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작가가 어느 날 특별한 발리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고 먹고 거닐고 구경한 모든 것을 그림과 글로 직접 그렸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그림이 고수란히 여행의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독특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공유했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내 손으로, 발리』 독자와의만남에서 이다 작가는 “일단 그려봐”라는 말로 여행 그리기의 두려움을 없앨 것을 권했다.
발리를 그리는 팁에 관하여
발리에서 전통복장을 그렸던 경험도 말한다. 발리에 갔을 때, 재미있는 전통 이벤트를 만났다. 그것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어서 그것을 보면서 그려봤다. 발리 사람들은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데, 덕분에 그 전통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다 작가는 음식은 바로 그리지 않는다.
“음식을 앞에 두고 다른 뭔가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웃음).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사진을 보고 다시 그린다. 책에서도 몇 번을 말했지만 발리는 디저트가 생명이다. 바닐라 밀크쉐이크를 먹었을 때 향을 맡고는 충격을 받았다. 이상한 냄새였다. 바닐라향이 너무 강했는데, 먹는 순간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먹어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디저트였다. 이것 때문에 다시 발리를 가고 싶을 정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정말 맛있고, 과일 주스도 끝내준다. 충격이 밀려오는 맛이다. 초코콘 아이스크림도 그렇다.”
이다 작가는 에피소드를 그릴 때 요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겪었던 일을 만화식으로 그려보는 것.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에피소드에 아바타를 등장시키며 그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럼에도 초심자들은 그림을 그리는 것에 고통을 느낀다. 원근법도 맞지 않고 어떻게 묘사를 해야 할 지도 막막하다. 이에 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팁을 제공했다.
- 세부에 집착하기보다 전체를 보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 사람을 그린다면 옷깃이나 옷보다 전체적인 몸을 먼저 구상한다. 세부적인 묘사보다 우선 전체적인 색감과 형태를 파악한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색깔부터 먼저 파악한다.
- 세부적인 묘사보다 전체적인 큰 선을 먼저 파악하자. 큰 선-작은 선 순으로 그린다.
- 모든 것을 다 그릴 필요는 없다. 똑같이 그릴 필요도 없다. 대상과 똑같이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버려라. 내가 관심 있는 것만 그리도 된다.
- 모든 곳을 다 칠할 필요 없다. 여백을 좀 남겨도 된다. 초심자는 색깔을 몇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더 쉽다. 많은 색보다는 2~3가지 색을 집중해서 사용하면 세련되게 보일 수 있다.
- 정확한 원근법에 집착하지 말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부각해도 된다. 이게 그림의 매력이다. 내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급법이 틀려도 매력적인 그림이 될 수 있다.
어떤 재료로 그릴까
그렇다면 어떤 재료로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 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맞는 재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트의 경우, 특히 그렇단다. 그러기 위해선 각 노트마다 특징들을 잘 알아야 한다. 몰스킨 스케치북은 노란빛 때문에 인쇄할 때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그는 몰스킨 스케치북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그가 추천하는 노트는 ‘달러 로니 예보니 스케치북’. 가성비가 진짜 좋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크라프트지가 맞을 수 있으니 거듭 강조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노트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구라고 다르지 않은데, 여러 도구를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이다 작가에 의하면, 유성색연필은 여행을 갈 때 특히 좋으며, 마카는 도시 풍경을 그릴 때 좋다. 크레용은 색깔이 많아서 추천하고 싶다. 수성펜은 물에 번지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데, 용도에 맞게 사용하기에 좋다. 붓펜도 좋은 재료. 그러나 연필은 초심자에겐 추천하지 않는데,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릴 때 많은 아이들이 미술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연필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 연필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채화 도구는 완전 추천한다. 간지에서는 최고봉이다. 안료를 압축시켜서 만든 ‘윈저 앤 뉴튼 고체케익 코트만’ 12색을 추천한다. 종이는 비싸긴 하나 수채화지를 써야 한다. 아이폰 다음으로 최고의 발명품으로 생각하는 미친 도구가 있는데, 워터브러쉬다. 수채화는 초심자가 잘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적응이 되면 빨리 그릴 수 있다. 편한 복장도 중요하다. 아무데나 앉거나 기대도 괜찮은 옷을 입고, 재료를 빨리 찾고 꺼낼 수 있는 가방이 편하다.”
