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명, 동유럽 빈티지 프라하를 소풍하다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다. 여행하는 사람, 그리고 여행지다. 『프라하, 소풍』은 일러스트 작가와 애니메이션 감독 부부가 체코 프라하를 여행한 기록이다. 예술을 하는 두 사람 눈에 동유럽의 역사적 도시 프라하는 어떻게 보였을까.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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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수도, 프라하. 서유럽에 파리가 있다면, 동유럽에는 프라하가 있다. 프라하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이 도시에 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프라하, 소풍』은 프라하에 관한 책이다.

 

제목에는 ‘소풍’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책을 쓴 저자는 체코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애니메이션 감독인 남편과 함께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 그곳에서 전선명 저자는 프라하의 곳곳을 누볐다. 일러스트 작가답게 그녀의 시선으로 본 프라하는 예술의 도시, 문화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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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바빴을 텐데요. 이런 와중에 기록을 남기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기록을 남겼고,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체코 체류 경험을 글로 남긴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책이 나온 뒤 감회가 있다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야기하고 ‘프라하’ 하면 떠올리는 것들 너머에 있는 프라하의 모습이 궁금했고 알고 싶었습니다. 상주여행자로 프라하에 머물면서 조금 더 일상적이고 소소한 면을 직접 맛보고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그런 작은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잘 알려진 서유럽이나 북유럽이 아닌 동유럽에 어떤 감성과 운치가 있는지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도와 동유럽 정서가 잘 반영된 수수한 모습의 책이 나온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에 ‘소풍’이 붙었습니다. 체코에서 견뎌야 했을 긴 겨울을 생각한다면 ‘소풍’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데요. ‘소풍’을 제목으로 정한 의미는?


‘여행’과 ‘생활’은 확연히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경우는 ‘생활’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경제적, 언어적인 부분에서부터 날씨에까지 영향을 받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외롭고 우울한 날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은 아쉬움과 그리움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그곳에서의 시간은 천상병 시인이 읊었던 ‘소풍’이라는 단어처럼,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 있는 그저 한 때의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매일매일 부담 없이 집을 떠나 프라하를 일상적인 관점으로 살피고 돌아다녔다는 의미에서 ‘소풍’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수많은 나라가 있는데 ‘체코’로 떠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애니메이터였던 남편은 인형이나 오브제를 이용하여 스톱모션기법으로 촬영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아날로그 촬영 방식이나 작업환경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체코는 더할 나위 없이 경험하고 배우기에 적합한 곳이었고, 저 또한 같은 맥락으로 체코 특유의 수수함과 빈티지가 느껴지는 일상과 예술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책에 실은 사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유럽 빈티지’라고 할까요, 소박하면서도 옛 정취가 남아있지만 낡지는 않은, 느낌이었는데요. 저자님께서 가장 감명 깊었던 체코의 풍경이라면 무엇일까요. 


제가 프라하에서 매력을 느끼고 발견하고 싶었던 부분은, 중세시대의 클래식한 ‘낭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시절의 잔상이 남아 있는 ‘고독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동유럽 빈티지’의 기운이기도 합니다. 굳이 특별한 것을 찾지 않더라도 골목에 세워진 구형 ‘슈코다’, 홀로 걷는 노인, 낡은 창문틀 등 많은 것에서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밤의 길이가 무척 길어진 어느 겨울날, 신호대기 중인 트람바이를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각기 사색에 잠긴 듯한 체코인들의 모습이 뿌옇게 김이 서린 창문 너머로 넘어왔고, 그 장면이 제 마음 한편에 애잔한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주에서 자랐는데, 프라하와 ‘역사성’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주와 프라하의 비슷한 면, 차이점 등을 알려주신다면.


