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경 “예술이란 예술가의 작업, 삶”
안희경은 이 시대 대표 전문 인터뷰어다. 노암 촘스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 그녀가 만난 사람의 이력은 대단하다. 세계적인 지성과 만난 뒤 나온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 미술계의 거장을 만나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를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지를 심도 있게 다뤘다.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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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터뷰어 안희경이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를 냈다. 작년에 쓴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대를 조망했다면, 이번에는 현대 예술계의 거장 8명을 만나 현대 예술을 다뤘다. 그녀가 만난 예술가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강익중,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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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5월 18일에 한국 들어와서 오늘 출국하는 공항이에요. 『경향신문』에 1월 1일부터 ‘문명, 그 길을 묻다-세계 지성과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선생님을 시작으로 제레미 리프킨, 노엄 촘스키, 지그문트 바우만, 장 지글러, 웬델 베리 등의 어른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한국에는 그중 10번째 인물인 원톄쥔 런민대 교수와 마지막 회인 스리랑카의 민중 지도자 아리야라트네 박사를 인터뷰 하고자 겸사겸사 온 것입니다. 한 달 가량의 체류 중에 베이징과 스리랑카 콜롬보를 다녀왔어요.


물론, 새 책 출간 역시 주요한 방문 이유이고요. 작년에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를 쓰면서 그 글이 마무리될 즈음 제 마음으로 차오른 생각이 ‘문명’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경향신문』을 통해 연재하는 프로젝트와 이번에 출간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는 한 기둥에서 뻗어 나온 셈이죠. 아티스트들의 세상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찾는 여정이 석학들의 학문의 길과 다르지 않고요. 또 모두 동시대의 생활인으로서 우리 삶을 성찰하는 것이니까요.

 

PD로 일하다, 최근에는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PD와 인터뷰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있을 듯합니다. 두 가지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을 비교하신다면?


제가 라디오 PD를 8년 넘게 했어요. 그 이전에도 2년 정도 방송 리포터를 했고요. 인터뷰는 연구자들이나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 분들이나 기자나 PD나 다들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다만 제가 다른 분들과 조금은 다른 방식이 있다면, 방송하듯 한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저는 방송할 때도 녹음보다는 생방송을 좋아했습니다. 순간의 집중력으로 만들어내는 파장 같은 것이 있거든요. 녹음 때와는 다른 파바박 부딪치는 에너지가 있어요. 물론 한 번 꼬이면… 옴짝달싹 못하면서 펑 하니 사라져버리고 싶기도 하지만요. 아무래도 아티스트 인터뷰는 그 무엇보다 오리지널리티를 매우 중시들 하시니까 제가 했던 라디오 작업과 좀 맞았어요. 아티스트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단어도 바꾸지 않고 말을 최대한 원래대로 옮길 겁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생방송하듯 인터뷰해서 오디오 편집하듯이 대화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합니다. 물론 그래도 조작은 들어갈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이번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는 대화가 아닌 에세이처럼 풀었기 때문에 인터뷰어인 제가 많이 개입되어 있지만, 그래도 인용은 최대한 그분들 각자의 맛을 살리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답은 PD와 인터뷰어는 다르지 않다… 겠죠.

 

현대 예술 거장 8인을 인터뷰집으로 엮었는데요. 섭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떤 기준으로 만날 예술가를 정하셨는지.


섭외가 참 저도 의문이에요… 특히 이 책은 2010년의 작업인데, 그때는 다시 취재를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물론 한국에서 방송하면서 참 많은 섭외를 했고, 만나기 힘든 분들도 많이 스튜디오로 모시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이주하고서는 영어라는 거대한 장막이 있기에, 전화로 음성을 들으며 상대와 호흡하여 전달하는 섭외는 불가능해졌죠. 한 1년 동안, 왜 이 분들이 저를 만나줄까 궁금했어요. 섭외 편지 쓰면서 막 텔레파시 보내며 에너지를 쏘는 그 기도발인가 싶기도 했고요. 물론 반은 농담입니다. 뭐 세상에 한 생각을 던지는 그것도 우주를 울리는 힘은 있다고는 하지만… (웃음) 제가 인간 송출탑도 아니고.


그저 최선을 다해 편지를 썼어요. 당신의 작업에 대한 제 느낌, 듣고 싶은 말, 우리 문화와 교감되거나 교차되어 지나가는 그 지점들에 대해 제 깜냥대로 전달하면서 그들이 자기 예술을 할 수 있는 그 바탕의 힘을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나눌 수 있는 팁을 얻고자 했죠.


