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는 새로운 교육 과정에 따라 고등학교 국어 교과에 ‘고전’ 과목이 신설된다. 철학, 역사, 사회, 과학, 예술, 문학 등 다양한 고전에 담긴 지혜와 통찰을 재해석하기 위해 별도의 과목을 만든 것이다. 이에 고전을 읽는 독해력과 사고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창비에서 출간한 『고전은 나의 힘』 시리즈는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인문 고전 81편을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이 엄선해 만든 책이다. 사회 교사, 역사 교사, 철학 교사와 국어 교사가 만나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고전들을 엄선하여 주제별로 엮었다. 『사회 읽기』, 『역사 읽기』, 『철학 읽기』 편이 출간됐고, 이후 『과학 읽기』와 『예술 읽기』를 추가로 출간할 예정이다.
『고전은 나의 힘』 집필진은 신설되는 고전 과목에 대비해, 주제별로 철학, 역사, 사회 분야의 고전들을 엄선해 철학 28편, 역사 24편, 사회 29편의 고전을 실었다. 단지 ‘고전’ 한 과목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 논술과 구술 면접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 『고전은 나의 힘』 ‘사회 읽기’ 편을 집필한 박현희 서울 독산고등학교 사회 교사는 “고전 과목 시설로 혼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읽고 고민하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며, “『고전은 나의 힘』이 더욱 깊은 고전의 세계로 안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전은 나의 힘』 박현희 저자
어려운 고전 읽기, 그러나 쾌감이 있다
2015년부터 고등학교에 ‘고전’ 과목이 신설됩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낯설 텐데요. 사회교사로서는 반가운 일일 것 같습니다.
학교의 교과목은 여러 가지 요구를 반영하면서 변화합니다. 새로이 출현하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사라지는 과목도 있지요. ‘고전’ 과목의 등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 고전 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국어 교과에서 ‘고전 문학’은 이전부터 주요하게 다루어지던 영역입니다.
하지만 ‘고전’ 과목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비문학 고전들을 포함하면서 다른 과목을 심화 통합하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저로서는 학생들이 『사회 계약론』 『군주론』 『논어』 『맹자』 같은 철학, 역사, 사회 분야의 고전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는 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간 주로 사교육 시장에서 담당해 왔던 논술 대비라든지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소양 쌓기를 공교육 안에서 제도화된 과목으로 배울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체감하셨을 것 같은데요. 최근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아이들에게도 영향이 있었나요?
대개는 ‘나도 읽어야 하는데.’라는 걱정이나 강박관념 등의 형태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읽기는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읽을 수도 없어 괴로운 상태라고나 할까요? 학생들의 걱정거리가 더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고전은 나의 힘: 사회 읽기』 편에 소개된 고전 29편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시리즈 중 ‘사회 읽기’ 편은 현대적 의미의 고전들도 많이 포함하고 있어요. 그건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요. 한 시대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고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있기까지 길을 닦아 온 고전을 중심으로 엄선했습니다. 이 고전들은 결국 ‘지금 우리’의 질문에도 답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29편 중에 저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아보신다면 무엇인가요?
어려운 일이네요. 좋아하는 것 중 더 좋아하는 것을 꼽아야 한다니! 그래도 골라 보자면 『학교와 계급 재생산』 『나 홀로 볼링』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와 계급 재생산』은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이 학교에 저항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담은 책입니다. 교사인 제게 학교, 교육, 학생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청소년들 혹은 청소년기를 지나온 20대들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나 홀로 볼링』은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고 있는데요, 점점 더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나름대로 문화생활이나 여가를 즐기며 산다고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읽는다면 내가 즐겼던 문화생활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생산해 낼 수 있는지를 새롭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겁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책입니다. 슈마허가 제기한 문제를 내내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이 어렵다는 편견은 어떻게 버릴 수 있나요?
