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보던 잡지에서였다. <소년중앙> <새소년> 등에는 세계의 불가사의, 외계인과 UFO, 심령술 등에 대한 기사가 자주 나왔다. 처음으로 UFO에 탑승하여 외계인을 만났다는 조지 아담스키에 대한 이야기도 그곳에서 읽었다. UFO가 ‘푸 파이터스’라고 불리던 발광형, 흔히 비행접시라 하는 원반형, 거대한 크기의 시가형, 큰 종 모양 등 각양각색이란 것도 알았다.
영화 <미지와의 조우> 스틸컷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접시에 대한 환상은 70, 8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면서 증폭됐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UFO 목격담이 보고되고, 정부에서 과학자들을 동원하여 외계인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거대한 우주선이 공중에 떠 있는 장면, 5음계로 외계인과 소통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스필버그가 그린 우호적인 외계인과는 반대로 드라마 <브이>에 나왔던 흉폭한 파충류 외계인도 있었다. 인간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침략자로서의 외계인. 그 시절 UFO는 외계인이 타고 온 물체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UFO는 ‘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약자다. 미확인 비행물체. 뭔가 날아다니기는 하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UFO라고 부른다. 근래에는 생명체 모양도 보고되었지만, 대체로는 지적 생명체가 타고 있을만한 물체다. 우주에서 외계인이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송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저런 물체를 타고 우주를 날아와 지구인을 관찰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UFO는 외계인의 우주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비롯하여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 나오는 외계의 거대한 비행물체도 역시 UFO인 것이다.
UFO 목격담과 외계인 납치 등 수많은 UFO 사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47년의 로스웰 사건이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로스웰 지역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추락했다. 당일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비행물체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공식발표했지만, 바로 기상관측기구라고 부인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고 뭔가 음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1994년 공군에서는 ‘모굴 프로젝트’라고 하는 비밀 계획에 사용된 관측기구였고, 당시에는 보안을 위해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사람이나 그들의 가족이 특이한 금속을 보았거나 불에 탄 외계인을 보았다는 주장도 남아 있다. 로스웰 사건은 냉전의 공포에 덧붙여지면서 할리우드의 ‘외계인 침공’ 영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이기에 호기심은 높지만 SF 소설에서 UFO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외계인의 우주선은 수없이 등장하지만 그건 ‘미확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UFO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설정으로 시작해도, 외계인과 UFO를 만나는 순간 이야기는 어드벤처, 스릴러, 타자와의 만남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라이트노벨인 아키야마 미즈히토의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에서는 UFO를 취재하려다가 손목에 금속 구체가 박힌 소녀를 만나는 소년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UFO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보다는 일종의 미끼로 작용한다. 즉 UFO는 하나의 소재로는 가능하지만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는 중심 플롯에 위치하기는 힘들다. 영화에서는 UFO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와
과거에는 UFO가 당연히 외계인의 우주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주장이 있다. 오래 전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 몽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과거에 성모 마리아나 신의 기적을 목격했던 현상이 근대 이후에 UFO 현상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맹성렬의 『UFO 신드롬』을 보면 성모 현신과 UFO 목격담의 공통점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보는 것은 때로 마음이 원하기 때문이고, 일종의 집단 최면 같은 것이다.
온다 리쿠의 『구형의 계절』에서는 '5월 17일, 기사라기 산에 UFO가 출현해 엔도 시호라는 여학생이 외계인에 의해 납치될 것이다.' 라는 소문이 돈다. 소문의 출처를 밝히려 하지만 오히려 소문은 더욱 거대해지고 확장된다. 지방 소도시에서 UFO와 납치를 둘러싼 소문은 그들의 불안과 욕망을 대변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 대도시에 대한 동경, 학교와 학생들 간의 경쟁심이 어우러지면서 집단적인 망상이 생명을 얻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나오는 단편 『쿠시로에 내린 UFO』에서도 고베 지진을 TV로 지켜보던 아내가 가출하고 이혼을 요구한다. UFO는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현실보다 기괴하지만, 그것은 곧 우리가 피해버린 현실이기도 하다.
듀나, 김창규 등이 참여한 단편집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의 몇 편에서 UFO가 등장한다. UFO의 정체는 무엇인가, 같은 류는 없다. UFO 목격, 외계인을 현실의 은유로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UFO는 지금 ‘과학’으로 해명할 수 있는 현상도 아니고, 우리의 상상력으로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물체도 아니니까. 외계인의 우주선,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 외에도 UFO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미래에서 온 존재라는 것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의 인간이 과거의 지구로 와서 관찰을 한다는 것이다. 회의론자가 제기하는, UFO가 외계인의 것이라면 그들은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 에 대한 답도 된다. 과거에 개입하면 미래가 바뀌니까. 그래서 관찰만 할 뿐이고, 미래의 그들에게 필요한 동물이나 식물의 DNA 등을 채취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히틀러의 비밀병기라는 것이다. 오래 전 오치아이 노부히코의 『라스트 바탈리온』이란 책이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로켓과 전투기 등 가장 발달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독일에서 비행접시도 연구 개발을 했다는 것. 히틀러가 패망하기 직전 일부 심복과 병사들을 중남미로 보냈고, 그들이 다시 남극으로 갔다. 그들은 최후의 전쟁을 위하여 지구 곳곳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극대화하면 <아이언 스카이> 같은 영화가 나오기도 한다.
나치가 달로 이주하여 기지를 만들고, 다시 지구를 지배할 기회를 노린다는 것. 황당무계하지만 이런 논리도 가능하다. 독일의 로켓 기술을 가져간 미국과 소련이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을 만든 것처럼, 비행접시 기술도 가져가서 은밀하게 비밀병기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과거의 U2, SR-71 등 미국의 정찰기들이 철저하게 보안에 붙여져 있었던 것처럼 UFO 역시 51구역에서 개발된 신형 비행기다. 마찬가지로 로스웰 사건 등에서 얻은 외계인의 기술을 적용하여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여전히 UFO는 ‘미확인’이고 다양한 주장과 추측이 난무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잡다하게 많기에 진지한 영역에서 다루기도 쉽지 않은 소재다. 하지만 많은 영화에서 그렇듯,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UFO를 끌어 들이는 설정은 흥미롭다. 인간의 마음을 투영한 환상도 그렇고, 비밀병기로서의 UFO도 그렇고. 그런 점에서 UFO에 대한 잡다한 정보가 필요하면 『UFO 신드롬』과 『도해 UFO』를 권한다. 전자는 UFO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후자는 그야말로 ‘미확인’ 정보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둘 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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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앙ㅋ
201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