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은 어떻게 나온 이름일까
한국 대중음악과 그것의 문화ㆍ사회적 문맥을 읽는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먼저 지금의 주류 대중음악인 케이팝 현상과 그 파급력의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독해까지 제시한다.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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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서울 혜화동 벙커1에서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출간기념 북토크쇼 ‘풍문으로 들었소’가 열렸다. 책의 저자이자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깜악귀가 함께한 자리로 마련됐다. 책은 한국 대중음악의 문화ㆍ사회적 문맥을 통해 그 존재이유를 탐색하고 공간을 통해 대중음악을 사유한다. 특히 주류 대중음악인 케이팝과 그 파급력의 요인을 분석하고, 비판적 독해도 제시한다.
케이팝과 글로벌화는 어떤 관계일까
저자 신현준이 먼저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인디’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는 과거 가요라는 말을 주로 썼고, 서양의 것은 ‘팝’이라고 불렀던 것이 익숙한 표현이다. 한국가요, 케이팝, 강남스타일, 홍대인디 등의 용어를 보자. 그런데 우리는 ‘한국 팝’이라고 하지 않는다. 가요라고 불러서 문제없던 것을 왜 케이팝이라고 부를까.”
저자에 의하면, 케이팝은 1990년대까지도 우리가 쓰던 용어가 아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문화산업은 정부나 정책적인 지원을 받았다. 또 우연찮게 1990년대 말, 한류가 발생했다. 드라마 중심으로 시작된 한류는 2000년대 말 이후 새로운 플랫폼과 지리가 발생했다. 케이팝이 부각된 것은 2008년 무렵이었다. 이어 곧 한류의 새로운 강자가 됐다. 좁은 의미의 한류는 ‘아시아권에서 TV드라마의 열기’를 뜻하나 이것이 확대된 것이다.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잘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래된 관습에 따라 ‘가요’라는 범주가 일상의 용어법을 지배해왔다.… 케이팝은 한국의 음악산업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한 제이팝이 일본 대중음악 전체를 포괄하는 반면, 케이팝은 아직은 한국 대중음악 일부만을 포괄하는 것 같다.… 케이팝은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케이팝의 물질적 배경은 수출지향적 문화경제인 것이다.” (p.31)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가요의 스케일이 글로벌화 됐다. 케이팝과 가요의 차이라면 스케일에 의한 것이다. 이수만이 ‘컬쳐테크놀러지(CT)’라는 말을 썼는데, 이를 실감한 것이 SM의 생산물을 통해서였다. 그들을 보면 테크놀러지 혹은 사이보그 같다. 문제는 그들이 별로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불행해 보이지(웃음). 그게 나의 해석이다. 인간의 새로운 유형, 새로운 탄생과 같은 느낌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케이팝 이전의 한국유행을 살폈다. 1단계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중국, 대만, 몽골 등에서 ‘한국 유행(한류)’이 퍼졌다. 우연한 발생이었다. 짝퉁 음반도 중요한 텍스트였다. 다음 단계인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장나라, 보아, 비 등을 통해 현지화, 협업, 일본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이 무렵, 일본에서 K-pop(케이팝)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케이팝은 싸이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까지 수입의 80%가 일본에서 나왔다. 다음 단계로 미국 시장 진출이 이뤄졌다. 보아, 비, 세븐 등이 미국에 진출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시아 버전과 미국 버전이 달랐다.
이어 원더걸스가 있었다. 원더걸스는 복고를 무기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하나의 시도였으나 큰 성공을 보진 못했다. 이후 엑소 등의 ‘아시아 다민족 케이팝’이 등장했다. 가사가 3~4개 국어로 쓰였다. 저자는 이게 진정한 케이팝이 확립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통해 SM, JYP, YG의 위상이 확립됐다. 제작시스템도 변화했다.
“처음에는 작곡가가 회사에 있는 ‘인하우스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비밀스럽게 작업이 이뤄진다.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이 시스템에 일하는 사람은 행복할까? 글쎄, 정신없더라. 열심히 일하는 산업이 됐다는 것이 단순한 결론이다. 음악 산업이 이전과 달라졌다. 유럽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만들고, 아시아에 판다. 유럽에서 사오지 못하면, 비슷하게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연습은 한국에서 해야 함을 뜻한다. 싸이는 그런 면에서 케이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면서 또 하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정리에 의하면, 케이팝은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벌한 문화형식이다. ‘글로벌’은 순환의 범위이며, 그 순환의 ‘문화’가 있다. 그는 케이팝을 한국음악의 역사가 아닌 팝의 지리, 팝음악의 역사로 보는 건 어떠냐고 권했다.