편견 아니고요, 정말 어려운 것 맞습니다(웃음). 하지만 그러한 어려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때 찾아오는 기쁨, 독서의 또 다른 단계로 도약할 때의 쾌감을 맛보기를 권합니다. 하나의 고전이라도 찬찬히 읽어 나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입니다. 아, 그런데 길을 찾았다고 그 길이 수월하거나 평탄한 건 아닙니다. 더 높은 수준의 문제의식이 계속 생겨날 테니까요.
풍부한 교양과 상식이 글쓰기를 좌우한다
논술,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요?
고전 읽기가 만능 해법은 아닙니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글을 직접 써 보아야 할 테니 고전을 읽는다고 글쓰기의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지는 않아요. 다만 고전에서 배우는 문제의식, 논리 전개, 사례 제시, 사고의 틀, 이 모든 것이 글 쓰는 힘을 키워 줄 겁니다. 즉 ‘글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잘된 글쓰기의 전형이나 틀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편 글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도 중요하잖아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기 위해 어떤 근거를 제시할 것이냐, 이는 결국 풍부한 교양과 상식이 관건입니다. 인류 지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을 통해 그러한 교양을 쌓을 수 있지요.
입시와 사교육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세대입니다. 어떠한 해결책이 필요하나요?
시간, 부족하지요. 아이들이 과도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저마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배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읽을 시간을 만들어야죠. 덜 중요한 일들을 줄이고요.
저자님의 학창 시절과 비교했을 때,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시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혼자 뒹굴뒹굴할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 그래서 무지하게 심심한 시간. 그게 부족해요. 심심해야 생각도 하고 책도 더 많이 읽거든요.
책을 읽은 아이들과 읽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타날까요?
책을 읽은 아이들은 생각을 할 줄 압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전체적인 틀에서 생각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지닌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 즉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속이 꽉 찬 사람이 되는 거죠.
『고전은 나의 힘』 시리즈는 어떻게 읽으면 더 영양가 있는 독서가 될까요?
책을 읽는 방식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대로 읽으세요. 듬성듬성 건너뛰면서 원하는 고전만 읽어도 되고, 한 장(章)만 집중해서 읽어도 되고, 순서를 거꾸로 읽어도 됩니다. 사실 ‘고전은 나의 힘’ 시리즈를 엮으면서 독자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고전을 만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기울였어요. 그래서 독자들이 누릴 만한 내용도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입 글에서 고전을 설명하고, 각 고전 앞에 사상가의 생애를 설명하며 다시 한 번 텍스트의 의미를 조명하고, 읽으면서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나 읽고 나서 풀어 볼 문제도 담았거든요.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쏙쏙 흡수하시길 바랍니다. 영양가는 그렇게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볼 문제랍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좋은 고전 길잡이가 될 것 같은데요. 특별히 어떤 독자들이 이 책에 주목하면 좋을까요?
‘고전, 읽어야 하는데…….’ 하는 걱정을 안고 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모든 이에게 권합니다. ‘고전은 나의 힘’은 고전 원문의 일부를 발췌해 실은 것이기 때문에 통으로 책 한 권을 읽는 것보다 접근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이 책에서 골라 엮은 고전의 원문들을 맛보고, 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책부터 한 권씩 전문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독자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들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백 사람이 책을 읽으면 백 가지 방법, 백 가지 생각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부디 믿으시기를. 지금 당신이 읽는 방법이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떠오른 생각이 가치 있는 생각이어요. 그에게는 그의 길이, 나에게는 나의 길이!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고전은 나의 힘 박현희,류대성,이철진,문우일 편저 | 창비
사회, 역사, 철학 분야의 엄선된 고전을 청소년이 직접 읽는다!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2015년부터 고등학교에 ‘고전’ 과목이 신설된다. ‘고전’ 과목은 향가나 판소리 같은 고전 문학이 아니라 동서양의 사상과 철학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이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청소년이 읽어야 할 고전 작품을 효과적으로 선별하여 제시한 창비의 ‘고전은 나의 힘’ 시리즈는 늘 생각은 해 왔으나 엄두가 나지 않던 책들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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