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푸어』의 저자인 브리짓 슐트의 삶은,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의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 딱 듣기만 해도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이에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고 학교에 보내면, 해야 할 인터뷰와 써야 할 기사가 산더미처럼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곧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됩니다. 아이를 데려와 학원에 보내면 곧 다가올 명절 준비에 골치가 아픕니다. 밀린 공과금도 내야 하고, 빨래며 설거지도 모두 그녀의 몫!
브리짓 슐트는 ‘타임 푸어’ 상황에 백기를 듭니다. “더는 이렇게 못 살아!”
『타임 푸어』의 저자, 브리짓 슐트
(더퀘스트 제공)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둘러봅니다. 친구들의 말이 가관입니다. “여가가 있는 엄마? 그런 엄마를 찾으면 박물관에 보내야 해. 유니콘, 인어, 그리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정치인 옆에 세워 두자고.” “얼마나 바쁘냐고? 모르몬교 신자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첩들을 몇 명 데려올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
사람들은 모두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는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브리짓 슐트는 잃어버린 삶과 시간을 되찾기 위해 탐구를 시작합니다. 우선 시간을 50년이나 연구한 사회학자 존 로빈슨(John Robinson)을 만나 ‘시간 관리’를 받아 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의 말은 브리짓 슐트를 놀라게 합니다. 그녀에게 일주일에 무려 30시간이나 여가가 있다는 겁니다! “자녀랑 놀았군요. 이 시간은 여가입니다. 신문을 읽었군요! 여가입니다. 조깅을 했네요? 역시 여가입니다.”
브리짓 슐트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자, 존 로빈슨은 ‘시간활용 학술대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고 말합니다. “한 번 거기를 가 보시죠? 도움이 될 겁니다.”
『타임 푸어』는 이렇게 시작되는 책입니다. 브리짓 슐트는 프랑스 파리에 가서 ‘타임 푸어’가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확인하고, ‘시간 압박’이 건강과 뇌에도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를 예일대학교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과학자에게 듣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팻 뷰캐넌과 국방성의 차관이었던 미셸 플루노이, 세계적인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를 만나 ‘정치’와 ‘이념’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왜곡했는지 깨닫고, 나아가 ‘균형 잡힌 삶’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자 직장과 가정, 여가 사이의 균형을 꾀하는 기업인과 사회 운동가를 만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계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여유롭게 사는 나라’인 덴마크를 찾아가 그곳의 삶을 엿보지요.
한마디로 『타임 푸어』는 ‘시간’과 ‘시간 부족’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탐구하는 책입니다.
왜 현대인은 끝없이 ‘시간 압박’에 시달리는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타임 푸어』의 저자 브리짓 슐트가 발견한 것은 현대 사회의 두 가지 명령입니다. ‘이상적인 노동자가 돼라!’와 ‘좋은 엄마가 돼라!’라는 명령이지요.
‘이상적인 노동자’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일’에 사용합니다. 휴가? 칼퇴? 다 남의 이야기지요. ‘일벌레’가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좋은 엄마’는 또 어떤가요? 아이의 매사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허투루 할 수는 없지요. 좋은 유모차도, 멋진 생일 파티도 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일과 육아, 집안일은 현대인의 시간을 고갈시킵니다
(더퀘스트 제공)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이 두 가지 명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도 필요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지만, 혹시 내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강박적으로 쏟고 있는 건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브리짓 슐트가 덴마크까지 가서 배워 온 ‘시간 잘 쓰는 법’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께요.
시간 잘 쓰는 법(출처: 『타임 푸어』)
- 직장에서 모호함은 쫓기는 삶을 유발하는 적이다. 임무를 명확히 정의하라. 목표를 계량화하고 평가의 기준을 분명하게 정하라. 어떤 수치에 도달하면 충분한 것인가? 충분한 성과를 거뒀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소통하라. 그리고 조정하라.
- 당신의 목록에 올라와 있는 일들의 대부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 일들의 상당 부분은 ‘기타 5퍼센트’ 항목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 날마다 그날 해야 하는 일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를 정하라.
- 첫째 아이가 태어나서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 부부가 만드는 삶의 패턴은 나중에 쉽게 깨지지 않는다. 이 시기에 여자들은 ‘좋은 엄마’라는 규범에 가장 많이 휘둘린다.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기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문지기 역할’에 대한 충동이 가장 강한 것도 이때다. 여기에는 생물학적인 이유도 있지만 문화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배우자도 당신과 똑같이 호르몬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돌봄의 의무를 공유하라.
- 시간 시야를 좁혀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산다면 어떨까? 그러면 무엇이 중요한 일인가에 관한 당신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까? 시간을 쓰는 방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한번 해보라.
... 등등! 많은 팁이 『타임 푸어』에 있습니다.
‘시간 시야’를 좁히라는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는 항상 ‘영원히 살 것’처럼 생활합니다. 매사를 ‘미래를 위해’라는 말로 포장을 하지요. 하지만 만약 내가 살 날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당신이 그토록 열심히 하는 온갖 일이 정말 다 필요한 것일까요?
노인들은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할머니는 말합니다. “좀 끔찍한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1년 후에 끝장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아들의 숙제나 걱정하고 있지는 않겠죠.”
그 밖에도 『타임 푸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지 않아서 미인가 시설에 아이를 맡겼다가 결국 잃고 마는 끔찍한 일들(남의 이야기 같지 않죠?), ‘바쁨’이 성공의 징표이기에 ‘더 바쁘려고’ 노력하는 현대인의 초상, 시간 스트레스로 쭈그러드는 뇌 이야기, 전업주부 엄마와 일하는 엄마 사이의 피 튀기는 싸움, ‘왜 내 남편은 집안일을 안 할까요?’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궁금증, 충분한 여가를 즐기며 살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한 덴마크의 비밀 등.
여러분도 혹시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고 싶으신가요? 그 첫걸음으로 『타임 푸어』를 펼쳐 보시길 권합니다. <중앙일보> 의 이영희 기자님이 해 주신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깁니다.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툴툴대는 당신이 지금 당장 펼쳐야 할 책이다.”
박우용(더퀘스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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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브리짓 슐트 저/안진이 역 | 더퀘스트(길벗)
《타임 푸어》는 이 모든 경험과 사회학, 심리학 등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한 책으로,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타임 푸어》는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을 조각조각 찢어 놓았음을 보여주고 그 찢어진 조각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붙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이며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힌트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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