음악과 로컬 장소의 의미에 대하여
저자는 이어 대중음악과 공간(장소)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글로벌/리저널/로컬의 측면에서 본 대중음악 혹은 특정장소를 기억에 담은 대중음악의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 서울에서 1980년대의 대중음악을 먼저 다뤘다. 한강의 개발과 서울의 이동을 거쳐 1980년대 여의도에 KBS가 들어섰다. 이에 80년대 주류음악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졌다.
그렇다면 주류가 아닌 음악은 어디서 어떻게 울려 퍼졌을까. 당시에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이 통용됐다. 음악 신촌 등지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이정선, 한영애, 신촌블루스 등이 주류와는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또한 구로공단 등에선 민중가요라고 부르는 음악이 나왔다.
“이런 내러티브가 남아 있는데, 지금 보면 힘이 없어 보인다. 추억담 정도로만 남았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약점은 90년대 이야기가 없다.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룰라, 박진영 등 신세대 댄스가요는 전국적이고 동질적이었을까. 이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홍대 앞 등으로 모였다. 이 무렵엔 ‘관악청년포크협의회’ 등과 같이 지역을 담은 흐름도 있었다. 홍대 인디라는 것이 장소와 연관이 된다. 어느 순간 홍대에는 예술 하는 사람뿐 아니라 댄스클럽이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홍대의 주인은 누구냐!”
공간은 그 곳에 모이는 사람에 의해 정체성이 변하기 마련이다. 홍대도 변해갔다. 홍대 인근에 YG사옥이 들어섰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도심재활성화)’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두리반 등 철거에 반대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사이 청담동에는 SM, JYP, 큐브 등의 대형기획사들이 모였다.
“정리하자면, 음악과 장소의 연관이 1:1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되고, 구축되고, 공유되고 때로 공인된다. 그런데 왜 끊임없이 연관시키려고 할까. 홍대는 어느 특정의 누구들만 오는 곳이고, 다른 곳은 또 다른 특정 세력의 곳처럼 인식된다. 글로벌화 되고 탈영토화 하는 힘이 작용하는 현대에도 음악과 장소를 연관 짓는 것은 장소에서의 경험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장소는 곧 특정한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즉, 정감적(정동적)으로 기입한다.”
이어 성기완의 노래, ‘꽃’과 ‘꿈꾸는 나비’가 울려 퍼졌고, 깜악귀는 ‘빈집’을 불렀다. 세 사람이 함께 자리를 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Q & A
케이팝의 정의와 관련, ‘아이돌 팝의 역사’로 보면 되나?
엑소를 언급할 때 산울림, 들국화,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등에서 이어지기보다 다른 계열의 역사로 봐야 한다. 역사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이질적인 계열이나 갈래가 있다. 50년대의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은 다르다. 나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궁금한 사람인데, 내가 말한 것을 또 하나의 관점으로 봐주면 좋겠다.
케이팝을 장르적인 특성보다 산업적으로 이뤄진 과정으로 보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생산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트레이닝 되고 자원과 기술이 투입되는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프로듀서나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할지 궁금해지더라. SM에 가본 적이 잇는데, 한 곡에 대해 50개 이상의 버전을 만든다더라. 그리고 모든 것을 데이터화한다. 대기업의 고객관리에 비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데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책은 케이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말을 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스텔라의 노출이 화제가 됐었다. 걸그룹의 노출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돈나도 처음 나왔을 때도 성을 상품화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뒤로 갈수록 ‘포스트 페미니즘’도 언급되고 아티스트로 대우 받는 과정을 보면 스텔라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웃음). 이효리를 봐도 핑클 시절에는 또 하나의 걸그룹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진 것을 보면 꼼꼼하게 짚어볼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섹슈얼리티,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대중음악은 섹스의 문제라며 3분 정도 걸리고, 짜릿하나 끝나고 허망하다는 식의 담론이 있기도 했다. 지금 걸그룹 노출을 보면 섹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책 제목에 ‘그 너머’라고 돼 있는데, 어떤 의미이며, 케이팝은 어떻게 흘러가야 한다고 보나?
