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 맞서서
우리들의 인문학적 성찰이 ‘나는 누구인가’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범부凡夫의 인문학이 될 것입니다.
글ㆍ사진 김상근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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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인문학적 성찰이 ‘나는 누구인가’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범부凡夫의 인문학이 될 것입니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그것은 이기적인 인문학입니다. 모든 문제를 나의 문제로 환치하고 나 자신의 해탈과 구원을 소원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거칠고 잔인한 적자생존의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단단한 자아의 성찰로 무장한 사람들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그들이 가진 정신의 근력을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같이 살자convivio! 이것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인문학이 추구했던 공존의 정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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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성찰할 수 있던 사람은 귀족들뿐이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빈번한 전쟁에 동원되었고, 노예들은 노동으로 흘리는 땀을 식힐 시간도 모자랐습니다. 오직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귀족들이 일반 시민과 노예들을 자기 성찰이 결여된 동물과 같은 존재로 보았다면, 그들의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나온 것이 함께 살자는 공존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길이 그곳으로 통했다는 로마 제국의 신성한 길via sacra 끝에 화해의 신전Temple of Concordia이 서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문학적 성찰은 반드시 그 다음 질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인문학적 성찰은 더 큰 가치를 지향해야 합니다. 나의 문제에만 집중한 인문학은 정신적?물질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가 될 것이고, 자기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또 다른 술책이 될 것입니다. 약자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인문학은 교묘한 지배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문학 심화와 확산’을 목표로 설립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는 2013년 가을 학기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학자?역사가?종교인?문학가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CEO를 초청하여 우리 시대의 삶과 행복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이 그 치열했던 사색과 심오했던 성찰의 현장이 되었고, 매주마다 인문학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그리스에서는 향연을 심포지움symposium이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지성의 ‘축제’였습니다. 고려대학교는 그 향연의 장을 시민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했습니다. SBS CNBC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들이 펼치는 인문학 강연을 중계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 지식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확보해주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위클리 비즈」 한 면 전체를 할당하여 모든 강연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재단, 대학, 방송, 언론, 출판이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인문학의 향연을 펼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의 진심이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사를 드려야 할 대상이 또 있습니다. 매회 천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그것도 방송 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장에서 탁월한 강연을 해주신 강연자 여러분과 강연 때마다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메우고 힘찬 박수로 성원해주신 수만 명의 시민 청중입니다. 강연자들의 통찰력과 시민 청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의 ‘인문학 아고라’ 강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우리 재단의 방향을 제시하고 아낌없이 후원해주시는 최창원 이사장님을 대신하여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년 가을학기의 ‘어떻게 살 것인가’ 강연은 사실 한 학기 연기된 행사였습니다. 2014년 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희생당한 그 참혹한 사고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2014년을 몸부림치면서 보냈습니다. 나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와 돈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욕심 앞에 망연자실했던 한 해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 앞에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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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고은,김상근,박승찬,석영중,손봉호,용타 스님,이강호,조성택,차드 멩 탄,최인철,한명기,황현산 공저 | 21세기북스
우리 사회는 20세기 중반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황폐해진 개인의 삶과 희미해진 사회적 가치가 두드러졌고, 그 결과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 열풍이 거세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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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어떻게 살 것인가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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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5.02.27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데 좋은 시간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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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5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은 일생동안 이어지죠. 인간은 살아 있는한 고민하고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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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2.25

내가 아닌 우리, 공존의 정신... 지난해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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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