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은 소설가
감각적인 언어로 낭만주의적 특성이 강한 작품 세계를 보여 온 작가 박상우는 인간의 근원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탐색해왔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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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채널예스 인터뷰).jpg

 

박상우는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은 작품세계를 일관된 궤적으로 심화시켜 온 소설가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광산촌에서 4년 8개월 동안 교사생활을 하다가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첫 창작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주목을 받아 1990년대 작가군의 선두주자로 활동하며 『독산동 천사의 시』, 『호텔 캘리포니아』, 『사랑보다 낯선』,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가시면류관 초상』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10년 동안 침잠의 세월을 보내며 작가와 소설, 그리고 인생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탐구와 내적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하여 소설집 『인형의 마을』과 10년 침잠의 궤적을 담은 산문집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작가 인생 20년을 넘어서면서 행간 속에 파묻혀버린 작가의 실체를 작가 공간과 창작 공간을 통해 끄집어 낸 『작가』를 출간했다. 2009년에는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감각적인 언어로 낭만주의적 작품 세계를 보여온 박상우는 대학시절에는 주로 시를 썼다. 그러나 1980년에 시국사태로 쫓기던 선배의 자살을 목격한 후 시를 포기하고 소설을 쓰게 되었다. 등단작 「스러지지 않는 빛」 이후 10년 동안 폭력적 제도적인 권력에 의해 파멸되는 개인의 실존을 주제로 삼았다. 중편 「적도기단」에서는 군조직 안에서의 개인의 자유 문제를, 장편 『지구인의 늦은 하오』에서는 종말론을 배경으로 구원의 문제를 다뤘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섬, 그리고 트라이앵글』에서는 지식인들의 이념적 표류, 후기산업사회에서의 인간소외 등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실험적 변주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 대학을 다니고 제5공화국 초기에 군생활을 하면서 얻은 시대적 채무감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즈음 창작방법론과 주제의 지향점에 있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박상우는 연작소설 『호텔 캘리포니아』를 마지막으로 1980년대의 리얼리즘과 작별했다. 당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작가의 소설관이 변화하였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발표한 작품들-중편 「독산동 천사의 시」(1994), 「말무리반도」(1997), 「내 마음의 옥탑방」 등을 통해 박상우 소설의 무게 중심이 정치적 부채의식에서 일상적 현실로 옮겨왔음을 알 수 있다.

 

 

박상우 작가의 대표작

 

내 마음의 옥탑방

박상우 등저 | 문학사상 

'제2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설은 공간화의 기법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담겨 있는 세속적인 욕망을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이 작가는 사실성과 관념성을 상징적 마력에 의해 통합시켜 생활 속의 문학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종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학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통해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인형의 마을  

박상우 저 | 민음사 

「샤갈의 마을」, 「사탄의 마을」, 「사람의 마을」에 이은 네 번째 마을 시리즈이다. 그 동안 마을 시리즈를 통해 폭력적이고 제도적인 권력에 의해 파멸되는 개인의 실존과 인간 소외 등을 다뤄온 박상우는 『인형의 마을』에서 대가 없이는 획득이 불가능한 인생의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다. 또한 세상 모든 것은 허구이며, 세상은 일종의 감옥이고, 인간은 하나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허무 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무대일 뿐이며, 인간은 그 위의 인형 즉 아바타일 뿐이고, 인간이 추구하는 완전한 삶은 가짜일 뿐이므로 이 세상에서 진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라 말하고 있다. 『인형의 마을』은 박상우 소설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사랑보다 낯선

박상우 저 | 민음사

박상우의 네 번째 소설집. 인간의 근원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탐색해 온 작가가 "샤갈의 마을과 사탄의 마을을 거쳐, 모든 작가들이 처음 섰던 자리인 사람의 마을에 당도했다"는 표현으로 여섯 개의 중, 단편 소설을 묶은 작품집이다. 『사랑보다 낯선』에서 무엇보다 새롭고 두드러지게 다가오는 것은 세계의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와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종말적 세계에 대한 대결이나 단절 의식보다는 그 속에 놓인 인간에 대한 깊은 응시와 이해를 소설의 중심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는 낯익은 현실에서 은은한 감동을 주는 끌림을 본다. 이 '사랑보다 낯선' 끌림을 찾아 '사람의 마을'에 당도한 것이다. 현실을 결핍되고 구속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이 끝끝내 살아내야 하는 운명의 거점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에 의해 『사랑보다 낯선』은 삶의 풍경을 천천히, 그러나 깊이 응시하는 만보(漫步)와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공명이 깃든 작품이 되었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박상우 저 | 시작

섬세한 내면을 견결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작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박상우의 여행 에세이집. 1999년에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정점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도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회의를 품고 글을 쓰지 못했던 나날이 있었다. 그때 그는 세상에 몸을 드러내는 대신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 혼자 길을 떠났다. 외롭고 긴 행로, 멀고 아득한 마음의 길을 참으로 오래 걷고 달린 끝에 작가가 만난 것은 혼자이기 때문에 완전한 나, 그리고 혼자 길 떠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충만이었다. 작가는 수년에 걸쳐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자신의 길 찾기를 사진에 담고 글로 적어나갔다.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는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 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작가

박상우 저 | 시작

1990년대 작가군 중 가장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던 작가 중 하나였던 박상우의 문학과 인생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문학적 결실을 맺은 책이다. 『작가』에서 박상우는 작가 인생 20년을 넘어서면서 행간 속에 파묻혀버린 작가의 실체를 작가 공간과 창작 공간을 통해 끄집어낸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작가의 삶과 실체, 그리고 작가가 되는 길.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주제 산문집이며, 문학으로서, 인생으로서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글이다. 박상우는 현재의 소설이 단순히 기술의 산물과 테크닉 구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작가의 삶과 창작자로서의 작가의 역할에 대해 준엄한 자기반성을 먼저 시도한다. 바탕이 없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하니 자세의 중요성부터 깨우쳐야 한다는 뜻이다.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가의 길을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은 작가 지망생과 작가, 그리고 문학과 혼연일체가 된 작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작가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연후에 소설의 독법과 소설의 작법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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