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스킨스쿠버, 왁싱, 그리고 눈썹문신
다시 말하지만, 아내가 성공작의 3대 요소로 꼽은 것은 이렇다. ‘스킨스쿠버, 왁싱, 그리고 눈썹 문신’. 이 셋이 등장하는 장편소설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막상 장편소설로 썼다가 폭삭 망해버릴까봐, 나는 일단 단편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글ㆍ사진 최민석(소설가)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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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다시 말하지만, 아내가 성공작의 3대 요소로 꼽은 것은 이렇다.
‘스킨스쿠버, 왁싱, 그리고 눈썹 문신’
 
이 셋이 등장하는 장편소설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막상 장편소설로 썼다가 폭삭 망해버릴까봐, 나는 일단 단편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부담없이 매일 조금씩.
 
게다가 내가 한국에 너무 갇혀 있는 것 같아, 일단 인구가 10억인 인도 시장을 노리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스킨스쿠버, 왁싱, 눈썹 문신’이 등장하는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여름 소설이다.
 
아울러, 이 소설은 향후 인도 최대 영화사 ‘아미르칸 프로덕션’과의 계약을 목표로 집필 중이므로, 이 단편소설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음을 일찌감치 천명해 둔다.
 
그나저나, 과연 나는 성공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내일부터 대작 <스킨스쿠버 살인사건>을 조금씩 쓸 것이다.
 


8. 1. 


‘자베드’는 온 우주를 창조한 신께서 자신에게만 특별한 창조력을 부여 했다고 믿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품고 있는 착각 중 하나인데, 자베드 역시 마찬가지다. 하여, 자신의 빛나는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 무지한 시대에 태어난 자베드는 박복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신의 은총은 언제나 공평한 법.
박복한 그에게 과분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에게는 현명한 아내 쟈스민이 있었다.
 
 쟈스민은 인도 남부인 타밀 지역 거부의 딸로서, 영국 유학파 인텔리 여성이다. 현재 타밀 타임즈의 기자로 근무 중인 그녀는, 타밀 지역의 흔치 않은 기독교도이자,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작가 자베드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흔치 않는 조력자다. 그녀는 힌디어는 물론, 영어, 불어, 포르투갈어 심지어 한국어까지 할 수 있는 재원인지라, 전 세계 인기 작가들의 책과 연재물을 원어로 직접 읽어 성공비결을 분석한 뒤 남편에게 알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채널예스>에 절찬리 연재중인 ‘절도일기’를 보다가 ‘성공한 작가들은 스킨스쿠버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에, 수영실력이 설익은 자베드를 위해 타밀의 구립회관에서 하는 수영 강좌를 대신 신청하여, 자베드는 수영강사의 호루라기 구령에 맞춰 킥판을 잡고 수영장 트랙을 왕복하고 있었다.
 


8. 2. 


자베드는 습진이 심해 몸에 딱 달라붙는 팬티를 죽기만큼 싫어했다. 그런데, 실내 수영장에서 펑퍼짐한 비치 수영복을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삼각팬티를 입고 발버둥을 치고 있자니, 머릿속에 수치가 가득했다. 게다가 수모는 어찌도 머리를 조이는지, 그만 신이 자신에게 선사한 창의력이 모두 찌그러질 것 같았다. 그리하여 무의식적으로 킥판만 잡고 앞으로 나아가던 자베드는 갑자기 ‘쿵’하고 무언가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자기 앞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앞서나가야 했던 ‘라니’가 의식을 잃은 채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는 중이었던 것이다.
 


8. 3.


은 눈동자의 라니는 엄격한 무슬림 집안에서 자란 여성으로서 평소에 히잡을 쓰고 다니는데, 수영장에 올 때에도 무슬림 수영복을 입고 왔다. 작가가 친절히 첨부한 아래 사진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런데, 이 히잡은 ‘세계의 공장’에서 제조한 것, 즉 ‘메이드 인 차이나’ 였는데, 중국인들이 무슬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물에 히잡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이리저리 쓸리다 그만 라니의 입을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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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의 무슬림 수영복 

 

 

8. 4.


사실, 자베드는 호흡법이 능숙하지 못해 강좌를 신청했을 뿐, 기초적인 실력은 있었으니 눈  앞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니 초인적인 힘이 발휘돼, 수영 강사가 풀에 몸을 던지기도 전에 라니를 구해내고, 인공호흡법으로 죽기 일보 직전의 여인을 살려내고야 만다.
 


