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 이은결의 일루션(Illusion),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
SF작가 아서 클라크는 ‘마술이란 아직 증명되지 못한 과학’이라고 말했다. 마술사 이은결은 아마도 아서 클라크의 이 이야기를 믿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마술이 진짜 초능력이란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있다면, 그 꿈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의 마술, 일루션은 과학으로 보여주는 환상인 셈이다.
글ㆍ사진 김태훈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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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마술사는 고독하다. 아무도 마술을 믿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끝낸 텅빈 무대를 쳐다보며 마술사는 자신이 선택한 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물음에 새로운 물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지금껏 보여준 것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마술사이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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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최근에 인터뷰 많이 했어요?

 

이은결 : 근래는 거의 안 한 것 같은데요.

 

김태훈 : 새해 공연을 올릴 때마다 인터뷰를 하는데, 최근에는 <이은결의 더 일루션> 라는 제목으로 계속 공연하고 있잖아요?

이은결 : 그동안 ‘매직 콘서트’라는 브랜드로, 공연을 했는데 약간 단발성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시 새로운 걸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요.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을 수 있는 공연을 하나 만들어서 온 국민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을 때까지(웃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초능력 마술은 하지 않는 이유

김태훈 : 뮤지컬, 연극처럼 마술도 이제 시즌제처럼, 하나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전국 투어를 하는 것 같아요.


이은결 : 네. 어떻게 보면 이번 공연은 완벽하게 제 공연이기는 한데,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마술이란 건 그 마술사만의 마술이 있어요. 예전에 해리 후디니도 자신만의 마술이 있었고, 데이비드 카퍼필드하면 대표작인 마술이 있었는데요.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죽고 나면 그 마술이 거의 사라져요. 물론 후디니 같은 사람은 예술가로 인정을 받았으니까 그 사람의 작품이 계속 마술사들한테 재해석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굉장히 극소수죠. 하나하나의 마술 콘텐츠가 아니라, 공연 자체가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김태훈 : 무대에서 한 번 공연이 끝나고 또 다음 공연이 이어질 때 사라져 버린 마술과 쇼들을 기록에 담고 싶은 것인데, 담기 위해서는 그냥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담을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죠?


이은결 :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공연에 대해서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에요. 새롭게 만들려는 욕심이 있는 공연은 완전히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10년 정도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지금 이 공연도, 10년 간 공연을 안 했으면 만들지 못했을 공연이에요.

 

김태훈 : 최근 이은결 씨의 공연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지난 10년 동안에 해온 모든 마술의 기술들을 집대성해서 만들어 낸 최초의 이은결의 쇼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더 일루션(THE ILLUSION)> 공연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은결 : 기술들도 그렇고요.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던 마술의 이미지가 있어요.

 

김태훈 : 큰 모자, 반짝이, 토끼 나오고... 이런 건가요?

 

이은결 : 마술이라는 게, 정의하기는 뭐하지만, 태생 자체가 마술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가정이 있거든요. ‘마술사한테는 초능력 같은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의 특별한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마술이다.’ 뭐 그런 거요. 사실 저는 거기에 대해서 늘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요. 실제로 현실에 살고 있는 저는 그렇지 않은데 무대에서는 그렇게 연기해야 되잖아요. 때로는 누군가 가끔 물어보거든요. 그게 진짜 그렇게 된 거냐고.

 

김태훈 : 그러니까요. 진짜 그렇게 된 거 아니에요? (웃음)


이은결 : 차마 그 얘기를 못하겠는 거죠. 완벽하게 하려면 “당연하죠, 마술이죠.” 이렇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요. 제가 스무 살 때쯤 인터넷이 엄청나게 발전되면서 지금은 정보가 너무나도 쉽게 공유가 되잖아요. 더 이상 비밀을 감출 수 없는 시대가 됐거든요. 그래서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트릭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이것을 숙련된 기술이라고 해야 될지, 아니면 정말 저의 초능력으로 된 거라고 해야 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번도 초능력 같은 마술을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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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말하자면 데이빗 블레인 같이 길에서 사람이 공중에 뜬다든지?

이은결 : 그건 그나마 조금 나은데요. 예를 들어서 미스터 마릭이나 유리겔라가 했던, 정말 염력 같은 걸로 했던 것에 대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웃음). 쑥스러워서 잘 못해요.


김태훈 : 물론 대중들은 신기하게 보겠지만 그걸 하고 있는 마술사는 트릭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마치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는 거죠?

