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펑스(Dick Punks), 4인 4색 딕펑스표 발라드 소품집
발라드 곡들로 채운 딕펑스의 미니 앨범 소개합니다.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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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펑스(Dick Punks)
는 밴드 딕펑스의 발라드 소품집이다. 봄에 낸 미니앨범에 이어서 다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웬 발라드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 모르나 딕펑스는 서정에도 일가견이 있는 밴드였다. 그런데 왜 하필 발라드로 소품집을 냈을까. 생각해보면 딕펑스는 내외적으로 애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메이저와 인디의 중간 지점에 발을 걸치고 있고 무난하게 모든 장르를 소화하지만 아직 자신들의 색을 하나씩 구축해가는 단계에 서 있는 것이다. 이번 앨범도 그 단계들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일전에 발표된 「나비」 나 「약국에 가면」 과 같은 곡들을 들어보았던 청자라면 이번 앨범을 낯설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건반이다. 딕펑스의 음악에서 건반은 피아노만을 고집한다. 어쿠스틱한 피아노 소리가 가장 자신들의 음악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 밝힌 적도 있는데 그 덕분인지 딕펑스하면 건반주자 김현우의 피아노 속주가 먼저 떠오른다. 피아노란 악기의 특성상 날 것이란 인상도 강하고 억지로 화려한 느낌도 덜하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첫 인상과 포인트 역시 반 이상이 건반을 통해 주조되었다.
총 다섯 곡의 수록곡들을 듣다보면 딕펑스가 자신들의 발라드에 어떤 식으로 감정을 불어넣는지 느낄 수 있다. 청춘의 속성을 가장 즐겨 이용하는 밴드답게 사랑 노래에도 젊음에 관련된 이미지가 많이 담겨있다. 연남동과 같이 실제 지명을 언급하거나 라떼를 마시는 모습을 회상하는 가사는 연애 자체를 추상적인 감정과 소감의 측면에서만 해석하지 않음을 보인다. 오히려 과거의 연애를 실재하는 사건과 추억으로 재현시키는 현실적 서사와 젊은 감각이 음악에 공존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상대를 지칭하는 단어도 연인 애인이 아닌 여자 친구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소재로 노래하는 「그 일(1)」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실제 연애 담을 듣는 것만 같은 딕펑스의 발라드에는 슬픔은 있어도 우울은 없고 지질할지는 모르나 지저분하지는 않다.
앨범은 무난하지만 재발견이라기보다는 재현에 가깝다. 개중에는 좋은 멜로디나 색다른 시도도 보이지만 딕펑스의 이전 경력에 비추어보면 평범하다. 무엇보다 연주곡을 제외하면 수록곡이 다섯 곡밖에 되지 않음에도 그 짧은 러닝타임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활용하지는 못한 느낌이다. 막상 마지막 곡인 「회색(쇼리)」 에 이르면 익숙해진 맥락에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소품집 이상의 기능을 하지는 못하는 앨범이 되어버렸다.
딕펑스의 새로운 정규 앨범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올해에 낸 미니 앨범만 두 장이다. 정규 앨범의 러닝타임을 이끌 능력은 충분하지만 메이저 시장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리스크 역시 커진 모양새다. 딕펑스의 음악은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안정감을 토대로 계속 다작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들의 한계효용을 깎을 뿐이다. 용단을 내려야 할 순간은 언젠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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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발표된 「나비」 나 「약국에 가면」 과 같은 곡들을 들어보았던 청자라면 이번 앨범을 낯설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건반이다. 딕펑스의 음악에서 건반은 피아노만을 고집한다. 어쿠스틱한 피아노 소리가 가장 자신들의 음악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 밝힌 적도 있는데 그 덕분인지 딕펑스하면 건반주자 김현우의 피아노 속주가 먼저 떠오른다. 피아노란 악기의 특성상 날 것이란 인상도 강하고 억지로 화려한 느낌도 덜하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첫 인상과 포인트 역시 반 이상이 건반을 통해 주조되었다.
총 다섯 곡의 수록곡들을 듣다보면 딕펑스가 자신들의 발라드에 어떤 식으로 감정을 불어넣는지 느낄 수 있다. 청춘의 속성을 가장 즐겨 이용하는 밴드답게 사랑 노래에도 젊음에 관련된 이미지가 많이 담겨있다. 연남동과 같이 실제 지명을 언급하거나 라떼를 마시는 모습을 회상하는 가사는 연애 자체를 추상적인 감정과 소감의 측면에서만 해석하지 않음을 보인다. 오히려 과거의 연애를 실재하는 사건과 추억으로 재현시키는 현실적 서사와 젊은 감각이 음악에 공존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상대를 지칭하는 단어도 연인 애인이 아닌 여자 친구다. 메신저 프로그램을 소재로 노래하는 「그 일(1)」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실제 연애 담을 듣는 것만 같은 딕펑스의 발라드에는 슬픔은 있어도 우울은 없고 지질할지는 모르나 지저분하지는 않다.
앨범은 무난하지만 재발견이라기보다는 재현에 가깝다. 개중에는 좋은 멜로디나 색다른 시도도 보이지만 딕펑스의 이전 경력에 비추어보면 평범하다. 무엇보다 연주곡을 제외하면 수록곡이 다섯 곡밖에 되지 않음에도 그 짧은 러닝타임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활용하지는 못한 느낌이다. 막상 마지막 곡인 「회색(쇼리)」 에 이르면 익숙해진 맥락에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소품집 이상의 기능을 하지는 못하는 앨범이 되어버렸다.
딕펑스의 새로운 정규 앨범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올해에 낸 미니 앨범만 두 장이다. 정규 앨범의 러닝타임을 이끌 능력은 충분하지만 메이저 시장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앨범을 내는 것에 대한 리스크 역시 커진 모양새다. 딕펑스의 음악은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안정감을 토대로 계속 다작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들의 한계효용을 깎을 뿐이다. 용단을 내려야 할 순간은 언젠가 찾아온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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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