만남의 기준은 ‘거장’을 만나자는 것이었는데, 그 범주에 드는 이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제 개인적 호불호에 따라서는 아니었고요.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두루 인정한 작가들에 한해서 만나고자 했어요. 사실,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들은 꼭 거장이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명작도 많고, 반짝이는 아티스트도 많은데, 그 가운데, 수십 년 꾸준히 자기 세계로 천착해 들어가는 분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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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데 섭외도 어렵지만, 질문 짜는 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예술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질문 짜는 데 역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요.


질문은 정말이지, 상대를 만나기 5분 전까지도 바뀌어요. 쉽지 않은 기회일 수도 있는데, 그 만남에서 단편적인 면보다는 뭔가 그들 정신의 고갱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잖아요. 하지만 실제 인터뷰에 들어가면, 첫 질문이 나중 모든 질문을 바꿔 놓을 때가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하듯 생방송처럼 인터뷰를 하려 하니까… 그들 집 또는 스튜디오에, 아니면 공원에 나오는 발걸음 등등에서 말문을 틔울 뭔가를 관찰해요. 그런 이야기를 던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러다 편안해진 계기가 있었습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만나고 나서였어요. 그때, 뭔가가 내 안에서 올라왔는데, 그건… ‘아! 인터뷰란 결국 한 사람이 살아온 삶과 상대의 삶이 만나는 거구나’라는 것이었어요. 그건 다급히 뭔가를 준비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거죠. 상대의 삶을 내가 살아온 그 만큼의 용적량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물론 상대가 거인이라 철철 넘치게 부어주죠. 무얼 묻더라도요. 그 다음부터는 좀 편안해졌어요.


읽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과감하게 밝히는 키키 스미스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한 모든 예술가가 뜻 깊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강렬한 인상을 받은 예술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한 분을 꼽기는 참 어려운데요. 강익중 선생님과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선생님이십니다. 강익중 선생님에 대한 챕터를 보면 이해하실 텐데… 그분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저한테도 매우 크게 제 안을 휘저었습니다. 저도 제게 질문하게 됐어요. 이후 1년도 넘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마리나의 경우는 올해 초에도 한 번 더 인터뷰를 했는데… 마리나 선생님이 제 인터뷰를 참 좋아했습니다. 올봄에 찾아가니 그분 스태프 중 한 명이, 제게 마리나 선생님이 제 인터뷰 영역본을 흔들며, “내 인터뷰는 이래야 해”라고 했다 하더라고요. 물론 제게도 저의 접근이 참 좋았다 여러 번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녀는 정말이지 제가 2층에 사는 사람이라면, 저 위 3층 혹은 4층에 사는 분 같아요. 그만큼 구도의 열정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혔다고 할까요. 그녀와의 만남이 제게 전달한 에너지는 엄청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에서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제프 월의 <죽은 병사들의 대화>였습니다. 선생님께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책 표지로도 쓰인 제프 월의 「돌풍」입니다. 그 돌풍이 떠올라서 밴쿠버 가는 길에 제프 월을 만나야겠다 마음먹게 됐고, 그 바람처럼, 제 주위 공기들이 흔들리듯 삶의 변화도 왔고요.

 

책 마지막에, ‘나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던지셨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선생님 자신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열심히 배우는 사람이죠. 전에는 하고 싶은 일들도 많고 했는데… 지금은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해요. 잘하지 못하면 만 가지를 해도 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지금 하는 그것을 잘하자라고 마음을 모으려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 답에 집중하듯이 설거지할 때도 집중해요.

 

질문지에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어떻게 보면, 공통 질문이었을 것도 같은데요. 안희경 선생님에게 예술이란?


그 작업을 하는 이의 생활, 삶.

 

이 시대, 이곳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어때야 할까요.


예술가는 자유를 보여주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그 경계를 넓혀가는 이들요.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에 이어 ‘여기 아트스트가 있다’로 여러 사람을 만나 오셨는데요. 앞으로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고자 연락했다가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못 만난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요. 아마 내년 즈음 들어갈 프로젝트가 될 텐데요. 지금 하는 ‘문명, 그 길을 묻다’가 세계화된 권력을 들여다 보게 하고, 개인의 깨달음과 사회의 깨달음이 결국은 하나가 될 때, 세상의 변화가 생긴다는… 그 어쩔 수 없는 느리고 느린 문명이 걸어온 길을 본 것이었다면, 앞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그 개인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조금은 쉬운 길을 조명하고 싶어요.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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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안희경 저 | 아트북스
그녀는 2010년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이들 8명의 현대미술 거장들을 만나 상상력의 근원을 탐구한 인터뷰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녀가 만난 이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강익중,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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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예술 #미술 #현대미술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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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chance

2014.06.23

예술가는 자유를 보여주는 이라는 작가님의 코멘트가 인상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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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