8. 5.

 

라니는 엄격한 무슬림 집안에서 자란 여성으로 남자와 입을 맞추면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랐다. 그 탓인지, 비록 인공호흡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삼각팬티는 너무나 작은 것이라 이상야릇한 상상마저 들었다. 어리둥절한 채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드니, 맙소사! 자신을 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작가, 바로 ‘자베드’가 아닌가. 비록 대중적 인기는 없었지만, 연애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예민하게 다뤄낸 <쿨한 인도여자>와 인도의 계급제도를 통렬하게 풍자한 <시티투어 릭샤를 탈취하라>는 그녀에게 언제나 최고의 작품이었다. 라니는 자베드를 보자마자, 속으로 외쳤다.
‘어머, 이건 운명이야!’
 

8. 6. 


윤리관이 철저한 작가가 사족을 좀 붙이자면 이렇다. 라니가 자베드에게 빠지게 된 것은 무슬림인 이유가 컸다. 왜냐하면 이슬람교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소 설명이 필요한데, 이방 종교와 성전을 벌이던 마호메트는 남자들이 대부분 죽어나자, 미망인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부다처제’를 허용했다. 마호메트 역시 12명의 아내가 있었다. 비록 공식적으로는 인도에서 일부다처제가 불법이었지만, 관습적으로 이슬람교도들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라니는 언젠가는 자베드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젖어 자베드와의 위험한 사랑을 시작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8. 7.


그러나, 라니는 곧 자베드에게 이별을 통보 받는데, 이 역시 무슬림이었던 이유가 크다. 라니는 사랑을 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자신과도 결혼을 해달라고 자베드에게 조르기 시작했는데, 크리스천 아내를 둔 자베드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심한 통속 작가 자베드는 통속 드라마 같은 대사를 내뱉는데, 이 말이 라니의 심장을 찢어놓는 상처가 되고야 만다.
“우리 엔조이 아니었어?”
비록 상처를 받았지만, 이미 몸을 섞은 뒤라 자베드를 떠날 수 없었던 라니는 계속 그의 곁을 맴도는데, 이에 질려버린 자베드는 급기야 자신의 연재소설에 ‘라니’라는 악녀를 등장시킨다. 이에, 자베드의 본심을 알아차린 라니는 깊은 상처를 받고,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8. 8. 


하지만, 라니는 순순히 떠나지 않기로 하는데, 이 역시 그녀가 무슬림인 이유가 크다. 바로 마호메트의 가르침대로 살아야했던 그녀였기에, 코란의 경구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여, 상처 입은 라니는 자베드의 아내 쟈스민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인샬라! 제가 당신 남편과 붕가붕가를 했습니다.”

 
8. 9. 


인기작가가 되라고 수영장에 보내놨더니, 외간 여자와 바람이 나서 돌아온 남편을 용서하지 못하게 된 것은 사실 쟈스민 역시 크리스천인 이유가 크다. 바로 여호와의 가르침대로 살아야했던 그녀였기에, 구약 성서의 구절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여, 역시 상처 입은 쟈스민은 자신의 남편 자베드의 뺨을 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썩. 꺼져 이 븅신아! 넌 이제 개털이야!”
 
그리고, 타밀 타임즈의 기자였던 쟈스민은 자신의 남편인 자베드의 외도기사를 스스로 작성해 보도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국, 이때껏 처갓집 재산으로 먹고 살았던 데릴사위 자베드는 쪽박을 찬 채로 쫓겨났다.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다.

 
8. 10.

 

자베드는 앞으로 어찌 살까 궁리하다가, 원양어선을 타게 된다. 하여, 뱃사람으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브라질에 정착하게 되는데, 하아…. 열정의 나라 브라질은 그에게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을 배출한 나라답게 거리마다 미녀들이 활보했고, 삼바의 나라답게 축제가 끊이지 않았고, 펠레의 나라답게 축구의 열기가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포르투갈어를 할 수 없었던 자베드는 당장 일자리를 구하는 게 문제였다. 다시는 배를 타지 않고, 이 환상의 육지에 정착하고 싶었던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브라질리언 왁싱 가게’에 취직을 한다. 말 그대로, 묵묵히 아무 말 없이 고객의 은밀한 부위를 세심하게 왁싱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8. 11. 

