당혹스럽게도 다가오겠지만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의 밖, 다시 말해 각양의 시도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낳았던 앨범 단위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접근해보면 이러한 음악이 영 어색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에서의 「4th dimensional transition」이나 에서의 12분짜리 대곡 「Siberian breaks」를 들어보면 이들이 일찌감치 환각 여행을 위한 궤도를 깔아놓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코 무작정으로 난해함을 쑤셔 넣는 움직임이 아니다. 신보에서의 「Mystery disease」와 「Astro-mancy」, 「An orphan of fortune」과 같은 트랙들은 6년 전부터 실험에 몰두해왔던 스튜디오의 과학자들이 조금씩 흘려보낸 결과물들의 결정체인 것이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겠다. 특정한 록 팬들과 힙스터를 자처하는 매니아들에게는 환영이 따라온다 해도 어느 정도 적정선을 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분명 따른다. 이전의 두 작품이 연달아 성공을 거둔 덕에 일정 이상의 브랜드 효과는 선점하겠지만 표면에 가려진 실질적인 반응은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서두에서 꺼냈던 말로 이 이야기에 마무리를 지어본다면 이 앨범의 가치를 매기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재기 넘치는 듀오 앤드류 밴윈가든과 벤 골드바서의 역량은 확실하다. 당장에 수긍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기는 하나 틀림없이 신보는 전작들보다도 더 뻗어나간 지점에 자리한, 지난 결과물을 아우르는 훌륭한 작품이다. 합당한 호착(好着)일까, 호기로운 패석(敗石)일까. 논의는 역시나 다음 행보에 달려있겠지만 서둘러서 결론을 내리자면 결코 실망시킬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돌이켜보자. 사실 엠지엠티는 그렇게 움직이는 팀이지 않았나. 신보는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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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음악은 좋은 음악일까.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묘한 갈등들 중 하나는 음악의 난해함과 높은 평가를 연결하는 이상한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손을 드는 음악은 직선적이고 단번에 캐치할 수 있는 친숙한 멜로디가 삽입된 팝 넘버에 가깝다. 공통의 정서와 공동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대중적인 성향이 여기에 내재된 셈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팬들을 웃고 울린 팝 음악만큼이나, 어쩌면 팝 음악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것은 이해하기에도 버겁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실험성으로 중무장한 괴짜들의 음악이었다. 선구와 개척이라는 수식어로 수많은 애호가들이 찬사를 보냈던 이들의 발자취는 사실 일정한 시각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형태를 갖고 있었다. 선구와 개척이라고 언급했듯, 후대에까지 연결되는 통시적인 공과가 있어야지만 고개가 합당히 끄덕여지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채우는 이유는 이번 엠지엠티(MGMT)의 새 앨범이 전작들에 비해 유독 어렵기 때문이다. 네오 사이키델릭이라는 이들의 음악적 장르를 기준으로 두고 보면 더욱 몽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사운드스케이프를 넓게 확보해 나가는 움직임을 축으로 접근해보면 앰비언트의 성향도 어느 정도 더 가져가는 듯싶다. 들리는 귀에 입장에서는 단번에 포획해내기 힘에 부치고 두세 번씩 곱씹어야 하는 요구사항을 받은 형상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확실히 돌이켜 봐야할 점은 팝적인 곡을 써내는 데 있어서도 밴드는 분명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에 처음으로 발매한 정규 앨범
그렇다면 초점을 어디로 두어야 할까. 이들의 활동경로는 쉬운 음악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듣고서 한 번에 이해되는 음악은 시도하지 않는다는 롤링스톤 지(紙)와의 인터뷰는 이를 정확히 설명한다. 밴드의 방향은 플레이밍 립스로, 프라이멀 스크림으로, 그리고 2011년 미국 NBC 방송국의 프로그램 <라스트 나잇 위드 지미 펄론>에서 커버했던 「Lucifer Sam」의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로 확실히 나아간다. 1990년대까지의 사이키델릭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플레이밍 립스와 머큐리 레브와 무수히 협업을 한
싱글로 소개되었던 「Kids」나 「Electric feel」, 「Time to pretend」와 같은 곡들을 생각해보면 이번 음반이 다소 당혹스럽게도 다가오겠지만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의 밖, 다시 말해 각양의 시도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낳았던 앨범 단위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접근해보면 이러한 음악이 영 어색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겠다. 특정한 록 팬들과 힙스터를 자처하는 매니아들에게는 환영이 따라온다 해도 어느 정도 적정선을 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분명 따른다. 이전의 두 작품이 연달아 성공을 거둔 덕에 일정 이상의 브랜드 효과는 선점하겠지만 표면에 가려진 실질적인 반응은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서두에서 꺼냈던 말로 이 이야기에 마무리를 지어본다면 이 앨범의 가치를 매기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재기 넘치는 듀오 앤드류 밴윈가든과 벤 골드바서의 역량은 확실하다. 당장에 수긍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기는 하나 틀림없이 신보는 전작들보다도 더 뻗어나간 지점에 자리한, 지난 결과물을 아우르는 훌륭한 작품이다. 합당한 호착(好着)일까, 호기로운 패석(敗石)일까. 논의는 역시나 다음 행보에 달려있겠지만 서둘러서 결론을 내리자면 결코 실망시킬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돌이켜보자. 사실 엠지엠티는 그렇게 움직이는 팀이지 않았나. 신보는 충분히 좋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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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