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절망적인 현실을 잔혹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소설가
김숨 작가는 거대 서사 속에 시적인 문체를 녹여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구사하며 한국 문학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성장통’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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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대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장편소설로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김숨의 작품들은 주로 ‘잔혹’ ‘그로테스크’로 압축되어 설명되었다. 가능성 자체가 봉인되어 있는 잔혹한 세상에서 작가가 조형해내는 소설적 공간은 잔혹성 자체를 강조하는 고통스러운 이미지로 가득하다. 마치 잔혹해지는 것만이 지독한 삶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 음습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끌어들인다. 김숨의 소설은 삶을 존재의 덫으로 보는 시각 면에서는 소설의 오래된 관습이자 생래적 운명에 가깝지만, 그로테스크한 현실의 이미지가 잔혹한 현실의 이미지 자체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는 점에서 이전의 소설적 전언과 구별된다. 또한 자폐적인 자아의 내면묘사가 주류를 이루었던 90년대 이후의 소설적 흐름과 결별하는 김숨만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 준다.

 

김숨 소설의 매력은 서사의 힘이나 인물의 역동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건조함, 차가움,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이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부터 『물』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을 관통한다. 이런 그로테스크함과 문체로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데뷔 이래 사회의 이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 그런 사회에서 망가져가는 관계를 특유의 잔혹한 이미지와 환상적 기법으로 구현한 소설세계로 주목 받았으며, 주제를 향해 나직하지만 집요하게 나아가는 문장은 김숨 작품의 또 다른 든든한 축이 되어주었다.

 

『노란 개를 버리러』로 ‘2012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에는 「그 밤의 경숙」『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 각각 ‘제58회 현대문학상’ ‘제21회 대산문학상’에 선정되었다. 중편소설 「뿌리 이야기」는 ‘2015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김숨 작가의 대표작

 

백치들

김숨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당선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김숨의 첫 번째 장편소설. 지독한 가난과 불행의 사슬 속에서 삶을 엮어갔던 우리들의 아버지 '백치들'의 연대기이자, 사회적 실존적 성장과정이 환상을 통해 새롭게 서사화 된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백치들이라는 언표에서 읽히듯 무능한 존재에 대한 비난과 경멸이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지만, 『백치들』 안에 존재하는 '백치'는 역설적으로 한없이 초라하고 나약할 수밖에 없는 약자를 대변하고 있다. 인간의 무력한 실존을 드러내는 밀도 높은 상징들로 이루어진 시적인 문체가 인상적이다.

 

 

 

 

뿌리 이야기  

김숨 등저 | 문학사상  

'제3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뿌리 이야기」는 주인공의 현재 삶을 뿌리에 빗대어 가혹한 현실에 열패한 사람들의 삶을 뿌리의 재생으로 보듬는 과정을 보여준다. 행간에 넘쳐나는 지루하지 않은 묘사가 두드러진다. 사회의 이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 그런 사회에서 망가져가는 관계를 특유의 잔혹한 이미지와 환상적 기법으로 구현했던 김숨의 전작과는 다른 전개 형식으로, 어딘가 낯섦에도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노란 개를 버리러

김숨 저 | 문학동네

데뷔 이후 14년 동안 아홉 권의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온 김숨이지만 『노란 개를 버리러』가 가진 응축력은 그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이다. 이 응축 다음으로 어떤 폭발적인 분열이 올 것인지, 소설가의 위험한 행보를 숨죽이고 기다리게 된다. 작품이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되는 동안 독자들은 매 회 충격과 곤혹에 빠졌다. 소설의 주인공 소년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새를 먹는 소녀> 속의 소녀와 닮은 까닭이다. 『노란 개를 버리러』는 충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운동이 필요한 작품이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김숨 저 | 현대문학

2012년 4월호부터 11월호에 이르기까지 <현대문학>에 총 8회에 걸쳐 절찬 연재되었던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EBS '라디오 연재소설'의 연재작으로 선정되어 전편이 낭독되며 청취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그 동안 보여 왔던 김숨 특유의 소설세계를 잇는 동시에 작가가 포착해낸 세계와 시선이 더 한층 넓고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은 유령처럼 살아갔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머니들을 복원해낸다. 우리가 '훼손될 수 없는 영역'으로 규정했던 것들이 경제적 가치에 의해 얼마나 심각하게 침윤되어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오늘날의 현실 자체와 대면하게 한다.

 

 

 

 

국수

김숨 저 | 창비

김숨의 네 번째 소설집으로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밤의 경숙」을 비롯한 9편의 작품을 실었다. 작가가 『국수』에서 깊이 집중하는 관계는 '가족'이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새롭게 보고 관계의 심연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진실과 마주하려 노력한다. 그 노력은 김숨이 구사하는 단단한 문장과 독자들의 눈을 한 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탄탄한 구성과 만나 진정성의 파장을 획득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미묘한 조짐조차 놓치지 않고 깊이 있게 파헤치는 작가의 리얼리즘은 아주 작은 기미로부터 시작하고, 매우 깊은 내면을 경유하며, 손에 잡히지 않는 환상을 그러쥐어 이 땅에 다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곳으로부터 현실을 다시 목도해야 한다고 나직하지만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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