 

그러나, 다소 사소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때가 서기 2016년 8월 첫째 주였으니, 말하자면 ‘2016 리우 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였던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그는 바로 리우 올림픽의 복싱 종목에 출전하는 유일한 한국 남자 대표선수 최민석이다.
그는 체중 검사를 하는 당일 아침, 지방은 물론, 수분까지 다 뺐지만 300g이 초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이발을 했지만 그래도 10g을 초과했다. 최민석은 초강수로 겨드랑이 털은 물론, 다리털을 밀다가, 급기야 음모까지 밀기로 결심을 했다. 하여, ‘브라질리언 왁싱 가게’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마침, 자베드에게 10g 어치만 밀어달라고 하였는데, 언어가 통할 리 없는 자베드는 복싱 국가대표 최민석의 음모를 민둥산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여, 시합에 나가기 전 자베드는 최민석의 인간 샌드백이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이때 최민석은 이런 말을 했다.
 “아! 씨. 총각인데. 삼년간 재수 없단 말이야!”
 


8. 12.


억울해서 이대로 살 수 없다고 결심한 자베드는 절치부심하고서, 다시 작가의 길로 들어서기로 한다. 단, 그는 이 때 두 여인에게 들은 말을 떠올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여, 그는 필명을 ‘최민석’으로 정한 후,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라 한 뒤, 악명 높은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악당 소설을 쓴다. 작가의 동명 주인공인 최민석은 소설 속에서 악행을 일삼다가, 결국은 독자들로부터 살인을 당한다. 이것이 바로 필명작가인 자베드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로 올라 서게 한 『스킨 스쿠버 살인사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베드는 인터뷰를 철저히 거부한 채 ‘최민석’이라는 가명 뒤에 숨어 산다.
 


8. 13. 


『스킨 스쿠버 살인사건』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인도에까지 소개된다. 한편 쟈스민은 아직도 전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떨며 분노에 휩싸여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세계적 베스트셀러 『스킨 스쿠버 살인 사건』의 첫 문단을 읽는 순간 직감했다.
뜬금없는 전개, 어이없는 설정, 황당한 문체. 이건 바로 자신의 남편 ‘자베드’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소설이었다. 수년간 자베드의 ‘숨은 편집자’ 역할을 했던 자신 아니었는가. 하여,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발휘, 브라질에 있는 출판사로 서면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 기어이 필명 작가 ‘최민석’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만다. 물론, ‘샤프란’이란 가명을 쓰고 말이다.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질의응답을 한 기자 ‘샤프란’은 작가 ‘최민석’에게 ‘작업 멘트’도 적절히 섞어서 보냈는데, 이는 자베드가 어떤 표현을 좋아하는지, 어떤 멘트에 마음이 무너지는지 철저히 알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작가님의 소설처럼 함께 스킨 스쿠버를 하고 싶어요.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물론, 이후에는 뜨거운 밤을 보내자는 언질까지 보냈으니, 작가는 ‘이게 웬 떡이야!’하며 미끼를 덥석 물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이때, 속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떠올린 ‘샤프란’에게 한 가지 더 떠오른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영화 <델마와 루이스>였다.
 


8. 14.


이제 필명 작가 최민석은 인도의 여기자 샤프란과 스킨 스쿠버 데이트를 할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런데, 막상 만남의 자리에 나온 사람은 육감적인 몸매를 감춘 채 차도르를 쓰고 나온 ‘샤프란’의 조수였다. 차도르 안으로는 상당히 짙은 눈썹과 갈색 눈동자만 보였다. 조수는 깊은 갈색 눈동자로 윙크를 하며 말했다.
“샤프란 기자님이 둘이 먼저, 물에 들어가 있으라고 합니다.”
이 말을 남긴 후, 스킨스쿠버 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조수의 몸매는 가히 육감적이라 필명작가는 한동안 말을 잃어버렸다. 이미 스킨스쿠버 마스크 세트까지 하고 나온지라 얼굴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그 인어같은 몸매에 넋이 빠져 필명작가는 사이렌에 영혼을 뺏겨버린 어부처럼 장비를 주섬주섬 챙긴 뒤 물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인어 조수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샤프란 기자가 나타나 자신에게 수중 포옹을 하러 다가왔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인어조수마저 자신을 향해 오는 게 아닌가. 필명 작가 최민석, 아니 자베드는 황홀경에 빠져 리우데자이루의 심연에서 두 여인을 동시에 안으려 했는데, 갑자기 그의 산소통 호스가 빠지는 걸 경험한다. 그의 입 속으로 심연의 해수가 끊임없이 들어오며 몸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도중,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아니. 이건 <스킨스쿠버 살인 사건>의 엔딩과 같잖아!’
 
