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옷장 좀 비워주세요
버리는 게 먼저일까 잘 사는 게 먼저일까. 옷장을 비우기 전 잠시 고민한다. 나는 왜 옷장을 비워야 하는가. 그리고 왜 옷 사는 행동을 멈춰야 하는가.
글ㆍ사진 박지애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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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나는 옷장은 넘쳐나지만 막상 입을 옷은 없는 아이러니 속에 골치를 썩고 있다. 패션업계는 언제부턴가 디자이너 컬렉션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의상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회사 점심 시간을 짬내 SPA 브랜드 매장에 가면 커피 한 잔 값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옷 한 벌을 살 수 있다. 여성들은 꼭 쇼퍼홀릭이 아니더라도 된장녀가 아니더라도 별 부담없이 이 옷들을 소유하게 됐다. 자라, 포에버21, 망고, 유니클로 등은 패스트 패션을 선두하는 SPA브랜드다. 저렴한 옷들을 '높게 쌓아두고 많이 판매'하며, 패션 주기를 짧게해 소비자들이 매일 새로운 옷들을 사도록 유도한다. 유명 브랜드들 역시 "자라와 H&M에 고객을 빼앗길 수 없다"며 패스트 패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나 역시 SPA 브랜드의 치솟는 인기에 편승해 불필요한 옷가지를 늘리는 일에 적극 동참했다.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풍족한, 과잉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메시지다. 누군가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평생을 옷더미에 파묻혀 살게 될 것 같다. 미니멀 라이프는 옷가지, 잡동사니, 잡념, 인간관계 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정리해야 내 삶이 더 깊고 넓어진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잘 쌓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에도 단순히 버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잘 사야지. 

 


이제 남은 건, 올바른 쇼퍼홀릭 되기!

 

패스트 패션에 신물이 나는 당신이라면 옷장을 가볍게 비우고 올바른 쇼퍼홀릭이 되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봐야할 책이 있다. 루스 스타일리스의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이다.

 

"최근 탑샵의 인기는 소비자들이 마침내 패스트패션과 캣워크를 본 딴 조잡하고 형편없는 품질에 질렸다는 신호일까?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보인다. 탑샵은 J.W. 앤더슨과 마리 카트란주, 케이트 모스 등의 디자이너 캡슐 컬렉션을 소개하고 런던 패션위크 기간 동안 자신만의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제품을 개선하고 다각화했다. 고품질 천연 직물에 초점을 맞춰 영국에서 대부분 제품을 생각하는 고급 라인인 부티크도 있다. 비록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원재료 공급 거리를 줄이고 지역 공장에서 생산하며 항공 마일리지를 최소화해 일종의 슬로패션을 제공한다."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211P

 

현대 패션계의 가장 창의적인 화두인 윤리적 소비와 윤리적 패션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에서 값싸고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쉽게 사고 버린 물건들이 사실은 끔찍한 인권 침해와 대대적인 환경오염, 동물 학대, 생태계 파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이제 윤리적인 그린 행동가, 에콜로지스트의 대열에 합류해 삶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지 경제적 침체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철학에 따른 변화이자 장기적인 사회 트렌드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유기농 면부터 폴리에스터, 양모, 인조 모피 등 다양한 직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문제점을 분석해내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던 패션계에서 낡고 버려진 것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예술을 빚어내고 있는 업사이클링과 빈티지의 세계, 전통적인 원단과 기술의 가치를 되살린 슬로패션의 경향을 집중 조명한다.

 

그래, 버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사는거야. 저가의 일회성 제품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을 선호하고 고가의 슬로패션에 기꺼이 돈을 지불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를 할 줄 알아야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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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루스 스타일스 저/정수진 역 | 도서출판가지
우리가 매일 입고 버리는 옷의 윤리성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던 정보와 통찰력 있는 분석을 보여준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직물 산업의 뒤에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을 밝힐 뿐 아니라 패션계에 윤리적인 생각을 지닌 인재들의 등장을 기념하고 나이키와 H&M 등 대기업들의 친환경적인 행보를 인정하면서 오늘날 패션 산업의 변화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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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그만두다 히라카와 가쓰미 저/정문주 역 | 더숲
『소비를 그만두다』는 2014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지식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개인의 삶에 맞닿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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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옷장 #소유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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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감상의 폭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고 믿는다.
감동한다는 건 곧,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스타일24 웹진 <스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