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이돌의 한계를 넘어선 음악성
태양은 기대하고 듣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음반의 변화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갈라놓았습니다. 노래에 중심을 둔 < Rise >와 퍼포먼스가 중심이던 전작들. 여러분은 무엇을 더 좋게 들으셨나요?
글ㆍ사진 이즘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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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 Rise >

 

태양

 

태양은 그동안 빅뱅 안에서 내성적인 활동을 보였다. 지드래곤처럼 종횡무진 단독적인 움직임을 보이거나 탑처럼 '연기자'라는 새로운 모험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는 별다른 스캔들이나 예능 출연 없이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전면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그는 줄곧 탁월한 보컬과 댄스로, 실력만큼은 '탈아이돌급' 대우를 받아왔다.

 

YG는 이번 태양의 솔로에서 '타협'이라는 전략을 내밀었다. 태양은 “정규 1집이 순전히 저의 생각에 의한 앨범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대중들과 호흡해야한다는 양사장님 등 주위의 조언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양현석의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으나 태양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 「나만 바라봐」 같은 히트곡이 절실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래서 최근 YG패밀리가 내놓은 하나의 공식 '대중성 = 멜로디 ∴(그러므로) 마이너 발라드 (≒ 슬로우 템포 R&B)'를 그의 노래에도 대입시키기에 이른다.



 

멜로디 라인을 부각시키고 머니코드를 사용하니 역시 귀는 쉽게 장악된다. 필시 '이지리스닝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손가락질을 할 순 없다. 하지만 뮤지션이 내놓은 음악이 관습적이고 타협적일 땐 비판의 칼날을 피하기 쉽지 않다. 분명 YG의 전략은 타협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음악 자체는 태만하거나 나태하지 않다. 오히려 '대중성 vs 작품성'의 케케묵은 구도를 끄집어내는 건 비평자의 직무태만일지도 모른다.

태양

 

새 앨범은 수록된 9곡 모두 크고 화려하면서도 섬세하게 세공되었다. 스타일은 한정적이지만 세련된 편곡으로 고퀄리티의 매끄러운 사운드를 뽑아냈다. 그래서 과거에 빅뱅 음악에서 걸림돌이 되었던 '과장'이나 '작위'적인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앨범 가운데는 「아름다워 (Body)」, 「링가링가」를 배치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태양의 그루브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갈증을 잠시나마 달랜다.

 

멜로디가 뼈대로 서다보니 보컬과 악기를 극대화한 노래가 많다. 「새벽1시」의 강렬한 드럼 비트는 지루함 없이 곡의 생기를 더하고, 「이게 아닌데」와 「Love you to death」는 명징한 기타 사운드와 밴드 편성으로 기존 어반R&B와는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지드래곤과 함께 하는 「Stay with me」는 후반부에 두텁게 코러스의 벽을 세워 짜릿한 해방감마저 준다. 「버리고」는 시크한 보컬로 기존의 가스펠곡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특히 이번 신보는 태양의 목소리에 인스턴트 감정이 아닌 진짜 이별의 감정이 서려있다. 경험은 그동안의 갈고 닦아진 기교가 아닌 진솔한 고백을 이끌어냈다.

 

물론 1집 의 자유분방한 표현과 다채로운 구성의 빈자리는 크다. 참신하지 않은 YG의 대중성 확보는 심히 우려가 되는 한계점이다. 슬로우 템포 R&B라는 '안전한 절충'은 '탈아이돌'이라는 명예에 먹칠을 한다. 다만 하나, 이런 비판은 오롯이 그가 '태양'이기 때문에 달게 받아야하는 형벌이다. 가능성이 크고 기대가 높을수록 검증은 매서워지니 말이다.

 

글/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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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