이은결 : 네, 맞아요.


김태훈 : 열심히 연습한 것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당당할 수 있지만, 마치 내가 특별한 존재로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쑥스럽다는 얘기일 텐데요. 물론 그렇다고 할지라도 일반인들은 그것이 마술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요.

 

이은결 : 거기에 대해서도 판타지가 있는 사람이 있고, 전혀 없는 사람으로 나뉘거든요. 어른이 되면 그 판타지가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그게 굉장히 뻔한 거짓말로 보여요. 그렇다 보니까 마술 자체가 아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지만 ‘어른들도 공감대가 있으려면 그걸 탈피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때부터 ‘마술에 대한 것들을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어떻게 불러야 될까, 이건 마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일루션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을 ‘더 일루션’이라고 지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태훈 : 그러면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이은결 : ‘Illusionist’ 나 혹은 제가 이걸로 작업을 할 때는 ‘Illusion artist’ 라는 타이틀로 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타이틀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요.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들이 이 공연에 묻어나기 시작했던 거죠. 아시겠지만 공연 마지막에도 제가 ‘이건 거짓말이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거기에 대해서 ‘왜 굳이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마술사는 자신이 더 강력해지기 위해서는.

김태훈 : 숨기죠.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고요.

이은결 : 왜냐면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싶으니까요.

김태훈 : 타이거 마스크는 예외겠네요(웃음).

이은결 : 그 분도 자신이 마술사 중에서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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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적 관념을 버리는 것, 이은결의 다음 스텝

김태훈 : 이은결 씨 같은 경우는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을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마술을 하다가, 어느 날 존재론적인 고민에 부딪힌 거죠. 나는 누구인가, 마술이란 무엇이고 마술사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마술과 마술사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가. 결국 고정되어 있는 마술사의 이미지와 마술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형태의 보여짐이 ‘더 일루션’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은결 : 마술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예전에 위대한 예언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대요. 마술은 21세기가 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요. 스무 살 때는 그 얘기에 공감이 안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지금 마법사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 『해리포터』 같은 걸 보면서 저런 세계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도 있어요. 『연금술사』라는 책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저렇게 만물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 판타지를 갖고 있는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죠. 그런데 마법과 마술의 차이점은 사실 시대적인 관념의 차이예요.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지식과 문화의 수준에 따라서 마법사처럼 보였을 때가 있는 거죠. 로베르트 우댕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약간 현대적으로, 당시에는 평상복이었던 연미복 같은 걸 입으면서 마술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데요. 이후에 초능력이라는 것도 전부 다 마술사거든요. 제임스 랜디라는 사람이 실제로 초능력자를...

 

김태훈 : 밝혀내러 다니죠. 진짜 초능력자를 만나면 100만 불을 주겠다고 하면서요.

이은결 : 그런데 한 명도 나오지 않았잖아요. 실제로 2001년도에 제임스 랜디가 한국에 왔었어요. 방송도 했었고, 제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었거든요. 그때 처음 만나서 많은 얘기도 했었는데, 그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마술이 살아남기 위해서 형태에 변화를 줬던 것 같아요. 스트리트 매직을 시작하게 된 것도요.


김태훈 :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아오지 않으니까, 아니면 공연장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고요.


이은결 : 그 전의 마술쇼나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쇼가 형식주의라면 이건 스트리트 매직 좀 사실주의 같은 생각이 들죠(웃음). 조금 더 사람들한테 믿음을 주기 위해서, 미스터리한 부분을 터칭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형식이라고 할 수 있죠.

 

김태훈 : 그렇죠. 무대라는 공간은 사실 마술사들이 무엇인가 세팅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니까요. 예전에 봤던 스트리트 매직 중에서 참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던 게, 건물 밖에서 카드를 던지면 유리창 안쪽에 붙어요.

이은결 : 그런 부분은 마술사가 가져온 특별한 도구로 했으면 별로 신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예전 사람들은 충분히 신기해했거든요. 그런 장치들이 생활도구에 이미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상적이고 평범한 도구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관점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세팅된 느낌이 들죠. 어떻게 보면 사실주의로 더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때 제가 스물한 살이었는데 ‘과연 내가 저걸 따라갈 것인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저는 방송보다는 무대 쪽에서 일을 할 사람이니까 무대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역으로 간 거죠. 

김태훈 : 스트리트 매직보다는 공연장에서의 퍼포먼스 쪽으로 생각을 하게 한 거군요.

