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 6일 금요일, 괌에서 KAL기가 추락해 총 254명의 탑승자 가운데 229명이 숨진 대형 참사가 있던 날이다. 한국인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다. 이날, 약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A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아들 내외와 손자, 큰딸과 외손자, 외손녀도 함께 참변을 당했다.
A그룹 회장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자식과 손자녀 모두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 중 유일하게 이 참변을 피한 사람은 하루 늦게 출발하기로 되어 있던 사위뿐이었다.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의 향방이 논란이 되었다. A그룹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A그룹 회장의 자녀와 부모가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속을 받아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A그룹 회장의 사위는 자신만이 유일한 상속인이라고 맞섰다.
A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의 재산은 누구에게 가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A그룹 회장의 재산은 모두 사위에게 상속되었다.
이유는 동시사망의 추정과 대습상속이라는 규정 때문이다. 민법은 비행기 추락사고나 배 침몰사고와 같이 누가 먼저 사망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민법 제30조).
그리고 상속인이 될 자(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그 배우자 또는 그 직계비속이 상속인이 될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1조, 제1003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A그룹 회장이 사망한 경우 그 딸이 상속인이 될 자에 해당하고, 그 딸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 사위가 딸을 대신하여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종의 대타인 셈인데, 이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한다.
A그룹 회장의 형제자매들은 A그룹 회장과 딸이 동시에 사망했으므로 민법 제1001조에서 말하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문구 그대로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동시사망이 추정되는 경우 에도 민법 제1001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대법원은 사위의 손을 들어주었고, 사위가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홀로 상속하였다.
마변호사의 코멘트
사위와 며느리는 원칙적으로 상속권이 없다. 예를 들어 아버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있는데, 아버지가 사망했다면, 며느리와 사위는 상속권이 없고, 아들과 딸만 각 1/2씩 아버지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에 딸이 먼저 사망하였다면 사위는 상속권이 있다. 이것이 대습상속이다. 즉 사위는 딸이 받을 상속분을 대신하여 상속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딸이 사망하고, 사위가 재혼을 하였다면 사위는 대습상속을 받지 못한다.
유사 판례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다13157 판결
원래 대습상속제도는 대습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함으로써 공평을 꾀하고 생존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해 주려는 것이다. 또한 동시사망 추정 규정도 자연과학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동시사망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나 사망의 선후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다루는 것이 결과에 있어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피대습자)의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대습자)는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하고, 피대습자가 상속개시 후에 사망한 경우에는 피대습자를 거쳐 피상속인의 재산을 본위상속한다. 두 경우 모두 상속을 하는데, 만일 피대습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즉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본위상속과 대습상속의 어느 쪽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동시사망 추정 이외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는 앞서 본 대습상속제도 및 동시사망 추정 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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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수(회계사) | 마상미(변호사)
구상수 회계사
법무법인 지평의 상속전문 회계사, 중부지방국세청 국선 세무대리인
마상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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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