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플루엔자(Deanfluenza). 그의 작곡 예명처럼, ‘딘(DEAN)’이라는 이름이 2016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강타했다. 프로듀서 그룹인 줌바스 뮤직그룹(Joombas Music Group)에 속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프로듀싱 작업에 참여하던 그가 정규 1집 앨범을 들고 정식으로 데뷔했다. 스스로를 퓨처 알앤비(Future R&B) 장르라 칭하며,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가 대표하는 최신 PB알앤비를 훌륭하게 자기화한다.
명확한 콘셉트를 지닌 앨범이다. 만남에서 이별까지의 과정을 7개의 트랙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전개가 ‘역순’이다. 배우 제임스 딘의 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그의 발언답게 앨범 곳곳에 반항적인 요소를 배치하였다. 〈130 mood : TRBL〉라는 제목부터 제임스 딘의 차량 번호를 따온 그는 앨범 커버 이미지 또한 사물을 뒤집어 배치했으며 보라색의 색감조차 저항적인 냄새를 풍긴다. 이러한 기획은 딘(DEAN)의 이국적인 외모, 매혹적인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일관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기가 막히는 보컬을 선보인다. 알앤비에 특화된 부드러운 음색은 기본이고 멜로디 하나하나 감정선에 따라 음의 강약과 호흡의 완급조절을 자유자재로 해낸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터프한 고음은 섹시함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트랙 「21」에서 그의 재능이 절정에 이른다. 울퉁불퉁하게 깔린 베이스 신시사이저에 읊조리듯 내뱉는 가사를 시작으로, 후렴에서는 가성의 매력이 발휘된다. 곡의 절정에 이르러 「She don’t give a」 이후에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애드리브는 그루브의 방점을 찍으며 탄성을 절로 터트린다. 2016년도 가장 세련된 곡이 탄생했다.
각 곡들의 높은 퀄리티에 비해 전체적인 앨범의 구조가 아쉽다. 역방향의 이야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자처하는 음반으로서 곡과 곡 사이 기승전결이 부실하다. 대표적인 예로, 「i love it」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 후 다음 순인 「D (half moon)」에서는 이별 이후의 시점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 갈등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하기엔 작위적인 전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리한 사운드 배치와 매력적인 멜로디 구성은 ‘딘(DEAN)’이라는 캐릭터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듣는 귀를 즐겁게 만든다.
2016/07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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