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간만 30시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 대륙은 쉽게 떠날 수 없다. 그래서 더 사람들은 남미를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남미의 101가지 매력』 저자 박재영은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훌쩍 떠났다. 1년간 세상을 여행했고, 여행 에세이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를 펴냈다.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가 조금 감성적이었다면 『남미의 101가지 매력』은 여행지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실으려 노력했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나라별로 배열했다. 아름다운 사진은 남미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서울대, 장교 복무, 대기업 근무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는데요. 이런 길을 버리고 여행작가로 전환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습니다. SK에서 10년간 일을 하면서 중간에 1년간 세계여행을 한 후 여행에세이를 출판하고 조금씩 여행 관련 일을 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죠. 작년 말에 회사를 그만둔 후 여행작가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몇 년 뒤에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늘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인생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하고 많은 장소 중 남미에 매료된 특별한 사건이 있었나요?
사실 저는 서른 살이 넘어서야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그것도 회사를 다닐 때라 길어야 일주일 정도였죠. 채워지지 않던 여행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면 여행하기 힘든 남미로 갔습니다. 당시만 해도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이 드물던 때라 정보가 많지 않고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답던 남미의 자연과 마을, 처음 보는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현재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에게 반했습니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오랜 시간을 남미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남미에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전작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와 비교해서 『남미의 101가지 매력』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남미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내용이나 구성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전작은 처음 남미를 여행했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시간 순으로 쭉 기록한 여행에세이입니다. 이에 비해 『남미의 101가지 매력』은 세 차례에 걸쳐 1년 넘게 여행했던 남미의 매력적인 여행지에 대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각 여행지의 역사와 전통, 특징과 분위기, 거기에 제가 느꼈던 느낌과 여행 팁까지 세세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미에 관심있는 독자들이 기존의 감성적인 여행에세이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점들을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록하였습니다.
101이라는 숫자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남미는 아주 큰 대륙이라 열대정글부터 고산, 사막, 빙하 등 모든 자연환경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볼거리를 담기 위해 101가지라는 숫자를 택했습니다. 사실 101개 만으로 남미의 볼거리를 모두 담기에 무리입니다. 드넓은 남미는 너무나 많은 매력이 넘치는 땅이니까요.
책에서 인상적인 점이 글도 글이지만, 사진입니다. 박재영만의 사진 철학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다면.
제가 유명한 사진작가도 아닌데 철학이라고 하면 어불성설이고요. 최대한 제가 경험한 여행지의 느낌과 그 당시의 제 감정을 사진에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슴이 탁 트이던 광활한 대지, 눈이 시리도록 파랗던 고산의 하늘, 아름답지만 쓸쓸한 석양.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의 노출과 구도를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부록에서 남미 여행 준비물로 침낭, 방수되는 운동화, 예방접종을 드셨는데요. 선생님은 여행작가이니 카메라도 필요할 듯합니다. 이중에서 1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택하시겠나요.
무엇보다도 카메라겠죠. 남미는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좋은 카메라를 구하기 힘들고 구하더라도 비싸니까요. 거기다 저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카메라가 없으면 멋진 여행지에 가더라도 심심하거든요. 사진을 찍어야 시간이 잘 가음. (웃음) 침낭이나 운동화는 남미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필요하면 사면 되겠죠.
남미에서 겪은 인상적인 사건을 꼽는다면.
음. 1년 넘게 돌아다녔던 곳이라 워낙 사건 사고가 많아서 고르기는 힘들지만, 사고 중에는 에콰도르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뻔 했던 일이 기억나네요. 나무에 걸려 겨우 살았는데 그 뒤로 산악자전거는 근처에도 안 가고 있죠.
칠레에서 회사에 있을 때 거래하던 와인 수입업체에 부탁해 와이너리 견학을 갔었는데, 한국에서 온 큰 손이라고 소개해주시는 바람에 완전 VIP 대우를 받아서 난처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자면서 츄리닝에 운동화 차림이었는데 와이너리 마케팅 팀장님이 직접 벤츠를 몰고 오시는 바람에 양심에 가책을 느껴 혼이 났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남미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이죠. 식당에 사람이 꽉 차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먼저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앉은 자리를 양보하시던 에콰도르의 아저씨, 안데스 산맥을 지나는 비좁은 승합차에서 페루 옥수수가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주시던 페루 시골의 아주머니. 그런 사소할 수 있지만 따뜻한 경험들이 남미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미, 하면 정치적 불안과 먼 거리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닌데요. 남미 여행을 망설이는 독자에게 격려 또는 주의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남미는 확실히 멉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죠. 하지만 남미가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여행을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남미 대도시들이 위험하긴 하지만 여행자들이 주로 가는 지역은 번화한 곳들이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과 밤 늦은 시간의 외출을 피하고, 기본적인 소지품 관리에 신경 쓰면 별 문제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여행자를 노리는 전문 소매치기들이 바글바글한 유럽 일부 지역보다도 도난 사건은 적게 일어난다고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요.
여행을 가면 이곳과 같은 점, 다른 점을 보게 될 텐데요. 남미가 한국사회와 같은 점,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세상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동네는 비슷한 것 같아요. 언어가 다르고 피부 색도 다르지만 남미 사람들도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부부와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고, 직장인들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죠. 그냥 겉보기에는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직장과 돈에 대한 고민, 연예에 대한 고민, 우리네와 별 차이가 없죠.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관점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우리네와 달리, 현재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훨씬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살면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의 반도 느끼지 못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여행작가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여행작가라고 하면 감성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유려한 글로 여행지에 대해 환상적으로 포장을 하곤 합니다. 또, 오래 여행을 하면 분명히 기분 나쁜 일이 많이 생기고, 별 느낌이 없는 여행지가 많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좀처럼 보기 힘들죠. 그래야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여행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우스개 소리로 일부 유명 여행작가들을 ‘여행소설가’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 성격상 그런 글을 읽거나 쓰면 손발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절대 그런 여행작가는 될 수가 없고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여행지를 바라보며 여행지의 느낌과 제 경험을 최대한 담담하게 전달하기 위해 늘 노력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이런 것들 때문에 별로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에,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곳들은 여행자들이 믿고 방문을 하곤 합니다. 일상생활도 그렇지만 여행도 삶인데 모든 것이 좋을 수가 있을까요? 여행지에 대해 환상적으로 포장할 줄은 모르지만, ‘솔직하고’ ‘믿을 수 있고’ ‘실제 여행에 도움이 되는’ 여행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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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101가지 매력박재영 저 | 슬로래빗
이 책은 저자가 중남미 12개국을 1년 이상의 여행을 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짧고, 강렬하게 “남미의 101가지 매력” 한 권으로 소개한다. 에피소드 중심의 여행 에세이가 담아내지 못한 다양한 여행지를 담백하게 풀어내어 읽는 내내 여행지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지고, 다양한 사진은 마치 한 권의 포토 에세이를 보는 것처럼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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