이은결 : 그것도 있고요. 제가 그쪽으로 가면 따라가기만 해야 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러면 차라리 다음의 스텝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다음 스텝은 아마 주술적 관념을 버리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언가들이나 초능력자들의 방식을 모두 깨더라도 우리는 더 신기한 것을 보여줄 텐데, 이건 트릭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그게 마술사들이 가야 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태훈 : ‘이것은 트릭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이건 완벽한 트릭입니다. 그러니 즐기십시오’라고 이야기한다면 의미가 있겠네요. 저 같은 사람도 트릭이 아닌 것처럼 말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본능적으로 어떤 속임수인지를 찾아낼 것 같아요. 그런데 무대에 있는 마술사가 ‘이건 아주 재밌고 신기한 트릭입니다. 즐기십시오’라고 얘기하면 그 순간에 무장해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은결 : 예를 들면 사람들이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저걸 어떻게 한 거지?’라는 생각은 안 하잖아요. 어떻게 만든 건지 고민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상상력을 보잖아요. 저는 마술을 일루션이라고 부르는데, 일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상상력을 바라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트릭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면 상상력 자체가 재미없어지잖아요. 오히려 마술사가 상상력이 붙지 않은 상태의 트릭만 보여주다 보니까 사람들이 트릭을 고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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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했던 초등학생, 마술로 특별한 존재가 되다

김태훈 : 처음 마술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게 언제예요?

이은결 :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김태훈 :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이은결 : 초등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자랐는데, 굉장히 활발한 아이였거든요. 온 세상이 놀이터였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 올라왔는데, 굉장히 삭막하고 무서웠어요. 소심해지고 내성적으로 바뀌니까. 부모님께서 마술학원에 다니면 대인관계에 좋다고 해서 보내셨거든요.


김태훈 : 당시에는 마술학원이 흔치 않았을 것 같은데.


이은결 : 흔치 않았죠. 공식적인 게 하나 정도? 그런데 가서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마술하고 정말 달랐어요. 당시에 제가 순진했는지 모르겠지만 마술이란 걸 정말 믿었거든요. 카퍼필드 공연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조그 셔틀로 돌려봤는데 트릭이 없길래 ‘이 사람은 정말 다른 종족이다’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마술을 배우다 보니까, 그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게 정말 신기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한테 보여줬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제가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는데 갑자기 애들이 다가와서 말도 걸고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갑자기 특별한 존재가 된 거죠. 대부분 자신이 특별해지는 뭔가를 찾았을 때 희열을 느끼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마술이었던 것 같아요.


김태훈 : 이후부터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한 거고요?


이은결 : 고등학생 때는 무대가 없으니까 길거리에서 해보자고 생각해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연했죠. 그때 정말 5분도 안 돼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처음에는 떨면서 공연했는데 잠시 후에는 그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내가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저 자신도 놀랐어요. 그때 ‘이게 내가 가야 될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태훈 : 길거리에서는 아무런 구애 없이 마술을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이것이 직업으로써 자리를 잡는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이은결 : 어렸을 때부터 조금 특이한 걸 좋아했거든요. 남들이 다 하는 거나 유행하는 건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당시에 마술사들이 잘 하지 않았던 분야를 파고들었죠. 그게 기술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요.


김태훈 : 트릭보다는 테크닉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들이죠?


이은결 : 마술계에서는 ‘manipulation(조작)’이라고 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손으로 카드나 비둘기를 사라지게 하거나 나타나게 하는 것들을 ‘slide of hand’라고 하고요. 당시에도 제가 고전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연미복 같은 걸 입고(웃음). 비둘기나 카드 마술을 처음 시작했죠.


김태훈 : 그때도 거리에서 했던 건가요?


이은결 : 처음에는 공연할 공간이 없어서 아는 형들과 같이 소소한 이벤트 같은 데에서 했었는데요. 나중에 <코미디 클럽>이라고 코미디언 故 김형곤 씨가 하셨던 극장에 오디션을 봤어요. 1부와 2부 사이에 10분 동안 공연을 했죠. 1년 중에 360일은 했던 것 같아요. 그 무대가 정말 어려웠어요.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요(웃음). 왜냐하면 제가 공연을 했을 때 프로그램이 잘 안 될 때였어요. 관객이 많아야 스무 명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코미디언 선배님들께서 레퍼토리를 잘 바꾸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저도 하나의 레퍼토리를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이 있었죠. 그래서 그 장소에서 2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고, 공연하고, 정리하고, 다시 연습하기를 반복했죠.


