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 아젤리아, 새로운 팝 씬의 슈퍼스타
지금 빌보드 차트의 꼭대기엔 호주 출신 여성 래퍼가 있습니다.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새로운 트랜드의 시작일지 궁금합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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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아젤리아(Iggy Azalea) < The New Classic >

 

이기-아젤리아

 

「Fancy」한 신인 MC의 빌보드 정복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존 레전드(John Legend)가 13주 동안이나 양분해온 빌보드 싱글차트 1,2위를 단숨에 점령한 호주 태생의 이기 아젤리아(Iggy Azelea)가 그 주인공. 음악에 대한 일념 하나로 열여섯 나이에 혈혈단신 미국에 건너온 지 7년 만에 단 한 장의 정규앨범으로 거대한 성공을 일궈나가는 중이다. 자신의 노래가 1위, 자신이 참여한 노래가 2위라니(아리아나 그란데의 「Problem」). 그 자신도 꿈이 아닌가 볼을 꼬집어보고 있지 않을까.



 

익숙하지 않은 신인이니 간략한 브리핑을 해보자. 미시 엘리엇(Missy Elliot)을 연상케 하는 두꺼운 랩 톤은 미국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를 오마주한 앨범 커버에서 알 수 있듯 5년 동안 미국 남부에서 거주하며 티아이(T.I.) 등과 어울리며 얻은 결과다. 직계 선배쯤 될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팝스타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반해 그녀는 보다 힙합 음악 본연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컬에 대한 욕심이나 지나친 음악적 실험 없이 그녀가 동경했던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주로 하며 그녀의 소속인 더티 사우스를 더하고, 현재 유행하는 트랩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첨가하는 식이다.

 

이기아젤리아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도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은 정석적이다. 심플한 일렉트로 비트를 독특한 억양과 찰리 XCX(Charli XCX)의 매력적인 훅으로 풀어낸 「Fancy」는 무난하지만 유행의 지점을 잘 공략했다. 비욘세의 「Upgrade U」를 연상케 하는, 반복되는 훅의 「Change your life」 또한 유행하는 덥스텝 풍의 비트를 잘 차용했다. 아예 덥스텝 아티스트 와치 더 덕(Watch The Duck)과 함께한 「100」은 의외의 어쿠스틱 기타 리프를 이용한 비트가 귀에 들어오지만 크게 특별한 지점은 아니다.

 

정석적이라는 것은 안정적이라는 뜻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앨범은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한다. 「Walk the line」같은 경우 자전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냈지만 톱 트랙이라는 점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오히려 평가절하 되어버린다. 「New bitch」부터 「Goddess」까지의 앨범 중반부는 그 곡이 그 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흘러가버린다. 스타 작곡 팀 스타게이트(Stargate), 팝의 신예 리타 오라(Rita Ora)와 함께한 「Black widow」는 또 다른 케이티 페리의 「Dark horse」같다. 레게 스타일 프로듀싱 팀 록 시티(Rock City)를 초빙해 레게의 느낌을 내며 마지막 임팩트를 주려 하는 「Lady patra」나 「Fuck love」는 그나마 실험적인 시도지만 전체 앨범의 반전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미 차트에서의 강력한 성공을 통해 이기 아젤리아는 명실상부 새로운 팝 씬의 슈퍼스타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하지만 무난한 랩 스킬과 무난한 비트, 무난한 유행의 차용 등으로 '무난한' 작품이 되어버린 앨범은 기대보다 걱정을 앞서게 한다. 「Fancy」한 싱글과 달리 「Fancy」하지 않은 데뷔작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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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