이어 이다 작가가 강력하게 권하는 여행노트를 위한 결정적 팁을 언급했다. 그는 그림을 망쳤다고 찢어버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금 망쳤다고 생각해도 집에 가서 보면 아닐 수 있다. 이건 내 경험이다. 여행을 가서 내가 그리는 대상이 아름다우니 그 앞에서 기가 죽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 대상에 비해 그림이 별로라며 자학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절대 찢지 말고 집에 가져가 일주일 후에 다시 그림을 보면 좋아 보인다. 대상이 사라지면 또 달리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모든 것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은 몇 가지에 집중하자. 그리기 싫으면 그리지 말자. 내가 좋을 때만 그리자. 그림 수업을 하면 자기 좋은 것만 그려서 실력이 안 는다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도 실력이다. 내 손으로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들자. 내 여행이니까!”
Q & A
늑대 그림을 자주 그리는 이유가 있나?
처음 늑대를 그렸을 때는 좋아서 그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돌아보니 다큐멘터리에서 하얀 설원에 늑대가 뛰어다니는 영상을 보고 늑대에 매료됐다. 우리가 아는 늑대 이미지는 동물원에 있거나 나쁜 이미지로 각인돼 있으나 설원을 뛰는 늑대를 보면서 순수하다고 느꼈다. 그런 늑대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 인공의 것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이상형으로 삼고 있거든. 나는 순수함에 대한 갈망이 있다. 늑대는 순수함에 대한 갈망, 이상향 같은 존재로 봐주면 좋겠다.
인물 묘사에 기술이 부족해서 인물 표현력이 약한데 학원에 가는 것이 좋을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나? 학원이 나쁜 게 아니라 어떤 학원을 가느냐가 중요하다. 표현력은 노력과 연계돼 있다. 내 생각엔 누드 크로키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물 묘사에 스킬이 부족하면 누드 크로키를 해보면 빨리 늘 것이다. 또 지하철에서 크로키를 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5초 크로키라고 창밖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5초마다 크로키를 하는 것도 좋다. 인물을 제외하고 실물을 보고 그리면 실력이 빨리 는다. 사진을 보고 하는 것은 빨리 늘지 않는다. 가능하면 실물을 보고 연습을 많이 하면 표현력이 늘 수 있다.
전시회는 하지 않나?
전시회는 갤러리가 섭외돼야 하는데, 전시회 섭외가 오긴 했었다. 그런데 위치가 너무 외지거나 카페와 이어져 있는 곳이어서 적절한 장소를 못 구해서 전시회를 못했다. 지금 공개 안 한 작품들이 많다. 적절한 전시관을 찾으면 할 것이다. 두 달 내에라도 전시회를 할 수 있다.
세고 재밌는 표현을 잘 하는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나?
공개 안 하는 것 많다. 연애는 공개 안 한다. 이전에 연애를 두 번 했는데, 상대를 대상화시킨 것 같아서 자책이 컸다. 내 스스로는 솔직하지 않은 편이라고 여기나 주변에선 솔직하다고 그런다. 생각하는 것을 다 표현하진 않고 한 20%만 표현하는 것 같다. 솔직함의 강도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표현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서. 지금 서른넷인데 솔직해지기 너무 힘들다. 솔직해지면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 있거든. 내 그림을 잘 보면 요즘 글이 좀 줄어들었다. 못할 말이 많아져서 그림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남과 부끄러움의 기준이 달라서 그렇지 나도 비밀도 많고 가식적인 면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림에서는 늘 솔직하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을 그리려면 잠시도 가만있질 않아서 매번 그리다가 말더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도 고양이를 진짜 못 그린다. 동물을 그리기가 어렵다. 고양이 잘 그린다고 개를 잘 그리는 것 아니고 모든 동물은 제각각 연습해야 한다. 자는 걸 그려보면 어떨까. 생명체는 입체인데, 덩어리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겠다.
순수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했는데, 제인 구달을 좋아하는 것과 연장선상에 있나?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웃음). 동물 중에서도 유인원에 관심이 많다. 20대 때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다. 진화서나 진화심리서를 많이 읽고 유인원에 대한 책도 많이 봤다. 인간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하게 됐고, 그러면서 제인 구달을 알게 됐다. 제인 구달이 연구한 것에 대해 매력을 많이 느꼈다. 순수함에 대한 갈망과 맥이 닿는 것도 같다.
‘이다’는 본명이 아닌데, 계속 사용할 건가?
‘이다’는 긍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본명은 정한별이다. 예쁜 이름인데,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다라는 이름이 정말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다. 이다로 불리는 것이 굉장히 편하다. 일상에서도 본명과 필명을 구분 짓는데, 이다는 그림 그리는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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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발리이다 저 | 뉴런(NEWRUN)
카메라 없이 모든 기록을 손으로 남기는 여행, 일명 ‘핸드메이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고 먹고 거닐고 구경하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글로 직접 기록하는 것이다. 왜 하필 핸드메이드 여행이냐고? 이다는 말한다. 그 자리에 멈춰서 기록할 때,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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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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