그렇다. 이제 두 여인이 리우데자이루의 코파카바나 비치 수면으로 떠오른다. 두 여인은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해변에서 걸어 나온다. 한 여인이 스킨 스쿠버 마스크를 벗는다. 당연히 샤프란 기자는 쟈스민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수가 마스크를 벗는다. 짙은 눈썹 문신을 하고 갈색 콘택트렌즈를 낀 그녀, 그렇다, 이별의 상심을 딛고 새롭게 태어난 라니다.
쟈스민이 라니에게 먼저 말한다.
“An eye for an eye(눈에는 눈).”
이에 라니가 답한다.
“A tooth for a tooth(이에는 이).”
둘은 자신이 믿고 있는 코란과 성서에 공통된 구절뿐만 아니라, 한 남자에게 버림받았던 상처마저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마침내 복수에 성공한 뒤, 어깨동무를 한 채 코파카바나 해변을 나란히 걸었다.
 
 
8. 15.

에필로그. 
 
사실, 쟈스민은 인도의 억압적인 여성 차별 문화에 대해 줄곧 회의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라니를 만났을 때 그녀 역시 폭력적인 악습의 피해자라 여겼다. 남편에게 복수를 할 계획을 짜는 동안, 둘은 완벽히 마음이 맞는 걸 느꼈다. 하여, 이 둘은 <델마와 루이스>라는 팀을 결성했다. 악하고, 폭력적이고, 세상을 퇴보시키는 무례한 남성을 징벌하는 비밀 결사대 말이다. 
 
자, 이제 이 둘은 자베드를 해치우고, 막 해변으로 걸어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때, 멀리서 한 동양인이 거친 욕을 하며 걸어왔다. 가까이 왔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아씨! 삼년간 재수가 없다더니만. 그 새끼. 더 팼어야 했는데!”
그렇다. 그는 리우 올림픽 1차 예선에서 1회 K.O. 패를 당한 한국 복싱 대표선수 최민석이다. 그가 잔뜩 얻어터진 얼굴로 ‘에이 재수없어!’하며 모래밭을 발로 찼다. 그런데, 그 모래가 마침 한 남자를 죽이고 나온 두 여성의 눈으로 튀었다. 
 
최민석이 당황해 ‘아구구구. 괜찮습니까?’라는 뜻으로 묻고 싶었지만,
막상 입으로는 “오케이?” 밖에 나오지 않았다(최민석은 중졸이다).
게다가 웃고 있었다. 왜, 한국인들은 미안할 때 멋쩍어 웃지 않는가.  
 
<델마와 루이스> 팀은 얼굴에는 폭력의 역사가 씌어 있고, 폐를 끼치고도 실실 쪼개며, ‘오케이?’ 단 한 마디로 미안함을 때우려는 이 예의 없는 한국 남자를 향해 미소로 답하며 물었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시간 있으면 스킨 스쿠버 같이 하실래요?”
  
<스킨스쿠버 살인사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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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딱히 위 소설과 상관없지만, 주인공의 남편이 배신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트레이얼』을 읽었다.
훌륭한 소설이었다.
이번 회 절도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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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일기 #성공작의 3대요소 #비트레이얼 #스킨스쿠버 살인사건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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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2017.01.18

절도일기 14화에서 '스킨스쿠버 살인사건'
을 읽었다. 마치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트레이얼'을 읽은 느낌이다. 물론 '비트레이얼'의 첫 페이지를 넘긴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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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people

2016.11.09

이 글에서 웃음포인트는 "우리 엔조이 아니었어?"

최근에 나온 아니 풍의역사부터 읽지 못했는데 도서관이 아닌 서점에 뛰어나가 사서 읽고싶게 만드는 절도일기네요.
여튼 어찌하든 계속 화이팅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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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enie77

2016.08.24

진짜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작가님; 유머감각을 절도하고 싶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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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소설가)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