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로부터 39년, 멋지게 안 늙은 디센던츠(Descendents)
한결같이 젊은 팝 선율 감각, 적지 않은 고찰을 거친 앨범 주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치관이 디센던츠의 오늘을 근사하게 만들어낸다.
글ㆍ사진 이즘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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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강렬하다. 그리고 신난다. 하드코어 펑크와 팝 펑크가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매력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활력으로 가득한 사운드는 첫 곡 「Feel this」에서부터 마지막 곡 「Beyond the music」에 이르는 30분 남짓의 여정 동안, 한 차례도 그 기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길어야 3분을 조금 넘는 짧은 러닝 타임이 열여섯 번 반복되는 가운데서 밴드는 펑크 리프와 캐치한 멜로디로 무장하고서는 쉼 없이 내달린다.

 

는 2004년의 앨범 이후 14년 만에 나온 디센던츠의 정규 음반이다. 1982년의 데뷔작 를 내놓은 지로부터는 서른네 해가 지났고, 캘리포니아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던 1977년으로부터는 40년에서 1년 못 미치는 세월이 흘렀다. 한 때는 이라는 앨범을 내놓기까지 했던 디센던츠다. 이 펑크 키드들은 그 사이에 완전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밴드의 나이 위로 퇴적을 거듭해 온 시간이라는 요소도 그 가운데서 주된 담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의 텍스트를 형성하는 것은 중년의 시각을 거쳐 나온 관찰과 감상이다. 예전에는 농담 몇 번 지껄이고 조소로 웃어넘겨 버렸던 사회, 가정, 인생,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지금은 마냥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제를 돌이켜보고 내일을 내다보며 때로는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걱정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이제 그렇게 얻은 교훈을 전해줄 자녀도 있다.

 

이 앨범을 빛내는 가장 큰 아름다움은, 생을 이루는 주변의 모든 요소들이 어렵게 다가와버린 와중에도 디센던츠의 오리지널리티는 변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생각할 것은 많아졌지만 밴드는 사색의 늪 저 깊은 곳으로 마냥 가라앉아 버리지 않는다. 지난 날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잘 살아가겠다며 「Victim of me」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힘든 인생을 지탱하는 것은 사랑이라 「Without love」에서 역설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늘 상처만을 안기는 세상을 언젠가는 때려눕히겠다고 「We got defeat」를 내세워 소리치기도 한다. 자신들을 짓누를 수도 있는 무거운 주제들에 디센던츠는 어렵지 않게 대처한다. 이제는 더 이상 기름진 건 먹지말라고 만류하던 「No fat burger」에서의 의사도 삶을 온전히 느끼고자 하는 「Feel this」에서의 밴드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디센던츠 고유의 컬러를 만드는 스트레이트한 펑크 리프, 1, 2분 만에 노래 하나를 해치워버리는 미니멀한 진행과 빠른 전개, 거친 톤의 사운드, 그 안에서 요동치는 팝 멜로디에 이들은 긍정의 태도를 올려놓는다. 밴드는 여전하다.

 

강렬한 펑크 사운드가 울리는 「Feel this」와 「Victim of me」, 러닝 타임 1분 미만의 하드코어 펑크 트랙 「No fat burger」, 「We got defeat」, 캐치한 멜로디가 한 가득 쏟아져 나오는 「Without love」, 「Fighting myself」, 「Beyond the music」 등 멋진 결과물들이 앨범 곳곳에 가득하다. 특유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사운드, 한결같이 젊은 팝 선율 감각, 적지 않은 고찰을 거친 앨범 주제,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치관이 디센던츠의 오늘을 근사하게 만들어낸다. 훌륭한 앨범이다. 디센던츠 역시 온당한 평가를 어렵게 할 만큼의 공적을 쌓은 밴드지만, 업적의 뒷받침이 없이도 에는 좋은 평가가 충분히 따르고도 남는다. 전작으로부터 14년간, 데뷔로부터 39년 간 밴드는 멋지게 늙었고 또 멋지게 늙지 않았다. 근사한 컴백임에 분명하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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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츠 #Descendents #하드코어펑크 #팝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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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