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책상에서는 정독하고 침대에서는 남독한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입구에 ‘중묘지문(衆妙之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세상의 모든 신비로움과 오묘함들이 드나드는 문이지요. 이야기를 만드는 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이 아닐까 합니다.
글ㆍ사진 예스24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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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와 저녁에 책을 읽는 편입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책상에서는 정독하고 어둠이 깔린 침대에선 남독합니다.

 

작년엔 우주생물학에 관한 책들을 두루 찾아 읽었고, 올해는 고생물학과 고천문학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습니다. 저자나 역자의 강연회도 찾아 다니면서, 읽고 듣고 보며 조금씩 궁금증을 풀어가는 중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입니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입구에 ‘중묘지문(衆妙之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세상의 모든 신비로움과 오묘함들이 드나드는 문이지요. 이야기를 만드는 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펴낸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다양한 문체를 상이한 리듬으로 구사한 작품입니다. 이 맛을 알려면, 소설을 소리 내어 읽으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입으로 발음하고 귀로 들어 공명할 때,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바뀝니다.

 

책상 위에 아껴 두는 책들이 늘 조금씩 바뀝니다. 반 년 동안 제가 거듭 읽으며 의지한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명사의 추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저/송용구 역 | 평단문화사

스무 살 대학 1학년 때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 사이언스북스

아름다운 책입니다. 고개를 들어도 별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어나갑니다. 그러면 무엇인가 반짝이는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공기와 꿈

가스통 바슐라르 저/정영란 역 | 이학사

하염없이 읽고 하염없이 몽상하다가 거듭 고쳐 쓰며 시간을 낭비하는 삶을 가르쳐준 책입니다.


 

 

 

 

 

 


사기열전 1

사마천 저 / 김원중 역| 민음사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가장 폭넓고 적나라한 답안지 모음입니다. 가장 독한 놈도 여기 있고 가장 선한 놈도 여기 있으며, 가장 옹졸한 놈도 여기 있고 가장 통 큰 놈도 여기 있습니다.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저/최정수 역 | 문학동네 |

가장 중요한 것을 줄이고 줄여 결국 말하지 않는 소설입니다. 그 침묵을 독자들이 발견하여 소중하게 간직하는 작품입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뉴욕의 슬픔, 뉴욕의 광기, 뉴욕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담아냅니다. 힘이 넘칩니다.

 

 

 

 



 


밀리언달러베이비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죠.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어두운 곳으로 추락하는 것이 인생이며, 그 어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 역시 인생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천천히 흘러가면서도 맥을 정확히 짚는 연출이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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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는 삶의 동기를 제공하는 문화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끊임없이 계속되는 모두의 스토리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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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1968년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10년 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리심』 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이후 많은 반향을 일으킨 사회파 소설 『거짓말이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살아야겠다』를 발표하였다.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과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 『참 좋았더라』를 비롯 32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엄마의 골목』 등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이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열녀문의 비밀』, 『노서아 가비』, 『조선마술사』, 『대장 김창수』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2020년 겨울, 그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초보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논밭을 일구는 틈틈이 이야기학교와 생태책방과 마을영화제까지 공동체 활동도 함께 꾸려가며 마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2023년 곡성에서 구상하고 집필한 대하소설 『사랑과 혁명』을 출간하였고, 3년간 전국 곳곳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집필한 소설 『참 좋았더라』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