그 너머가 멋있게 들렸는지는 모르겠는데(웃음), 배후나 저편에 있는 것들을 뜻한다. 가요나 케이팝이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계몽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상도 그런 것 같지 않고. 나는 케이팝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음악은 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던지는가, 음악은 왜 내가 누군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가,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음악은 우리는 누군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이야기가 모이는 이런 것이 활발한 게 좋다. 음악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그것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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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위를 진지하게 수행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랑에 ‘이유’는 없다. ‘그냥’ 좋은 것이다. 그처럼 나에게 음악은 오래전부터 사랑의 대상이다. 내가 음악을 듣고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디제이가 음반을 골라서 음악을 트는 일과 비슷하다.… 그건 어느 팝송 제목처럼 ‘사랑의 노동 the labor of love’이기도 하다.” (p.5) | ||
케이팝과 글로벌화는 어떤 관계일까
저자 신현준이 먼저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인디’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는 과거 가요라는 말을 주로 썼고, 서양의 것은 ‘팝’이라고 불렀던 것이 익숙한 표현이다. 한국가요, 케이팝, 강남스타일, 홍대인디 등의 용어를 보자. 그런데 우리는 ‘한국 팝’이라고 하지 않는다. 가요라고 불러서 문제없던 것을 왜 케이팝이라고 부를까.”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잘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래된 관습에 따라 ‘가요’라는 범주가 일상의 용어법을 지배해왔다.… 케이팝은 한국의 음악산업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한 제이팝이 일본 대중음악 전체를 포괄하는 반면, 케이팝은 아직은 한국 대중음악 일부만을 포괄하는 것 같다.… 케이팝은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케이팝의 물질적 배경은 수출지향적 문화경제인 것이다.” (p.31)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가요의 스케일이 글로벌화 됐다. 케이팝과 가요의 차이라면 스케일에 의한 것이다. 이수만이 ‘컬쳐테크놀러지(CT)’라는 말을 썼는데, 이를 실감한 것이 SM의 생산물을 통해서였다. 그들을 보면 테크놀러지 혹은 사이보그 같다. 문제는 그들이 별로 불행해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불행해 보이지(웃음). 그게 나의 해석이다. 인간의 새로운 유형, 새로운 탄생과 같은 느낌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케이팝 이전의 한국유행을 살폈다. 1단계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중국, 대만, 몽골 등에서 ‘한국 유행(한류)’이 퍼졌다. 우연한 발생이었다. 짝퉁 음반도 중요한 텍스트였다. 다음 단계인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장나라, 보아, 비 등을 통해 현지화, 협업, 일본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이 무렵, 일본에서 K-pop(케이팝)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케이팝은 싸이가 미국에 진출하기 전까지 수입의 80%가 일본에서 나왔다. 다음 단계로 미국 시장 진출이 이뤄졌다. 보아, 비, 세븐 등이 미국에 진출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시아 버전과 미국 버전이 달랐다.
이어 원더걸스가 있었다. 원더걸스는 복고를 무기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하나의 시도였으나 큰 성공을 보진 못했다. 이후 엑소 등의 ‘아시아 다민족 케이팝’이 등장했다. 가사가 3~4개 국어로 쓰였다. 저자는 이게 진정한 케이팝이 확립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통해 SM, JYP, YG의 위상이 확립됐다. 제작시스템도 변화했다.
“처음에는 작곡가가 회사에 있는 ‘인하우스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비밀스럽게 작업이 이뤄진다.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이 시스템에 일하는 사람은 행복할까? 글쎄, 정신없더라. 열심히 일하는 산업이 됐다는 것이 단순한 결론이다. 음악 산업이 이전과 달라졌다. 유럽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만들고, 아시아에 판다. 유럽에서 사오지 못하면, 비슷하게 만들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연습은 한국에서 해야 함을 뜻한다. 싸이는 그런 면에서 케이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면서 또 하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정리에 의하면, 케이팝은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벌한 문화형식이다. ‘글로벌’은 순환의 범위이며, 그 순환의 ‘문화’가 있다. 그는 케이팝을 한국음악의 역사가 아닌 팝의 지리, 팝음악의 역사로 보는 건 어떠냐고 권했다.
음악과 로컬 장소의 의미에 대하여
저자는 이어 대중음악과 공간(장소)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글로벌/리저널/로컬의 측면에서 본 대중음악 혹은 특정장소를 기억에 담은 대중음악의 역사에 대한 것이었다. 서울에서 1980년대의 대중음악을 먼저 다뤘다. 한강의 개발과 서울의 이동을 거쳐 1980년대 여의도에 KBS가 들어섰다. 이에 80년대 주류음악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졌다.
“‘여의도 방송가’는 대중음악과 관련된 여러 주체가 좁은 문을 뚫고 정상에 등극하기 위해 처절히 경쟁하는 핵심적 부지가 되었다.” (p.181) | ||
“이런 내러티브가 남아 있는데, 지금 보면 힘이 없어 보인다. 추억담 정도로만 남았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약점은 90년대 이야기가 없다.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룰라, 박진영 등 신세대 댄스가요는 전국적이고 동질적이었을까. 이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홍대 앞 등으로 모였다. 이 무렵엔 ‘관악청년포크협의회’ 등과 같이 지역을 담은 흐름도 있었다. 홍대 인디라는 것이 장소와 연관이 된다. 어느 순간 홍대에는 예술 하는 사람뿐 아니라 댄스클럽이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홍대의 주인은 누구냐!”
공간은 그 곳에 모이는 사람에 의해 정체성이 변하기 마련이다. 홍대도 변해갔다. 홍대 인근에 YG사옥이 들어섰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도심재활성화)’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두리반 등 철거에 반대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사이 청담동에는 SM, JYP, 큐브 등의 대형기획사들이 모였다.
