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e연재에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정희경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제 8회 디지털 작가상 장려상 수상작인 <러브버거 외 두 편>과 1920년대 경성 기방에서 이야기꾼으로서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 나가는 이본이라는 여성의 성장담 <살롱 드 경성>를 연재 중이다.
사실 그는 예스24와 인연이 꽤 깊다. “내일(2014년 1월 28일)이 예스24에서 블로그를 한 지 10년이 되더라고요.” 정희경 작가는 블로그 10주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밝히며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포스팅을 남기기도 했다.
“오래 한 것이 자랑은 아니다. 나이 든 것이 자랑거리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순간보다 꾸준한 시간이 더 아름답다. 무슨 일을 이루기 위해는 최소한 만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만시간은 하루 세 시간 씩 십 년이라고 한다. 블로그가 십 년이 되었고 글을 써온 시간도 얼추 십 년이 되어 간다. 아쉽게도 하루 세 시간을 온전히 쓰는데 바치지는 못했다. 만 시간을 향해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2014년 1월 28일에 쓴 포스트 ‘만 시간의 법칙’ 중 )
10년 동안 “아쉽게도 하루 세 시간을 온전히 쓰는 데 바치지는 못했”음에도 글을 써온 지 7년째 되는 2010년. 그 해 정희경 작가는 글쓰기에서 뚜렷한 성과를 이루는데,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농민신문 신춘문예 두 곳에 당선이 된 것이다. 그렇게 등단이 된 뒤 “문학잡지에서 꾸준히 청탁을 받고 책이 나와 이름만 대면 웬만한 일반인이 알 만한” 그런 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소설을 쓰기만 하면 잘 쓴다, 정말 재미있다는 칭찬을 무척 많이 받았어요. 중앙지 신춘문예에도 계속 도전을 했는데 당선이 계속 안 되는 거예요. 로맨스를 쓰기로 마음 먹은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요. 제가 너무 주눅이 들어 있더라고요. 순수 문학에 주눅이 들어서 어깨가 무거운 거예요. ‘나 같은 게 뭘’, ‘내가 감히… ‘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나의 한계를 스스로 만든 거죠. ‘로맨스 쓸게요!’하는 순간, 나 자신이 굉장히 가벼워지고 자유를 얻은 느낌인 거에요. 글이 죽죽 막 나가더라고요. 어깨에 짐이 없어지는 느낌? 쓰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어요.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했지만 주눅은 안 들었어요.”
소설로 승부를 걸어보겠다, 하고 마음을 먹은 뒤 처음으로 느껴 본 홀가분한 기분으로 쓴 첫 번째 로맨스 소설이 2013년 여성중앙 로맨스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은 ‘스페셜 향수 시리즈’다.
“여성중앙 로맨스 공모전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소재를 찾으러 도서관에 갔어요. 서가에 꽂혀져 있는 책들을 손가락으로 스르륵 서핑 하여 딱 걸린 책이 『향수』였어요. 이 책을 빌려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저도 모르게 소설의 모든 얼개가 잡히더라고요.”
일필휘지로 거침없이 쓴, 작가의 첫 번째 로맨스 소설. 작가는 ‘스페셜 향수 시리즈’를 쓰는 시간이 즐거웠다. 아예 처음부터 이런 마음으로 장편에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투고를 한 뒤, 대상은 분명 내 차지일 거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호언장담까지 했다. 그래서 대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을 때도 너무 담담하게 받아서 담당 에디터가 오히려 놀랐다고.
작가의 첫 번째 로맨스 장편 <살롱 드 경성>도 예스24 e연재를 통해 소설 연재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바로 구상에 들어갔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연애의 시대’ 편에서 대한민국 1920~1930년대의 구여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신과 구의 가치가 혼재되어 있는 그 시대 여성들이 자신들의 독립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소스를 밑바탕으로 작가는 바로 이야기의 플롯을 잡았다고 한다. “내 본성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작가를 툭 치기만 하면 탁하고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는 느낌이다.
10여 년 동안 글쓰기를 해왔지만 사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았다. 19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닌 작가는, 그 때는 누구나 문학소녀였다며, 지금 학생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윤동주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분위기에, 문학은 폼 잡는 용도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또 대학 졸업 후 직장 다니고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던 그 시간이 역설적으로는 문화적 공백기여서 책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인터넷서점이 생기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무엇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는 작가를 향한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가 되고자 결심하고 나서 첫번째로 한 일은, 책을 집중적으로 읽은 것.
“얼마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인기였잖아요. 사실 그 시기가 제게는 문화적 공백기에요. 그 시대의 책, 노래, 영화, 드라마 등을 저는 별로 누리질 못해서 오히려 요즘 저는 그 시대를 향유한 사람들에게 질투가 느껴져요. 2000년 대로 넘어오면서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서 시간이 생겼고 비로소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어요. 인터넷으로 책을 사고 글을 쓰면서 내가 다시 써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문화적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책읽기라 생각하고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책을 읽었어요. 일주일에 3권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빌린 책들을 다 읽고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리는, 그런 시간을 3년 동안 보낸 거죠.”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는 “너무나 훌륭하게 잘 커준 딸은 대학 다니느라 서울로 출가 중인(작가는 경기도에서 거주한다) 지금, 신경 쓸 게 아무 것도 없어서 집중적으로 소설 쓰기에 최고의 시간”이라며 너무나 좋단다.
“나는 그 카펫을 사뿐히 밟고 새로운 글쓰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생전 처음 내가 가진 작은 재주가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컴퓨터는 종이 판매량을 줄이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은 종이 판매량을 급감시켰다. 아무래도 나는 꽤 성공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호언 장담이 부끄럽지 않게 되기를 빈다.”
(2013년 12월 16일에 쓴 포스트 ‘호언장담’ 중)
요즘 최고의 화제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는 'let it go'라는 노래를 통해 말한다. 이제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겠노라고. 그렇게 결심 후 비로소 엘사의 얼굴은 엘사만의 아름다움을 찾는다. <살롱 드 경성>의 본이가 그러하다. 정희경 작가 역시 마찬가지. 이제는 “내 본성에서 나온 글”을 인정하여, 스스로 자유를 획득했기에. 이런 이유로 정희경 작가의 건투와 성공을 간절하게 바란다. 그 누구나 자신의 본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권리는 있으니까.
- 살롱 드 경성 정희경 | 로맨스 | 매주 화, 목 연재
'본이'가 남편의 연애로 인해 세상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그녀를 구원한 것은 '이야기'였다. 이야를 가지고 세상과 싸워나가는 본이의 성장담!
- 러브 버거 정희경 | 로맨스 | 연재 완결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동상 수상작으로 러브 버거, IP, 불임의 시간 세편의 단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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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