김태훈 : 스타 마술가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세계무대에서 수상한 이력이겠죠?


이은결 : 그러다가 어느 날 일본에서 대회를 주최하는 분이 한국에 오셨는데 제 공연을 보시고 꼭 대회에 참가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부분은 비디오 심사를 하거든요. 그리고 당시에 한국 마술사들이 세계무대는 너무 높으니까 쳐다보지도 않았었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때 매일 ‘Greatest of magic show’라는 비디오를 봤었어요. 당시에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봤지만, 세계대회에서 1등한 마술사들의 공연만 모아놓은 비디오였어요. 그러니까 저는 이미 눈이 세계무대에 가 있는 거예요. 그냥 저걸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한테 기회를 주신 거죠. 일단 대한민국 처녀 출전이라는 자체가 굉장히 영광이잖아요. 어쨌든 나는 역사에 남는다고 들떠 있었죠(웃음). 거의 두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고 거기에서 생활하면서 연습을 했어요. 그때 2001년도에 목표는 3등이었는데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됐죠.


김태훈 : 어떤 마술을 했나요?


이은결 : 비둘기와 카드로 하는 마술을 했어요. 굉장히 클래식한 마술인데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죠. 파워풀하기도 하고 스피드로 승부하기도 하고, 혼자 놀이터에서 실험하면서 만든(웃음) 특별한 효과들을 넣기도 했고요. 나름 저만의 스타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태훈 : 마술이 새로운 게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새로웠던 거군요.


이은결 : 그렇죠. 표현 방법이 조금 새로웠던 거죠.


김태훈 : 1등을 하고 나니까 한국에서의 삶이 달라지던가요?


이은결 :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때 박세리, 박찬호 선수가 활동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술은 전혀 대중화 되어 있지 않았고 굉장히 비주류 문화이기도 했죠. 그래서 누군가가 마술을 알리려면 대회에 나가서 국위선양을 하거나, 아니면 스타 마술사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박세리 선수가 생각나는 거예요(웃음). 트로피도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박세리 선수랑 똑같이 트로피에 뽀뽀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귀국할 때 공항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저는 기자들이 와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대회에서 1등 했다는 사실을 모를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내가 알려야 되겠구나’ 싶었죠(웃음). 그 다음 대회에 출전할 때는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많이 했어요. 제가 세계대회에 한국 마술사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사실과 최연소 마술사라는 사실이 알려졌죠. 그러면서 방송 매체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폭소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시청률도 잘 나왔고요. 제가 당시에 머리를 왕관처럼 뾰족 뾰족하게 했었는데 그게 캐릭터가 되기도 했어요. 제 얼굴에 특이한 점이 없어서 머리를 그렇게 함으로써 캐릭터를 꼭 잡고 싶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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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 성행할 수 있는 이유, 미스터리 때문


김태훈 : 사실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마술사의 마술을 보고 마술에 대한 흥미를 다시 느끼게 됐는데요. 제가 이은결 씨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느꼈던 부분과도 비슷해요. 마술사라는 직업, 그리고 마술이라는 단어에 대한 회의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이은결 : 처음에 저는 현상을 배웠던 사람이고, 그 현상 혹은 기술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전달하고 관객이 더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를 공부하던 사람이잖아요. 대부분 바깥에서부터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처럼 스스로를 생각하게 됐어요. 저라는 사람,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마술이란 건 저를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 같아요. 제 언어인 거죠. 저도 처음에 데이비드 블레인을 봤을 때는 ‘스트리트 매직이 트렌드로 뜨는 구나’ 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집요하게 탐구해 나갔는지, 그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김태훈 : 가장 인상적이었던 데이비드 블레인의 마술은 30m 정도의 높이에 있는 폭 1m의 공간에 하루 종일 그냥 서있는 거였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결국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잊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데이비드 블레인이 그 위에서 ‘그 삶과 죽음의 고독감과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그것이 나의 마술의 시작이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은결 : 마술이 성행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미스터리 때문이에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스터리는 죽음이거든요. 영혼이라는 개념도 죽음 이후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고, 신도 마찬가지죠. 영화 <일루셔니스트>에 보면 환영술이 나오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영혼이라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존재를 실제로 볼 수 있는 부분이었던 거죠. 그때는 죽음과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었다면 이후에 처음으로 죽음과 밀착이 되면서 리스크를 가졌던 사람이 후디니였어요. 죽음과 맞서서 탈출을 하는 시도를 했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후디니가 대단한 아티스트로도 인정을 받는데, 마술사로 기억되기보다 탈출 예술가로 기억되죠. 데이비드 블레인은 약간 같은 코드를 갖고 있어요. 다만 사후 세계보다는 인간의 한계성, 죽음과 거의 밀접할 법한 인간의 한계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거죠.