“정리하자면, 음악과 장소의 연관이 1:1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되고, 구축되고, 공유되고 때로 공인된다. 그런데 왜 끊임없이 연관시키려고 할까. 홍대는 어느 특정의 누구들만 오는 곳이고, 다른 곳은 또 다른 특정 세력의 곳처럼 인식된다. 글로벌화 되고 탈영토화 하는 힘이 작용하는 현대에도 음악과 장소를 연관 짓는 것은 장소에서의 경험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장소는 곧 특정한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즉, 정감적(정동적)으로 기입한다.”
이어 성기완의 노래, ‘꽃’과 ‘꿈꾸는 나비’가 울려 퍼졌고, 깜악귀는 ‘빈집’을 불렀다. 세 사람이 함께 자리를 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Q & A
케이팝의 정의와 관련, ‘아이돌 팝의 역사’로 보면 되나?
엑소를 언급할 때 산울림, 들국화,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등에서 이어지기보다 다른 계열의 역사로 봐야 한다. 역사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이질적인 계열이나 갈래가 있다. 50년대의 아이돌과 지금의 아이돌은 다르다. 나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궁금한 사람인데, 내가 말한 것을 또 하나의 관점으로 봐주면 좋겠다.
“아이돌은 하나의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제도라는 말이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디션, 연습생, 지적 재산권, 장기 계약, 방송 프로그램, 팬클럽, 노래방 등의 복잡한 하위제도를 통해 아이돌이 작동한다고 생각하면, 이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을 생산하는 케이팝을 ‘기계’라든가 ‘공장’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런 제도적 작동 방식을 나타내기 위한 은유일 것이다. 아이돌에 대한 진지한 분석은 이들의 작품이나 연행(퍼포먼스)을 넘어 이런 제도에 대한 종합적 고려를 하지 않으면 앙상해지기 쉽다.” (p.24) | ||
나는 그들의 생산방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트레이닝 되고 자원과 기술이 투입되는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프로듀서나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할지 궁금해지더라. SM에 가본 적이 잇는데, 한 곡에 대해 50개 이상의 버전을 만든다더라. 그리고 모든 것을 데이터화한다. 대기업의 고객관리에 비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데 무섭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책은 케이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말을 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스텔라의 노출이 화제가 됐었다. 걸그룹의 노출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돈나도 처음 나왔을 때도 성을 상품화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뒤로 갈수록 ‘포스트 페미니즘’도 언급되고 아티스트로 대우 받는 과정을 보면 스텔라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웃음). 이효리를 봐도 핑클 시절에는 또 하나의 걸그룹이었는데, 지금은 달라진 것을 보면 꼼꼼하게 짚어볼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섹슈얼리티,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대중음악은 섹스의 문제라며 3분 정도 걸리고, 짜릿하나 끝나고 허망하다는 식의 담론이 있기도 했다. 지금 걸그룹 노출을 보면 섹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책 제목에 ‘그 너머’라고 돼 있는데, 어떤 의미이며, 케이팝은 어떻게 흘러가야 한다고 보나?
그 너머가 멋있게 들렸는지는 모르겠는데(웃음), 배후나 저편에 있는 것들을 뜻한다. 가요나 케이팝이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계몽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 세상도 그런 것 같지 않고. 나는 케이팝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음악은 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던지는가, 음악은 왜 내가 누군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가,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음악은 우리는 누군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이야기가 모이는 이런 것이 활발한 게 좋다. 음악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그것에 주목했다.
“‘대중음악이 왜 이 사회에 존재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이 책의 여정이 독자들과 공유되고 교감되기를 바란다. 설사 이 책이 선명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질문이 유효하다고 동의되기를 바란다.”(p.25) | ||
[관련 기사]
-후크 송 VS 콘셉트 송
-걸 그룹의 섹시하고 복잡한 모험
-선미와 갓세븐, 혹은 JYP의 터닝 포인트
-조용필, 엑소, 아이유… 2013년을 빛낸 가요 싱글
-음악과 비평, 그 무엇보다 차우진 - 『청춘의 사운드』
-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신현준 저 | 돌베개
한국 대중음악과 그것의 문화ㆍ사회적 문맥을 읽으며, 한국 대중음악의 존재이유에 대한 진지한 탐문을 담은 책이다. 지금의 주류 대중음악인 케이팝 현상과 그 파급력의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독해까지 제시한다. 그리고 한국의 대중음악을 지리, 경제, 역사, 정치, 일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조명함으로써,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대중음악의 특징과 역사의 전모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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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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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슈퍼작살
2014.03.01
은령써니
2014.02.27
저도 평소에 케이 팝이란 말이 너무 일상적으로 쓰여서, 무언가 깊이있는 비평의 필요를 느꼈던--
부레옥잠
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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