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었다. 늘 책을 읽었고, 글공부를 원했고, 작가를 꿈꿨다. 행운이 함께 한 덕에 한예종에 들어갔고, 여행을 떠났고, 마침내 책을 썼다. 제목은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 이 책은 18년 전 세상에 나타나 가수로 이름을 알린 김현성이 “다시 세상 앞에 서겠다는 출사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야 있겠냐만 삶에 대한 뜨거운 고민 앞에 김현성은 아주 성실했고, 성실한 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나갔다. 힘든 가족사와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마음, 연인과의 이별 등을 가감 없이 적은 이유를 묻자 “나도 똑같이 이런 시간을 지났고, 아팠던 시간도 많았던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건네기 위함이었다고 답했다. 가수라는 화려함 뒤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던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한 사람의 솔직한 고백이자 당신에게 건네는 악수, 이것은 쑥스럽지만 반드시 해야 했던 김현성의 인사 같다.
잘 살고 있는 걸까?
오랜만에 만나게 됐는데, 그것이 책을 통해서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반갑기도 하고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저도 책으로 인사드릴 줄은 생각 못했어요. 그동안은 활동 쉬면서 글 작업을 많이 했고요. 글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문학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여행을 가게 되면서 그 계기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제 나이가(웃음) 다른 숫자가 붙기 직전인 시기에 오면서 ‘잘 살고 있는 걸까? 좋은 선택일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 고민들을 글로 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쓰게 됐죠.
고민과 여행이 함께 묶인 거군요.
네, 어떻게 보면 그 고민을 더 깊이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 같아요.
여행 떠나기 직전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이 나오잖아요. 보통의 생활인들은 늘 여행자를 부러워하죠. 물론 여행이 저자에게도 특별한 의미였으리란 짐작도 가능했고요.
안 그래도 그 친구에게 얼마 전 문자가 왔어요. ‘이거 내 얘기 맞지?’하면서요.(웃음) 누구에게나 여행은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겠지만 저한테는 더 뜻 깊다고 할까요. 공부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아무래도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하지만요. 글공부에 마음을 품고는 혼자 작업을 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특히나 외로움, 고독함 같은 것들이 제 안에 많이 쌓여있었거든요. 고민 같은 것도 많이 있었고요. 이번 여행은 그 혼자 있고, 외롭던 시간을 제가 많이 탐닉했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하면서 혼자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얻어 보려한 시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도 제게는 굉장히 뜻 깊었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큰 전환점이 되었겠네요.
그렇죠. 이번 책 같은 경우가 제게는 다시 세상 앞에 서겠다는 출사표 같은 의미가 있거든요. 제2의 인생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조금 거창할 수도 있지만요. 노래도 그렇지만 책도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하는 작업만은 아닐 거예요. 대중에 보여드리고, 어떤 반응을 받고, 그 안에 제가 같이 섞여서 그분들의 인생과 함께 흘러가는 거죠. 노래가 그랬던 것처럼 책도 같은 의미예요. 이번엔 책으로써 다시 인사를 드리고, 다시 대중 앞에 선 김현성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의미가 있는 거죠.
내가 나로서 있는 상태
문학에 대한 욕심을 말씀하셨는데요. 한예종에서 공부를 하셨다고요. 글에 대한 욕망을 꽤 오랜 기간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씀 드리면 좀 배신감이 드실 수 있는데요.(웃음) 가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건 절대 아니고요. 어렸을 때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감히 나 같은 사람은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 쇼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가수보다는 나이가 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상상은 있었죠. 어릴 때도 책을 워낙 가까이 했고요. 가수 활동을 할 때도 차 안에 이동할 때는 거의 책을 많이 봤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꿈이 연장이 되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뭔가 좋은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학교에 가게 됐죠.
공부하는 동안 정말 순수하게 행복했다고도 적으셨죠.
