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엄마와 차를 마신 딸의 이야기
현재 그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와 광동식 디저트를 이용한 자신만의 독특한 라세피를 개발하여 카페 ‘인야’를 운영하고 있다. 인야(Yinya)는 음아(飮雅)의 중국식 발음이다. 『인야의 티 노트』 저자 조은아를 서면으로 만났다.
20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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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엄마와의 티타임은 단순한 대화의 차원을 넘어선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의견 차이를 줄여 나갈 수 있다. 이해, 배려, 신뢰를 만들어주는 것이 모녀의 티타임이다. 『인야의 티 노트』 에는 모녀의 티타임 이야기와 더불어 좋은 차란 무엇인지,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현재 그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와 광동식 디저트를 이용한 자신만의 독특한 라세피를 개발하여 카페 ‘인야’를 운영하고 있다. 인야(Yinya)는 음아(飮雅)의 중국식 발음이다. 『인야의 티 노트』 저자 조은아를 서면으로 만났다.
티큐레이터로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티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티큐레이터(Tea Curator)는 차와 관련된 분야에서 제다(차를 만드는 일)에 관한 기술부터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교육을 합니다. 구입 또는 수집한 차들을 감정하며 그 내용들을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설명할 수 있는 차(茶)에 관한 전문가를 지칭합니다.
특별히 중국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중국의 한 친구가 저에게 “왜 중국차를 공부한다고 해? 차를 공부한다고 하지”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앞으로 나는 정확하게 중국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모두 차를 생산하고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갖고 독자적으로 발전하였지요. 역사적으로 삼국의 차문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현대의 차 문화를 살펴보면 이미 각국은 자신만의 독창적 문화를 구축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화로 승화시켰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차 문화와 중국의 차 문화 그리고 일본의 차 문화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나라의 구분 없이 차를 마셔왔습니다. 중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저는 오히려 한국의 차 문화가 얼마나 우수한지, 우리의 색을 지켜가며 얼마나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의 차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요.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차 문화를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차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며, 좋은 점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약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차도 유럽의 홍차들도 좋아하지만,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중국차를 합니다”라고요.
무이암차를 마실 때는 자사호를 선택하는 것이 암차의 향을 부드럽게 해주고 맛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중일, 차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삼국의 차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차 문화를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차를 우리고 마시는 문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두고 다례(茶禮)라고 하며 일본은 다도(茶道), 중국에서는 다예(茶藝)라고 표현을 하지요. 우리나라가 예(禮)를 기반에 둔 차 문화라 한다면, 일본은 철학적 정신을 바탕에 둔 도(道)를 중시하는 문화입니다. 끝으로 중국은 차 문화를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중국은 다예(茶藝)라고 부릅니다.
20년간 엄마와 티타임을 가지셨는데요. 이걸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빠가 섭섭해하지는 않았나요?
가족 모두가 차를 좋아해서 차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 중 하나라는 것이 우선 그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가족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그 시간이 저희 가족에겐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나 좋은 일들, 그리고 장래 계획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는 안정된 마음의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늘 좋은 결론과 웃음으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티타임을 좋아하셨습니다.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엄마와 차를 마시는 시간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죠. 많은 시간을 아빠와도 사실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빠는 직장을 다니셔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간으로 함께하지 못해 토요일에나 마음 놓고 티타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빠는 서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티타임에 자유롭게 동참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오래될수록 쓰고 떫은맛은 없어지고 부드럽고 순한 보이차 티테이블
똑같은 차도 더 맛있게, 분위기 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차의 품질이나 우리는 시간, 방법 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방법들도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에 대한 좋고 나쁨에 대한 편견 없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이나 향, 또는 맛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굳이 끄집어 내어 분석하면서 좋다, 나쁘다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맛있는 차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평소에는 건강하게 웃으며 생활하던 사람이 건강검진을 앞두고 몸의 곳곳이 의심이 가고 아픈 것 같은 마음이 들 수 있듯이 말이죠.
차의 품질은 적어도 세 번은 우려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차에 해당되는 것인지요?
사실 이 이야기가 모든 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침출 속도가 빠르고 침출력이 강한 청차(우롱차)나 흑차의 경우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녹차나 황차, 홍차 등은 정성스럽게 우린 첫 번째 잔만으로도 차의 진가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녹차, 황차, 청차와 같은 차의 분류가 아닌 차 하나씩을 놓고 본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에는 ‘개완’, ‘열문’ 등 다소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요. 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용어들도 알아야 하나요?