개인적으로 경주는 고향이다 보니 언제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틋한 곳입니다. 그런데 프라하에서도 거리 곳곳에서 그만의 아릿한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어 친근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두 곳 모두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역사와 일상의 어우러짐이 참 자연스러워 오히려 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빈티지에 관심이 많고 일상에서의 소박한 재미를 좋아하는 제 성향도 그런 분위기의 경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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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노마드


공간은 곧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하는데요. 프라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체코 사람들은 대체로 무뚝뚝했습니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프라하이지만, 그 이면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있었습니다. 그 쓸쓸함은 거리를 오가는 체코 사람들 표정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회주의 시절을 겪은 듯한 노인들에게서 그런 느낌이 더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과하게 친절하지 않은 솔직함에서 정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헌책방, 도서관, 박물관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요. 프라하가 문화의 도시라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작가님의 취향이 반영된 선택인지요.


프라하는 시내 중심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어 있고,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각종 오페라 및 공연이 연중 끊이질 않는 명실상부 최고의 문화 도시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저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든 잘 알려진 명소보다는 동네 어귀의 작은 골목이나 가게 등에 더 솔깃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상생활과 가까운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랄까요? 그런 관점에서 헌책방, 잡화점을 주로 찾으러 다니곤 했습니다.


체코어도 배우셨는데, 체코어는 어떤 언어인가요.

체코로 유학을 가고자 하는 이들이 대부분 체코어 때문에 힘들어할 만큼, 체코어는 외국어 중에서도 무척 어려운 편이라고 합니다. 저는 6개월 동안 초급문법 코스를 밟은 정도였지만, 어려운 만큼 매력적인 언어임을 느꼈습니다. 함께 어학교를 다닌 친구 중에는 단순히 체코어 자체에 흥미를 느껴 공부하러 온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언뜻 들으면 독일어나 러시아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체코어는 그 언어들과 확연히 다른, 특색 있는 발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코어의 어감이 체코 사람들의 표정만큼이나 무뚝뚝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가까운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언어와 비슷한 계열이라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 중에서는 ‘요리’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세계화 속에서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이 사라진다는 비판도 있는데, 프라하는 어떤가요. 프라하만의 전통 음식문화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다소 상업화되어있는 듯하지만, 프라하 시내의 다양한 식당에서 체코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맥주와 함께 먹는 ‘베프조베 콜레뇨’라는 돼지 무릎 뼈 바비큐 요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아쉽게도 최종적으로 빠지게 되었지만, 원래 이 책에는 ‘한국에 있는 재료로 즐겨보는 소박한 체코요리’ 코너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실으려 했던 음식 중에 ‘스마줴니 끄비에딱’이라는 양배추 튀김과 ‘브람보라끼’라는 감자전이 있습니다. 두 가지 음식 모두 체코 일반가정에서 손쉽게 즐기는 요리입니다.
 

체코를 찾을 여행자에게 팁을 공개한다면?


때로는 프라하성보다 바람이나 햇빛 같은 것들이 프라하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언제 어떤 장소를 가든 프라하의 다양한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장소를 추천하자면, 블타바 강과 프라하 시내를 고즈넉하게 감상할 수 있는 비셰흐라드 언덕에 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스등이 하나씩 켜지는 해질 무렵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는 매시간 스메타나의 「Vltava」가 애잔한 종소리로 울려 퍼져, 이방인의 마음을 한없이 흔들어놓곤 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박물관 여행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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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소풍 전선명 저 | 북노마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전선명의 프라하 ‘생활 여행’ 에세이. 애니메이션 감독인 남편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체코 프라하로 떠나, 1년 넘게 머물며 프라하 곳곳을 누빈 기록들을 담았다. 일러스트 작가와 애니메이션 감독 부부의 생활 여행답게 벼룩시장, 잡화점, 헌책방, 인형극장, 문방구 등 체코 특유의 문화 공간에 대한 탐미가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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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명 #프라하 #여행 #소풍 #체코 #동유럽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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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2014.08.31

프라하는 예쁘지만, 이제는 빛이 바랜 장난감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직접 가 본 적은 없어서 막연한 이미지가 그렇게 남은 것 같아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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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

2014.08.30

프라하만큼 소풍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은 없을 것 같네요.
아름다운 도시라는 막연한 느낌으로만 존재하는데, 직접 가보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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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2014.07.16

프라하에 대한 로망은, 없는 사람이 더 적을 듯 싶습니다. 그만큼 프라하는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공간으로 머럿속에 남아있네요. 언젠가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니, 그 전에 미리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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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