계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걸 통해서, 활용해서 미래를 어떻게 한다는 생각보다 정말 그냥 순진하리만치 좋아서 공부한 거죠. 어린 친구들이 과학 기구 조립하면서 상을 타면 언론에 노출되겠지, 이런 생각 잘 안 하잖아요. 정말 그게 그냥 좋아서 하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그래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고, 그래서 더 행복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너무 이렇게 얘기하니까 좀 부끄럽네요.(웃음)
여행 이야기가 주를 이뤄요. 졸업 후 여행을 떠나며 기대했던 건 무엇이고, 그것들을 얻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핀란드 호숫가에서 미소를 짓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너무 순진한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미소랄까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다시 사회 속에서 싸워나가는 시간들이 있었을 텐데요. 그런 시간들, 현실 안에서 너무 위축되고, 긴장 속에 살았던 시간들에서 벗어나서 다시 본연의 자연스러운 내 마음 상태를 되찾았다는 게 제게는 무척 큰 의미인 것 같아요. 현실 속에서 살다보면 잃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본연의 내 마음의 평정상태라든지 가장 자연스럽게 내가 나로서 있는 그런 상태 말이죠. 그런 걸 찾게 된 시간이었어요. 이 상태를 내가 알았으니까 다시 사회로 돌아가더라도 이 마음 상태를 기억하고, 잊지 않고, 다시 힘을 얻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게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어요. 이 여행을 통해 제 스스로 중심을 좀 잡을 수 있게 된 시간이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이걸 제가 예상하고 갔던 건 아니고요. 떠나기 전에 가장 느끼고 싶고, 보고 싶었던 가장 큰 목적은 조토의 작품들이었죠.
‘조토’에 관해 여러 장을 할애하셨어요. 저자에게 이 예술가는 어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조토에 관심 가졌던 것 역시 앞으로 내가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그들이 깨달았던 것들을 알면 그것을 통해 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있던 거예요. 실제로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깨달았던 것 같고요. 책이나 글로 보면 그냥 마법 같잖아요. 천재라는 닿을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로 가서 그들의 작품을 보니까 이러한 시간과 노력, 생각을 통해 이루어졌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저의 작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점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이를 테면 그림만 봤을 때 ‘너무 단순한데 느껴지는 이 힘은 뭐지?’라고 느꼈던 것이 실제로 보니 이 작가가 무엇에 집중했는지 실제적인 노하우를 생각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게 제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
그 외에도 보고 싶은 미술작품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직접 보면서 흐름도 많이 정리가 되어서 참 좋았죠.
그저 좋아하는 예술가일 뿐 아니라 삶에 있어 어떤 특별한 지침을 준 존재였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 작가에게 매료가 되었을까요?
저도 왜 이렇게 매료되는지 모르겠어서 찾아간 거였어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는데 왜 하필 이 사람에게 끌릴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한데요. 그러니까 사실은 모호한 질문이었죠. 확신이 있어서 갔던 것도 아닌데 직접 보고 나서 더 큰 확신이 생겨서 온 거예요. 이게 책에 실릴 거란 예상조차 한 게 아니고요. 가서 보고 나니 너무 좋고, 이 사람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작가구나 알게 됐어요. 또 국내에 덜 알려진 것이 아쉽기도 했어요.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동양인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관람도 너무 어렵죠. 미리 예약도 해야 하고요. 그러나 정말 좋은 곳이어서 또 보러 가고 싶고,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결국 이 책은 김현성이라는 사람이 해온 고민의 발자취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책을 내서 작가로 발돋움 한다, 이런 것보다 공부의 연장선에 있는 거예요. 이를 테면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이런 고민이 있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어떠신지 묻는 그런 느낌이죠. 서로 공감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쓴 책인 것 같아요.
