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 A Talk >
겉만 섹시고 속은 신파인 언행불일치 섹시 콘셉트가 판을 친다. 날이 갈수록 노출은 심해져만 가는데 노랫말은 연인과의 아름다운 사랑, 애절한 고백 등 '악어 눈물'을 뿌려댄다. 역설적이다. 이런 '난세'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숱한 논란 속에서도 일관되게 강렬한 콘셉트를 고수해왔던 '끝판왕', 현아다.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빨개요」를 통해 현아는 근래 보기 드문 '당당함'을 내세운다. '웬만한 애들 보다 잘 빠진 몸매는 내겐 Full option', '죽이는 댄스 무대 위 킬러, 콧대는 하늘을 찔러' 등의 가사는 내공과 경험이 우월감으로 화한 자기과시의 표현이다.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We can't stop」,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Dark Horse」 등 최신 유행 콘셉트를 이것저것 가져왔지만 앨범 캐치프레이즈인 '빨간'색으로 잘 녹여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의 당혹스러움이 존재하지만 '섹스 심벌'로서의 캐릭터 형성에 흠이 될 정도는 아니다.
단순한 이미지 확립이 목표였다면 성공적인 결과다. 허나 현아의 이상이 좀 더 높은 곳, 든든한 위상을 향하고 있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선명하다. '존나', 'Bitch'와 같은 공격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며 힘을 실은 「Blacklist」에선 게스트로 데려온 걸그룹 EXID의 LE에 완전히 압도당하며, 인트로가 인상적인 「French kiss」의 고혹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등 여전히 스스로 곡 자체를 끌고 가는 힘이 부친다. 대한민국에서 '디바'라는 칭호를 얻었던 가수들,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는 곡을 휘어잡는 장악력이 있지 않았던가.
각종 매체를 통해 현아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섹시'를 보여주겠노라 공언하였다. 대중의 시선과 그룹의 지향 속에 갈팡질팡하는 수많은 섹시 콘셉트 가수들 속에서, 확실히 현아의 행보는 거침이 없으며 앞으로 갈 길도 확실하다.
개선되어야 할 점이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확고한 캐릭터의 힘이 이를 상쇄하는 모양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까지는 왔다. 그 다음 '현아는...'에 대한 대답은 추후 활동의 방향에 달려 있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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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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