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고전을 권함
고전을 읽는 데는 요령이 있다. 단순히 고문, 한문을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요령이 필요하다. 이 요령을 알면 고전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영역의 책을 ‘고전’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된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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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권함

 

고전(古典)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시련을 견디고 존경을 받아 온 것이 바로 고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전은 고문(古文)이 아니라 사상,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의 유산으로 불리는 작품을 말한다. 인생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책 역시 그 자신에게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고전을 읽어라.” 하고 사람들은 말한다. 고전에는 난해하고 지루한 부분도 있다.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감각에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제목은 알고 있으나 친숙하지 않은 거리감 때문에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고전표지


고전은 음식으로 치자면 현미밥이나 마른 오징어를 닮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 맛을 느끼려면 턱을 움직여 씹어야 한다. 씹는 게 귀찮아지면 부드러운 음식(책)만 찾게 되고, 그러면 음식을 씹는 힘이 약해져 턱도 약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유아식 같은 부드러운 문장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전을 읽으면 ‘읽는 턱’이 단련된다. 책을 읽다가도 조금 난해한 부분이나 잠깐 지루한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인생의 한 시기에 이러한 턱 훈련을 하면 평생 ‘정신의 영양’에 부족함이 없게 된다. 일단 익숙해진 고전은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 코스트 퍼포먼스(cost performance, 노력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읽는 데 익숙해져 편해질수록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도 늘어난다.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이것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다. 반복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린다. 고전을 읽는 데는 요령이 있다. 단순히 고문, 한문을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요령이 필요하다. 이 요령을 알면 고전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영역의 책을 ‘고전’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고전력(古典力)이란 ‘고전 문법을 외운다’는 의미의 학습 능력이 아니다. 명저를 자신의 고전으로 삼아 생활과 사고에 활용하는 힘이다. 고전력은 ‘고전화하는 힘’인 동시에 고전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고전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은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 고전에 대한 소양은 교양을 갖추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세계의 다양한 고전을 한차례 알아 두면 세계관이 넓어진다.

 

고전시작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대화도 발전한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란 책 있잖아요.” 하고 말했을 때, 그것이 무슨 책인지 전혀 모른다면 대화는 끊어진다. 그럴 때 “아, 소명, 베루프(Beruf)가 나오죠?” 혹은 “금욕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는 이야기죠.” 하고 반응할 수 있으면 대화는 활기를 띤다. 꼭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아는 것이 고전력에서는 중요하다.

 

세상에서 기본적인 교양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모르면 교양은 물론 인격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인생의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고전을 읽어 두면 평생의 자산이 된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교양 과목으로 학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고전력을 단련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대학생이 되었으면 1학년 때부터 전문 지식을 먼저 습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나는 고전력 육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명저 50권을 읽어야 할 고전으로 3장에 소개한 것도 고전력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식을 환기시키고 싶어서다. 물론 소개한 책들이 고전의 전부는 아니다. 영역별로 수십 권의 고전이 있다. 3장에서는 모르면 창피한, 적어도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 할 책을 중심으로 선별했다. 물론 내용 면에서도 의의가 있는 책들이다. 이것을 하나의 길잡이로 삼아서 고전력을 향상시켰으면 한다.

 

이 책에서 고전은 고문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명저라는 의미로 쓴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인류의 고전이다. 현재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반이 되는 책, 문화적으로 귀한 보배라 할 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 고전이다. 시대적으로 오래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여기서 말하는 고전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역사 속에서 평가되고 현재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 사람들에게 위대함을 인정받는 것, 시대를 구분 짓는 의의를 갖는 것, 그런 것이 고전이다.