진솔하게 건네는 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답을 하시면서 좀 쑥스러워 하시는데, 왜 그러세요?(웃음)
아, 너무 촌스러운 것 같아서요.(웃음) 음, 아! 이래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질문 자체가 신선한 것 같아요. 저는 가요계 인터뷰를 많이 해오다보니 이런 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좀 낯설고, 이런 답을 하는 게 부끄럽고 그런 것 같아요. 이것도 제가 경계인 아닌 경계인이라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글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고 출사표를 낸 거니까요. 그런 데서 오는 혼란 같은 게 제게 좀 있나 봐요. 책으로 인터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적응기라 그런 것 같아요.
사진도 눈길을 끄는데, 역시 여행과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가 봐요.
영화나 잡지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그런 것들이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림도 좋아하고요. 사실 사진은 완전히 아마추어 수준이죠. 여행 다녀와서 사진에 재미를 좀 붙였어요. 여행 초반과 후반의 사진이 느낌이 달라요. 후반으로 갈수록 담고 싶은 것들도 생겼고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여행기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물관, 성당 외에, 책에서 다루지 않은 여행에서 있었던 사소하지만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일단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기억들이 제일 많아요. 줄리안이라는 이탈리안 호텔리어도 그렇고요. 너무 인상 깊었어요. 20년 동안 호텔리어 일을 하셨는데 7년 동안 4개월 계약직 자리밖에 얻지 못했다고 해요. 기차표를 살 돈이 없어서 표를 사지 않고 플랫폼에 서 있던 남자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때의 기억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그 사람이 제가 외국 사람이니까 길을 모를까봐 먼저 말을 걸어줬죠. 그것 역시 굉장히 감격스러운 일이었죠. 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그림을 보고 예술 작품에 매료되고 했지만 사실은 그 감흥들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흥에 비교할 바가 되지 않아요. 책에는 이 작품 하나 본 것만으로도 다른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을 만큼 좋았다고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 작품이 그렇게 좋았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었고요.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고,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해지고, 다녀와서 연락을 나누고 하는 일들이 정말 즐겁죠. 그것들이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일 거예요. 일상에서는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인연이잖아요.
연인과의 이별, 아버지의 병, 가정 폭력 등 무척이나 내밀한 이야기들이 담겼는데요. 이런 이야기까지, 아픈 상처들까지 적은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그 부분을 고민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이 됐고요. 당연히 보실 테니까요.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일단은 먼저 제 고백을 해야 했어요. 털어낸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지만 이걸 좀 덜어내고 싶었던 마음이었어요. 밝혀서 온전히 나란 사람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중가수는 어쨌든 한 꺼풀 덧씌워져서 다가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한참 뜨겁게 활동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이도 어느 정도 들고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니까 좀 더 진솔하게 말을 건네고 싶었어요. 제목도 그렇고요. 나도 똑같이 이런 시간을 지났고, 아팠던 시간도 많았던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쓰기 시작하니 거짓말을 쓸 수는 없었고요. 제 성격이 그렇듯 그냥 솔직하게 아버지에 대한 여전히 이기적인 마음 같은 것들이 솔직하게 써져버렸어요. 그렇게 쓰지 않은 건 내 글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실었고요.
아버지께서는 책을 읽으셨나요?
당연히 읽으셨는데요. 제가 보내드리기 전에 먼저 사서 읽으셨더라고요. 그런데 ‘고맙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의외였는데요. 그 안에 아픔, 쓰라림은 있으시겠죠. 그걸 참고 아들을 위해 그렇게 말씀해주셨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지만 여기 쓴 글은 화해하고 싶고, 더 다가가고 싶다는 의미에서 쓴 거란 걸 아실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쓴 거고요. 그 방식이 여전히 좀 차갑게 드러났을 뿐이지 그 마음은 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고백을 통해 작가 김현성의 한 페이지가 시작되는 거겠죠.
많이들 책을 내시고, 사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됐고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쨌든 편견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만약 산문집이 아니라 소설을 들고 나왔다면 정말로 더 많은 편견이 들어갔을 것 같아요. 그것들이 예상됐기 때문에 시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왜 아니겠어요. 등단하려고 많이 노력도 했고요.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그 작업에 시간을 많이 보내곤 했었는데요. 아쉽게 잘 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더 산문집을 통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앞으로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움, 걱정이 무척 컸어요.