김태훈 : 한동안 사람들이 초능력도 믿기도 했잖아요.


이은결 : 그때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람한테 또 다른 초월적인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제는 ‘사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물론 당시나 지금이나 약간의 트릭은 다 있죠. 중요한 건 ‘무엇을 건드리느냐’인 것 같아요. 데이비드 블레인도 죽음이라는 미스터리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거고요. 그리고 시간적인 개념도 뒤바꾸어 놨죠. 그 전에는 얼마나 더 빨리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잖아요. 지그 프리드 앤 로이는 이동하는 시간을 대폭 줄인 사람들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유명해진 거거든요. 불가능한 시간을 축약시키는 부분들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저 역시 그런 스피디한 것에 빠져있었던 사람인데요. 데이비드 블레인은 그걸 역행해서 시간을 늘어뜨린 거죠. 그것 역시 불가능하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좋았던 건, 그 퍼포먼스 자체가 전시효과가 있거든요. 타임스퀘어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봤죠.


김태훈 : 마술이란 건 빨리 하고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인데, 데이비드 블레인은 무지하게 길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걸 통해서 역설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게 만들죠. 그래서 저는 데이비드 블레인의 마술을 보면서 스트리트 매직이 단순히 공간을 바꾼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술을 통해서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요. 그때부터 저는 ‘마술이 예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도 이은결 씨에게 영향을 줬겠군요.


이은결 : 그 전 세대부터 코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조르주 멜리에스 같은 사람들이 기술 시대를 열고 난 후에 한 동안은 마술사들이 주술적 관념을 버리려고 했었거든요. 제가 했던 것처럼 테크닉적인 걸 보여주기 위한 흐름이 있었고, 그 정점에 후디니가 있었죠. 이후에 유리겔라라는 주술적 관념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마술이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데이비드 블레인도 인간의 한계에 맞부딪히는 것도 있지만 초능력자의 콘셉트를 약간은 가지고 있거든요.


김태훈 : 그렇죠. 공중에서 뜨는 마술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은결 : 생각해보면 지금은 입증의 마술이 굉장히 많아요. 일단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무대 위의 도구들은 특별하기 때문에 확인을 꼭 시켜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신기함이 두 배가 되잖아요. 그런데 스트리트 매직은 길거리에 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사라지는 거죠. 그리고 데이비드 블레인의 마술은 ENG카메라가 아니라 캠으로 촬영한 느낌이거든요.


김태훈 : 데이비드 카퍼필드 같은 경우도 결국은 카메라 앵글을 가지고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줬던 인물 중에 하나니까요.


이은결 : 데이비드 블레인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때는 이미 자기가 생각하는 장치들이 사라져 있는 상태인 거죠. 그래서 굳이 입증하는 자체가 필요 없어진 거죠. 그동안 공중 부양 마술도 늘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 부분은 보여지는 패러다임이 달랐던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를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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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션을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다


김태훈 : 지난 10월에 손목의 혹을 제거했단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떠세요? 마술사에게 손이란 건 어떤 면에서는 모든 것일 수도 있잖아요.


이은결 : 오래 전 일이지만 그림자극을 10년 이상 했었어요. 그때도 그림자극을 하는 사람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핑거발레라고 손가락으로 움직임을 하는.


김태훈 :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은결 씨의 마술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핑거 발레와 그림자극이었는데요. 그건 속임수가 없잖아요. 100% 훈련을 통해서 습득된 스킬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굉장히 감동을 받아서 ‘저 친구에게는 골방의 10년이란 게 있을 것 같다. 자기 혼자만의 골방에 틀어박혀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저 지루한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해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저걸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은결 : 늘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공연의 메인이 된 거거든요. 처음엔 ‘이것도 될까?’ 싶었어요. 왜냐하면 무조건 신기한 트릭이 있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술이라는 걸 분해하고 나니까 ‘꼭 마술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술을 보면서 환상, 착각, 착시, 어떤 느낌들을 받을 수 있다면 전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걸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까 공연으로 올리게 됐는데요. 공연을 무리하게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 거죠. 손목에 작은 혹이 났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커져서 그림자극을 할 때도 잘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림자에 갑자기 혹이 생기니까 그림자 상도 깨지고요(웃음). 그런데 수술하면서 진짜 무서웠어요. 예전처럼 움직일 수 없을까봐 무섭기도 했어요.


