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야구 시즌! 야구 응원가 특집 - 한국 프로야구 -
날이 더워질수록 열기를 더해간다. 올해로 창단 33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다. 2006년 국가 대항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일대 중흥기를 맞으며 명실상부 국민 스포츠의 입지를 굳혔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과 지역 연대감, 보다 친근한 마케팅은 해마다 수백만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은다.
한국 프로야구의 특징은 역시 신나는 응원 문화다. 일부 환호를 빼고 시종 차분한 분위기의 미국 야구장과 달리, 우리는 큰북과 응원단장, 치어리더를 앞세운 활기찬 응원이 익숙하다. 야구장은 기본적인 선수 응원가부터 팀의 상징곡, 배경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가득한 노래방이다. 여기에 결정적 득점, 승리의 순간에 팀의 상징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은 명실상부 그 날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각 도시를 상징하며, 애향심을 듬뿍 담아 경기의 흥을 돋구는 노래들을 소개한다.
LG 트윈스
“패티김 - 서울의 찬가”(1966)
“이용 - 서울”(1982)
“정수라 - 아! 대한민국”(1984)
원년 구단 MBC 청룡이 모태인 LG 트윈스. 팀이 리드하거나 결정적 상황, 쐐기를 박는 점수를 낼 때, 핀란드 메탈 밴드 스트라토바리우스의 록 발라드 명곡 「Forever」를 개사한 「승리의 노래」 후 '서울 메들리'가 등장한다. 우선 「잊혀진 계절」로 1980년대 초 히트 가수로 등극한 이용의「서울」이 있다. 아바의 「Does your mother know」를 그대로 가져온 곡이지만 「아, 아, 우리의 서울」의 후렴으로 도시를 상징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 대한민국」이 그 뒤를 잇는다. 건전가요 모음집 < 아! 대한민국 >에 수록된 건전가요였던 이 곡은 본래 정수라와 장재현의 듀엣 곡이었으나 정수라의 데뷔 앨범이 재발매되며 파워풀한 보컬의 독창이 되었다. 경기 전과 때때로 등장하는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도 엘지 트윈스를 상징한다.
두산 베어스
"Beach Boys - Surfin U.S.A" (1963)
"마그마 - 해야" (1980)
원년 구단 OB 베어스를 전신으로 한 두산 베어스. 충청도에서 출발해 1985년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 자리를 잡았다. 원년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프로야구 원년 챔피언 자리에 오른 후 1995년, 2001년 세 번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의 승리 응원가는 1980년 MBC 대학 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한 마그마의 「해야」지만, 남자와 여자 파트가 나눠진 선수 개인 응원가가 더 유명하다. 타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응원으로, 대표적으로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를 개사한 외야수 정수빈의 응원가가 있다. 한국에서 비치 보이스는 이 한 곡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지만, 사실 이 팀은 '천재' 브라이언 윌슨을 필두로 비틀즈에 대항했던 1960년대의 유일한 미국 밴드였다.
넥센 히어로즈
"Charlie Patton - I Shall not be moved" (1929)
2008년 재정 문제를 안고 있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며 '우리 히어로즈'로 출발한 히어로즈는 마땅한 스폰서 기업을 찾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타이어 그룹 넥센이 팀을 후원하고 나서부터 승승장구하여,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넥센의 홈구장 목동야구장에는 비록 원정 응원단이 훨씬 많이 방문하지만, 화끈한 공격력으로 오히려 응원을 오래하는 쪽은 홈 팬들이다. 대표적인 응원가 「서울의 푸른 하늘에 히어로즈 기를 높여라」는 1920년대 델타 블루스 뮤지션 찰리 패튼(Charlie Patton)의 「I shall not be moved」가 원곡으로, 한국 축구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응원가로 먼저 유명하여 넥센이 사용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고려대학생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민족의 아리아」도 LG 트윈스와 함께 응원가로 부르고 있다. 원곡은 이탈리아의 테너 「Melodramma」.
롯데 자이언츠
"조용필 - 돌아와요 부산항에" (1980)
"문성재 - 부산갈매기" (1982)
부산은 야구의 도시라 하여 구도(球都)라 불린다. 야구가 곧 생활이자 삶의 중요한 일부분인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열정을 불태우기로 유명하다. 이 뜨거운 에너지 덕에(?)「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메들리는 야구 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구가한다. 문성재의 「부산갈매기」는 1982년 발표된 곡으로, 구슬픈 멜로디와 가사의 악조건이 오히려 부진이 길었던 팀의 역사와 겹쳐지며 롯데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가왕 조용필의 데뷔곡이자 누구나가 아는 최고 히트곡이다. 하지만 원래 이 곡이 김성술의 「돌아와요 충무항에」였으며, 1972년 처음 발매되고 나서 1976년, 1980년 조용필의 데뷔까지 숱한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팀 응원가 외에도 롯데는 대부분의 선수 응원가를 팝에서 따오는 사실로 유명하기도 하다.