지금 책을 냈다고 완전히 사람들 마음에 찼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요.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글을 통해서 계속 조금씩 노력해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조심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렇죠?(웃음) 정말 제일 처음 했던 생각은 내 책 한 권을 갖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러다 소설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된 거예요.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고, 정식으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에 들어갈 기회를 얻은 거예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주변 작가 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하는지 알게 됐고,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책 한 권을 내는 게 사실은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이 책을 내면서도 ‘나도 이제 작가야’(웃음) 이런 마음에 있어서도 많이 조심스럽죠. 글 앞에서 자만, 오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돼요.
앞으로는 제가 쓸 수 있는 미지의 글들을 찾아나가는 작업이 아닐까 해요. 한 작업, 한 작업이 다른 작가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가수 활동에 대해 ‘전보다 더 잘하지 못할 거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단정한 문장이 있거든요. 가수 김현성의 활동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 건가요?
그 문장이 제가 예전에 가졌던 생각이에요. 표지말에도 썼지만 노래에 대한 부분은 제게 주어진 달란트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도 소홀히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노래를 다시 준비하고 있는 시기고요. 노래와 책이 별개라고 생각하진 않으려고요. 어차피 감성과 느낌을 전달하는 것들이기 때문에요. 다만 매체가 다를 뿐이지 보완재란 느낌이 들어요.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고, 책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저에 대한 느낌이 있겠죠. 제가 내거는 정체성은 ‘싱어앤라이터’거든요. ‘싱어송라이터’라고 많이 하잖아요. 저는 ‘싱어앤라이터’, 이런 모습으로 비춰져도 좋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는 어떤 활동으로 ‘김현성’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보여줄 계획인가요?
지금 상태에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다시 하려면 저는 고달프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앞으로 남은 삶에서 내가 더 행복한, 꼭 해야 할 일들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어요. 거기에 작가로서의 이력도 포함이 됐으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고꾸라지더라도 시원하게 부딪쳐보겠다는 생각이에요.(웃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인생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까. (중략)
이 책은 그런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고백하고 싶고, 반성하고 싶고, 사과하고 싶고, 고민을 말하고 싶고, 발악 같은 의지를 피력하고 싶었다. (중략)
어차피 정답이란 없을 것이고, 이것은 최근에 내가 얻은 나름 근사치의 답이다.
줘도 줘도 아깝지 않은 한 사람과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일 하나를
갖는 것. (8쪽)
마지막 질문은 꼭 이 내용으로 해야겠네요.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인생인가 하는 고민에서 책이 시작되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답을 찾으셨나요?
근사치의 답을 아래 적어두기도 했지만요. 그 답은 제가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야 할 것들이에요. 흔하고, 상투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상투적이어서 정답에 가까운 답이라고 마음에 품고서 갈 거예요. 여전히 정확한 ‘답’까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답을 하자면요. 제가 가수로서 다시 노래를 열심히 하고, 제 몫으로 쓸 수 있는 글을 최선을 다해 세상에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내 역할을 최대한 충실히 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숙제이자 잘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보편적으로 말하자면 주어진 소명을 잘 해나가는 것이 좋은 삶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또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제게도 가수 활동에 대해 왜 그렇게 미진했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는데요.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실수들을 다시 하지 않는 것,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 그것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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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 김현성 저 | 세종서적
많은 사람들에게 가수로 기억되고 있는 김현성이 작가로 새롭게 변신했다! 긴 공백기만큼이나 팬들의 기다림이 컸는데,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책 속에는 그가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작가로 서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과에서 수학하고 수 년 동안 철학과 예술학을 공부했다. 그렇게 전문적인 문장 수련을 마친 후에 새로운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작가라는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유럽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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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