 

비틀스의 노래는 시대적으로는 50년 전의 음악이지만 팝의 고전으로 불린다. 그들은 팝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이후의 팝에 큰 영향을 준 존재이다. 팝처럼 비교적 역사가 짧은 장르에도 고전이 있다. 재즈 역시 팬들의 공통된 인식 아래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모던 재즈의 고전’을 선정할 수 있다. 영화의 세계에서도 예를 들어 채플린의 영화나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가 고전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인정할 것이다. 예이젠시테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은 몽타주 기법을 영화의 기본 문법으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불멸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작품들 속에서 모방되고 각색될수록 그 작품의 고전성은 높아진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새로운 장르에서도 이미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축적되고 있다. 스포츠 만화만 해도 『스포츠맨 긴타로』를 비롯해 『거인의 별』 『허리케인 죠』 『날아라 캡틴』 『슬램덩크』 같은 작품은 지명도나 영향력 면에서 고전의 지위를 얻고 있다. 그때그때의 인기뿐 아니라 그 장르에서 새로운 수법과 상식, 기준을 만들어 냈느냐 하는 점이 고전의 조건이다.

 

고전은 그 장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에 의해 인정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의 고전’도 있다. 다른 사람은 그다지 주목하지 않지만 자신에게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작품은 ‘마이(my)’ 고전, 즉 ‘나만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장르의 역사를 섭렵해 그중에서 ‘나만의 고전’을 발견하는 작업은 큰 즐거움이다. 발굴하는 기쁨이 있다. ‘나에게 있어 고전은 어떤 작품일까’ 하는 물음을 염두에 두고 음미하면 적극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고전에 대해 어느 전문가가 멋대로 정해서 강요하는 진부한 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만의 고전’이라는 관점에서 리스트를 작성해 보면 고전력을 자극할 수 있다. 좋다, 재미있다, 그런 감각으로만 선택하면 ‘내가 좋아하는 목록’에 머물지만 거기에 역사적 의의나 영향력 등의 고전성을 기준으로 더하면 관점이 달라진다. 좋다, 싫다의 감각적인 선택 기준 외에 넓게 조망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성적인 선택 기준을 갖는 것이 지적인 성숙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권하는 고전력은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것, 뛰어난 작품을 ‘자신만의 고전’으로 깊이 흡수하는 것, 그리고 고전을 각색하고 인용해 창조적인 활동에 활용하는 부분까지 ‘고전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고전’의 관점이 생기게 되면 우리는 보다 넓게 보고 보다 폭넓게 읽고자 하는 적극적인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다. 좋고 싫고의 취향만 기준으로 삼으면 몇 안 되는 작품만 알아도 말할 수 있지만 고전은 보다 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취향으로만 판단하면 세계가 좁아져서 판단 기준이 편협해진다. 세계를 넓혀 판단 기준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고전의 관점이다. 고전력을 키우고 활용하기 위한 요령이 본문에 씌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전’이라는 말이 각인되어 고전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읽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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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시작: 누구나, 오늘부터, 쉽게 사이토 다카시 저/홍성민 역 | 디자인하우스
일본의 교육학자로 유명한 저자는 총 10가지 고전을 읽는 방법을 제시한다. 전체를 다 읽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맥스만 읽는다거나 단편적인 부분만 선별해 읽으라는 지침은 고전 읽기의 부담감을 덜어 주는 신선한 발상이다. 이밖에 한 권을 몇 달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일과로 삼아 일정한 시간에 읽는다거나, 그냥 눈으로만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는 방법도 알려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부터 시작하는 방법 등 고전과의 거리감을 좁히기에 좋은 여러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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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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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jinsim

2014.04.26

저는 대중과는 다르게 좀 다가가긴 어렵긴 해도 고전이 현대 문학보다 더 끌리던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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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어려운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그는 교육학, 신체론, 경제경영학, 커뮤니케이션론 등을 기초로 통합적 지식을 담은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배운 세계사. 하지만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자기 나름의 분명한 관점을 바탕으로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것은 학창 시절 역사를 공부할 때 연호나 용어 암기에만 그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공부는 세세한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하는 ‘문맥력’이다. 이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써내려간 이 책은 그 열정과 노력의 값진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분야의 틀에 갇히지 않은 열린 시각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그의 주요 저서로는 『일류의 조건』 『지적인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교양수업』 『혼자 있는 시간의 힘』『내가 공부하는 이유』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이 있고, 총 누적 판매 부수는 1천만 부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