SK 와이번즈
"김트리오 - 연안부두" (1979)
인천 야구의 역사는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부터 시작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못했다. 부진한 팀 성적으로 삼미가 해체된 후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까지 숱한 팀이 거쳐간 탓이다. 현대의 연고지 이전 소란을 거쳐 SK 와이번스가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천 야구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숱한 역사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연안부두」다. 삼미 시절부터 불려진 이 응원가는 1979년 남매그룹 김트리오가 발매한 디스코 풍의 트로트 송이다. 8회초 종료 후 홈 팀 공격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연안부두」를 만날 수 있고, 특히 반주가 꺼진 2절에 팬들이 스마트폰 플래쉬를 흔드는 장면이 장관이다.
삼성 라이온즈
"최백호 - 영일만 친구" (1979)
"대구찬가(대구는 내 고향)"
프로야구의 최강자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번도 최하위로 내려가보지 않았으며 무려 16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8회 우승했다. 특히 2011년부터 지금까지 프로야구를 4연속으로 제패하며 '해태왕조'에 이은 '삼성왕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토록 무결점의 강팀이지만 이렇다 할 응원가가 없다는 점이 다소 심심하다. 대구의 캐치프레이즈 '컬러풀 대구'를 타이틀로 한 응원가와 「대구찬가(대구는 내 고향)」을 팀 응원가로 사용하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2012년 포항에 제 2 야구장을 개장하며 최백호의 대표곡 「영일만 친구」도 부르고 있다. 선수별 응원가로는 김원준의 「Show」를 개사한 4번타자 최형우의 응원가가 유명.
기아 타이거즈
"이난영 - 목포의 눈물" (1935)
"김수희 - 남행열차" (1980)
한국 최초로 프로야구를 열번이나 제패한 팀. 공포의 '해태 왕조'로부터 내려온 기아 타이거즈의 역사는 찬란하다. 하지만 찬란한 역사 뒤에는 차별받던 호남 인구의 설움이 있었다. 문일석의 가사에 손목인이 멜로디를 붙이고, 한 서린 이난영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입혀진 「목포의 눈물」은 일제강점기 망국의 한으로부터 1970년대 호남의 눈물을 어루만졌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응원가 때문이었을까. 해태는 정규 시즌 다소 부진하더라도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만 하면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목포의 눈물」은 젊은 세대에 생소하다는 이유로 뜸해졌지만 같이 불렸던 김수희의 「남행열차」만은 여전히 기아 타이거즈의 응원가로 오늘도 남아있다.
한화 이글스
"조영남 - 내 고향 충청도" (1976)
"대전의 찬가"
오랜 침체기 끝에 한화 이글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최약체에 처져있던 한화는 올해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개선된 성적으로 팬들을 야구장에 끌어모은다. 「부산갈매기」나 「연안부두」처럼 호응이 높지는 않지만, 많은 응원가 중에서도 충청도를 대표하는 노래 「내 고향 충청도」가 2012년부터 불리고 있다. 전란 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잘 그려낸 이 노래는 조영남의 빅 히트곡이지만 사실 19세기 민요 「Banks of Ohio」를 번안한 곡이며, 애잔한 한국 버전과 달리 원곡은 치정살인을 다룬 '머더 발라드(Murder Ballad)'다. 1980년대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 존이 데뷔 앨범에 리메이크한 버전으로도 유명.
NC 다이노스
"노브레인 - 미친듯 놀자" (2005)
"노브레인 - Come on come on 마산 스트리트여" (2005)
프로야구의 오랜 8개 구단 체제를 깬 팀은 통합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다. 신생 팀임에도 내실있는 투자와 착실한 보강으로 창단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N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산야구장은 본래 롯데 자이언츠의 제 2구장이었으나 대대적인 개조와 팬 서비스, 팀의 선전을 통해 이웃과는 다른 색을 입히고 있다. 응원가 중에서는 마산 출신 '불대갈' 이성우의 밴드 노브레인의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 Boys, Be Ambitious! >「미친듯 놀자」를 개사한 응원가와, 고향에 대한 헌정곡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를 합창한다.
kt 위즈
"Bee Gees - Holiday" (1967)
"김광진 - 마법의 성" (1995)
프로야구 10개 구단 시대를 열어젖힌 팀은 kt 위즈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수원 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2015년 시즌은 승률 2할 초반대에 머무르며 부진하고 있지만 신생팀이기에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t의 응원가 중에서는 미국의 3인조 밴드 비지스의 「Holiday」를 개사한 「We are the kt Wiz」가 있고, 김광진의 「마법의 성」을 개사한 「나의 사랑 kt Wiz」는 승리를 굳힐때 부른다.
"윤수일 - 아파트" (1989)
10개 구단 공통의 응원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이닝이 이어지면 '으쌰라으쌰'와 함께 반드시 등장한다. 윤수일은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의 트로트로 히트를 기록했지만 1980년대 들어 과감한 록 사운드를 전면에 앞세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가죽 바지와 선글라스로 무장한 그의 외양은 서구였으나 「제 2의 고향」과 「아파트」의 정겨운 멜로디는 우리의 것이었다. 역동하는 에너지로 대중음악의 귀감이 된 그의 노래는 오늘도 야구장 전역에서 울려 퍼진다.
2015/05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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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