차에 대한 용어를 이해한다면 차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를 반드시 알아야만 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즐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점차 시간이 가면서 상대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 차를 즐기는 것 역시 그러합니다. 우선 차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렇게 먼저 차와 익숙해진 후 이러한 용어들을 익혀가도 늦지는 않습니다. 차 역시 사실은 우리가 즐겁게 그리고 맛있게 마시면 되는 기호 음료 중 하나니까요.
건과일과 건과류, 차의 맛을 더욱 살리는 다식으로
중국에서는 각종 견과류와 과일 말린 것을 애용한다.
차와 함께 먹으면 좋은, 소위 궁합이 맞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차의 맛을 돋구는 다식 종류로 견과류, 건과일, 떡(중국에도 다양한 인절미와 설기, 증편 등이 있습니다) 등을 차를 마시는 중간에 약간의 허기가 질 때쯤 먹습니다. 차를 마시며 차 맛을 위해 다식을 일체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어 줌으로서 위가 보호되기도 하며 오히려 차의 맛이 더 풍부히 느껴지게 된다고 생각하므로 대부분 다식을 챙겨 먹는답니다.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는 것이 좋으냐, 좋지 않느냐 역시 개인의 취향이니 그 또한 정답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차는 적게는 한두 잔 정도를 마시기도 하지만 몇 시간에 걸쳐 1리터가 넘는 양의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위와 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먹는 것이 좋답니다. 성질이 평이한 포도나 고구마 등 과일이나 열매 채소 등을 말려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떡이나 견과류 등도 좋은 다식입니다. 만약 달달한 디저트 류의 다식이 그리워진다면 보이차와 초콜릿도 추천합니다.
이제 시내에서도 전문 찻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집이 있나요? 그리고 요즘 마시면 좋을 티를 추천해주세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 중에서 저는 ‘오설록’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한국 녹차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현대적으로 잘 정리해둔 곳이거든요. 오설록은 무엇보다 한국 녹차를 대중에게 그리고 세계 속에 널리 알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오설록을 보면 항상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이 밖에도 삼청동에 자리잡은 ‘북스쿡스’라는 곳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전통 한옥과 서양의 차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곳은 홍차에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차에 관련하여 신림에 자리잡은 ‘차연’도 추천하고 싶어요. 차연은 중국차를 클래식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인데, ‘중국의 차 문화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껴보고 싶다면 차연에서 차 한잔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해요.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중국차와 한국의 야생초차인 “인야&무루(YinYa&Mooru Tea)”가 중국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유럽에도 조금씩 알려질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입니다. 현재 운영하는 ’인야 티 아카데미’를 통하여 좀 더 전문적이고 이론과 실질적인 경험을 두루 갖춘 실력 있는 전문 티큐레이터들을 배출해내고자 합니다. 저 역시 끊임없이 그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이고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무, 실무를 바탕으로 한 이론을 토대로 전문성을 갖춰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처럼 일상 속에서 차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차 생활의 다양성과 필요성을 알게 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운남홍차라고 불리는 전홍 티 테이블
중국 무이산
민북지역 무이산 -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 지역의 찻잎은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색을 갖는다.
민남지역 철관음 - 민남오룡의 대표주자인 철관음
채엽 - 차나무에서 찻잎을 따는 과정. 모든 제다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동목관 - 세계 최초의 홍차인 정산소종의 고장이자 최고급 홍차 금준미의 고향
자연보호 구역으로 갖가지 동식물이 차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광동 - 차나무 외에도 각종 식물들과 어우러져 차나무가 함께 생장한다.
태극차관 - 항주의 태극차관에서 볼 수 있는 태극다법.
단순히 차를 우리는 기술이 아닌 정신적 수양을 곁들인 하나의 예술이다.
중국은 차 문화를 하나의 예술로 보고 ‘다예’라고 부른다.
- 인야의 티 노트 조은아 저 | 네시간
매주 일주일에 한 번 티타임을 가져온 가족이 있다. 유년 시절 바쁜 부모님과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저자의 가족은 유일하게 주말의 티타임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나눠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간을 저자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 20여 년이 넘게 엄마와 딸의 티타임의 형태로 지속해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책은 저자의 티 노트를 토대로 한다. 20여 년간 엄마와 가져온 찻자리에서 나눈 삶과 차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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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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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YOONY
2014.04.03
부레옥잠
2014.03.25
새롬
2014.03.23
사람에 따라..자리의 분위기에 따라..자유롭게 어울리는 차를 고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따뜻한 한 잔의 차가 주는 잠깐의 휴식에 마음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듯이..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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