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곤 작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사회비판적인 주제를 다룬 선이 굵은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형 추리 스릴러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B컷』, 『B파일』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최혁곤 작가의 신작은 모든 면에서 전작과 달리 보인다. 만화 같은 표지와 ‘탐정남’이라고 줄여 읽어야 할 것 같은 긴 제목,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서로 티격태격 얽히며 풍성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에게 직접 들어봤다.
전작 『B컷』, 『B파일』을 읽은 독자에게 이번 작품은 다소 의외일 것 같습니다. 과감하게 변신하신 계기가 있었는지요.
딱히 변신이라기보다 좀 더 밝고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추리소설도 그 안에서는 사회파, 코지, 본격 등 다양하게 구분되거든요. 제가 그동안 다소 무거운 소재와 분위기의 스릴러물을 발표해왔는데요, 지금 사회가 우울한 탓인지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이번에는 캐릭터와 트릭을 앞세워 추리 본연의 재미를 주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래서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본격 사회파 코지 미스터리 스릴러의 융합’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사회 현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청년실업, 이주노동자 같은 문제도 담아보고 싶었어요.
티격태격하는 두 주인공이 재밌습니다. 전직 기자 박희윤과 퇴출 형사 갈호태 중 누굴 좀 더 애정하시나요. 그리고 영상화가 된다면 박희윤과 갈호태 역에 어떤 연기자가 맞을까요?
둘 다 과거 상처가 있는 캐릭터이고 서로 보완적 관계라 한 사람에게 애정을 주기는 힘들지만 심적으로는 박희윤에게 더 끌립니다. 희윤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직업의 동질감도 있고요. 자신의 실수로 연쇄살인에 엮인 청춘이라 더 애잔하고. 그리고 추리소설이 기본적으로 ‘대중적인 범죄 이야기를 파는 것’이니까 영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데요,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캐스팅을 맘대로 해보자면 전직 기자 역에는 박해진, 지창욱, 김영광이 어울릴 것 같고, 퇴출 형사는 윤계상, 서인국, 송새벽이 잘할 것 같아요. 방송 앵커로 나오는 자립심 강한 여자 주인공은 문채원이나 서지혜가 어떨지.
작가님이 현직 신문기자여서 그런지 박희윤과 동료 기자들에 대한 리얼리티가 상당한데요, 혹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으시거나 하진 않으신가요.
솔직히 이번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소설적 재미를 위해 언론사 풍경을 실제보다 조금 과장되게 묘사했습니다. 항상 그런 극적인 상황에서 일을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대부분의 설정과 장치는 사실의 틀 안에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 캐릭터는 한 인물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고 주위 사람들 중 특징적인 부분만 뽑아서 한 사람에게 입혔습니다. 예를 들면 갈호태의 이름은 같은 부서의 동료에게서, 좌충우돌하는 성격은 실제 경찰 생활하는 동창에게서 가져왔거든요. 그래서 더 복합적인 인물이 나온 것 같아요. 어떤 독자 분이 제게 전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남기셨던데 전업은 장르소설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진짜 실력 있으신 분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추리소설가는 빨리 쓰는 능력도 필요한데 그런 점도 부족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뜻밖에도 유쾌발랄’한 상황과 유머가 즐겁습니다. 진지한 소재와 가벼운 필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낸 비결이 있을까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인데요, 시대가 변해 이제는 활자로써 웃음을 유발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자칫 과하면 글의 흐름을 놓칠 우려도 있고…. 제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 대화를 열심히 듣는 편입니다. 웃음이 빵 터지는 농담이나 상황들을 메모해놓았다가 필요한 경우 변용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능 토크쇼도 가끔 보고요.
그리고 캐릭터만 확실하면 소재의 경중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번에 막장(?) 캐릭터 콤비가 설치니까 소재마저 가벼우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진지하게 잡았던 거고요. 또 하나, 종이신문이든 인터넷에서든 ‘덜 중요한 뉴스’를 많이 읽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 직장 생활이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매일 많은 기사를 접하다 보니 평범한 사건도 의심하고 뒤집어 보는 능력을 체득하는 것 같아요. 소설 소재로 써먹을 수 있겠다 없겠다 판단도 서고요.
7편의 단편 중 이건 정말 재밌다! 라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하나 뽑아주세요.
「목숨 걸고 베이스볼」을 가장 즐겁게 썼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의 신년회’와 ‘도심재개발 사업’이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어느 순간 하나의 사건으로 엮일 때 묘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고도리 저택의 개사건」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데요, 그것도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한 청취자 분이 보낸 ‘개 장례식에 간 사연’을 듣고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장편과 달리 연작은 여러 아이디어를 신속하고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두 에피소드는 인간관계에 의한 반전으로 귀결돼 더 애착이 가네요.
최근 다양한 한국 장르문학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문 잡지도 창간됐고요. 한국 장르문학이 사랑받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일단 국내에서 장르문학은 저급문학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장르대국인 영미권과 일본 작품 공세에 국내 창작이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그러니 재능 있는 지망생들의 유입의 많지 않고, 좋은 작품이 안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고요. 그래도 가장 큰 책임은 국내 작가들이 외국 작가들에 비해 경쟁력 있는 작품을 쓰지 못하는 데 있겠지요. 가끔 애국심에 한국 작품을 읽어준다는 독자분들이 보이는데요, 감사의 마음과 불편한 마음을 동시에 느낍니다. 결국, 국내 작품이 시장 경쟁에서 이겨 장르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게 관건이겠지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 장르소설의 토대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 스스로도 시장 확대를 위해 책임감과 결속력이 필요한 때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10만 권 팔 수 있는 대형 장르작가 한 명보다 초쇄를 팔 수 있는 작가 수십 명 나오는 게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최근 추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가 생기고 장르소설 전문 평론가나 번역가분들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그만큼 주위 환경은 성숙했다는 증거이니까. 아무튼 원론적인 말이지만 국내 작가들이 꾸준히 경쟁력 있는 작품을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후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품을 마무리하셨는데요, 박희윤과 갈호태의 활약을 더 기대해도 될까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몇 해 전 포털에 첫 에피소드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 처음부터 긴 연작으로 구상을 했습니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캐릭터 중심의 연작 구성은 유지되겠지만 일상 미스터리에서 탈피해 좀 더 전문적인 분야의 미제사건을 다뤄보고 싶어요. 박희윤과 갈호태는 여전히 사건을 찾아 티격태격 도시를 누빌 겁니다. 여자 주인공 홍예리가 돌아오고 결말 부분에 등장했던 동자기 경감님이 주역으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각각 ‘철없는 돌싱녀와 어르신 개그’를 보여줄 것 같아요. 스케일은 1편보다 확 커지지 않을까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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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최혁곤 저 | 시공사
옛 연인이 살해당한 충격으로 일을 그만둔 전직 사회부 기자와, 피의자와의 스캔들로 인해 쫓겨난 퇴출 형사는 각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 ‘철저히 속물적인 인간’을 대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편, 모든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옛 연인을 죽인 진범은 누구인가’라는 사건을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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