김태훈 : 인생에서 가장 낙담하고 좌절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이은결 : 글쎄요. 저는 지금도 늘 그러고 있는데요. 늘 힘들고 지금도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만만치 않거든요. 10년 전의 제 이미지를 기억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김태훈 : 그건 아마 마술사 이은결의 공연을 보지 않은 분들의 편견이 아닐까 싶어요.


이은결 : 그렇죠.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그 전에 제가 아는 형이랑 같이 기획사를 처음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있었던 계약서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조금 힘들었죠.


김태훈 : 인간에 대한 실망을 느꼈나요?


이은결 : 그때 제가 회사를 나오면서 계약서에 ‘너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마술을 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2004년도에 제가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1년 정도의 공백 기간 동안 지하 연습실에서 후회와 자책을 하기도 했죠(웃음).


김태훈 : 그건 불공정 거래 계약이지 않나요?


이은결 : 조금 복잡했어요. 자체 계약서는 불공정 계약인 것이 확실해서 나중에 풀었는데요. 그것과 연계되어 있는 투자 계약서가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했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죠. 저의 문제점은 너무 마술 바보였다는 거예요. 마술밖에 모르고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도 못했어요. 전문가 양성도 중요하지만 저처럼 전문 바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뒤돌아보면 그 일이 계기가 되어서 다른 면에서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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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올해의 계획이 궁금해요.


이은결 : 이전에 제가 ‘마술사 이은결’로서 생각했던 것이 ‘일루셔니스트로’서의 생각으로 전환됐다는 걸 명확하게 퍼포먼스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더 일루션’을 만들게 됐어요. 제가 이후에 무언가를 했을 때 그 전과 이질적인 부분이 너무 많을 것 같아요. 그랬을 때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감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한다든지 ‘왜 저런 걸 하고 있을까’ 하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처음부터 저라는 사람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쉬웠겠지만, 저에 대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변화의 중간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으로 ‘더 일루션’을 만든 거고요. 사실은 그 이후의 계획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마술이라는 정의가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를 계속 만들고 있고요. 제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개념 안에서 퍼포먼스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것들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하나의 작품을 올리고 싶고, 그 작품을 가지고 오랫동안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고 싶어요. 저는 뭔가 펑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웃음) 계속 다듬어야 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다져서 작품성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계획입니다.


김태훈 : 먼 훗날 사람들이 이은결 씨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은결 : 쉽게 얘기하면 저는 일루션을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일루션 안에 마술이라는 콘셉트가 있는 거거든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포함 관계인 것 같아요. 마술이란 건 일루션을 주기 위한 하나의 콘셉트이고 테두리인 거죠. 저는 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마술사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히려 마술을 연기하는 사람에 가깝죠. 앞으로는 무대뿐만 아니라 어디가 되었든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일루션이라는 코드를 가지고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요. 그러면서 저를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SF작가 아서 클라크는 ‘마술이란 아직 증명되지 못한 과학’이라고 말했다. 마술사 이은결은 아마도 아서 클라크의 이 이야기를 믿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마술이 진짜 초능력이란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있다면, 그 꿈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의 마술, 일루션은 과학으로 보여주는 환상인 셈이다.



기획: 엄지혜 기자

정리: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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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이은결의 블록버스터 매직<THE ILLUSION>

장르: 뮤지컬

일시: 2014.03.28~2014.03.30

장소: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

등급: 6세 이상

관람시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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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jpg[부산] 이은결의 블록버스터 매직 [THE ILLUSION]

장르: 뮤지컬

일시: 2014.05.04~2014.05.05

장소: 벡스코 오디토리움

등급: 6세 이상

관람시간: 15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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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더 일루션 #일루셔니스트 #김태훈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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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아래서

2014.03.27

현실에서 이루어질수 없는 것을 사람들은 찾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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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2014.03.25

어떻게 보면 이은결 씨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마술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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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4.03.24

마술이란 게 부단한 노력끝에 이루어지는 결과물인데, 쉽게 도달할려는 욕심과 무엇이든 해부하고자 하는 분해주의 때문에 환상이란 이미지가 많이 왜곡되어 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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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듣고, 보고, 읽고를 통해 세상을 생각해본다. 삐딱한 편견으로 40여 년을 살았고,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나머지 시간을 쓰려고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