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의 방송인 생활을 접고 자연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구영회 저자는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지리산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지는 지점으로 세상살이의 끄트머리를 암시하는 망덕 포구, 피고 지는 인생의 원리를 보여주는 섬진강변 벚꽃길,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번뇌를 다스리라고 다독여 주는 스님들. 저자의 발길을 따라 지리산 곳곳을 거닐며, 자연의 품성에 물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마감의 비밀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구영회 저자는 방송 CEO 출신의 지리산 수필가. 그의 글은 지리산처럼 간결하고 명징하다. 섬진강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 뱀사골 계곡처럼 깊다. 그가 우리에게 두런두런 건네 붙이는 말투는, 지리산 밝은 달밤과 별밤에 숲에서 들리는 호랑지빠귀의 휘파람 소리처럼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며 깨운다.
저자는 지리산 자락에서 지내면서 산중일기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에 이어, 청년세대를 위한 수필집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를 썼고, 이번에는 은퇴세대를 위한 세 번째 수필 『사라져 아름답다』를 내놓았는데, 이런 글을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33년 동안 방송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한 뒤 마침내 은퇴한 사람입니다. 이제 인생길 후반에 놓인 처지에서, 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그 성찰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제2의 인생을 잘 추슬러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기성찰 과정에서 저와 마찬가지로 인생길을 걸으며 무엇인가를 겪고 있을 젊은 날의 제 초상화 같은 청년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쓴 글이 바로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인생길 내리막을 걷고 있는 나이 비슷한 또래들에게도 또한 말을 건네 붙이고 싶었습니다. 지리산 풍광 좋은 어느 고즈넉한 곳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각자가 걸어온 인생길에 관해, 또 앞으로 여생이 향하는 곳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이번에 세 번째 수필 『사라져 아름답다』 를 내놓게 된 것입니다.
오랜 방송인에서 지금은 지리산 수필가로 탈바꿈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 직업에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주변 사람들이 ‘지리산 수필가’라는 호칭을 부여했지만, 저로서는 수필가라는 이름이나 명칭은 전혀 직업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직업이라면 생계의 수단도 되고 어떤 소명도 뒤따라야 할 텐데 이 두 가지 모두 저에게는 부합되지 않는 것 같군요. 저는 그냥 지리산 어느 산골에 혼자 머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삶의 ‘질’과 관련해 보탬 되는 이야기 같은 것…. 왜 사는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에 관해 공유하고 싶은 것이지요. 저는 이전에 방송인으로서 마이크를 통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거푸 세 권의 책을 내다 보니, 이제는 글을 마이크 삼아 지내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저에게는 소통에 관한 ‘끼’가 내재되어 있는 듯합니다. 깊은 산골에서도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책과 글은 참 보물 같은 수단입니다. 여러분도 책을 사랑해 보십시오. 눈이 크게 열릴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책이 하는 일을 따라갈 수 없는 게 분명히 있습니다.
자수성가로 어렵게 이룬 사회적 성취를 어느 날 과감히 접어 버리고, 지리산을 찾아가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 ‘비우고 내려놓는’ 삶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변화와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치열한 도시의 삶을 끝내고 멀리 그리고 깊이 지리산을 찾아가 머물게 된 인연은, 사실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한창 시절 30대 후반부터 혼자 주말이면 도시를 일부러 벗어나,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아갔습니다. 거의 30년 동안 끊임없이 줄기차게 지치지도 않고 벌어진 저만의 인연입니다. 지리산에 가면 저는 깊은 산속에서 주로 혼자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껍데기’ 같은 온갖 삶의 표피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접했습니다. 저만의 오솔길을 하염없이 걸어갔던 것이죠. 그러자 어느 날부터 제 마음 속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마침내 찾아낸 것은 제 마음 안에 어떤 본질적인 생명 존재가 한 순간도 떠나지 않고 저의 일생 내내 집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애당초 처음부터 ‘크고 밝고 완전한’ 에너지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를 비난하거나 깎아 내리거나 탓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은퇴를 향하고 있거나 은퇴를 했거나 이른바 은퇴세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경제적 상류층 이른바 ‘금수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은퇴는 충격이자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지극한 허탈감도 뒤따르게 됩니다. 종전까지 무엇인가를 꽉 붙들고 있다가 그것을 놓치고 나니 그 공백을 어찌할 줄 몰라서 당황하고 헤매게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인생 후반은 ‘육체적 삶’이 아니라 ‘정신적 삶’이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리산 제가 머무는 산골 마을 느티나무 아래에는 날마다 80대 90대 노인들이 조용히 별일 없이 미소 지으며 앉아 계십니다. 그분들의 통장에는 돈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의 삶의 끝자락은 매우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 노인들의 이야기에는 한결 같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여보게! 내가 인생 길게 살아봤는데, 일제 강점기도 겪어 보고 6.25 전쟁도 겪어 봤는데, 흙만 일구면서 열심히 살아 봤는데. 살아 보니 인생에 별 거 없던데? 그러니까 그냥 그때그때 즐겁게 사이좋게 살아가게!”
인생 최고참인 이들 노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하회탈을 닮아 있습니다. 비록 돈 없어도 매일 아침 주어지는 새로운 날들은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마더 테레사 같은 분들이 바로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난한 삶을 살다가 가셨다는 것을 상기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분들의 마지막 유품들을 찬찬히 바라보세요. 거기에 거액통장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인생은 마음 하나로 살다가 마음 하나를 가지고 떠나는 텅 빈 여행입니다. 저의 세 번째 책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라져 아름답다』에는 순간순간의 ‘지나가 버림’과 ‘작별’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던데,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생과 사람들의 관계를 4자성어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생주이멸(生住異滅)입니다. ‘태어난 모든 것들 그리고 모든 현상들은 잠시 머물다가 어느 날 변해서 끝내 사라진다.’ 세상에는 여러분과 저의 인생길에는 단 하나만의 불변이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반드시 변하여 사라진다는 바로 그 이치만 영원합니다. 애당초 이런 이치 속에 주어진 인생에 ‘이별’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순순하게 받아들인다면, 삶의 엄중한 강물을 몸부림치듯 거스르지 않는다면, 삶은 날마다 별일 없이 흘러가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강이 될 것입니다. 그 강물은 마지막에 ‘큰 바다’로 합류합니다. 강은 잠시 이름을 가졌다가 반드시 이름을 버리게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과 저의 근본은 그냥 ‘물’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물’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습니다. 저의 책 맨 첫머리 글은 바로 이런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인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저자의 책이 매개가 되어 새롭게 탄생한 인연들도 있나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꽤 있습니다. 바로 한 달 전쯤 제가 전혀 모르는 어느 청년에게서 상당히 긴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27살 나이와 신상을 소개하면서 저의 첫 번째 책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와 두 번째 책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를 어떤 멘토의 소개로 모두 읽었는데, 지리산이 너무나도 궁금해졌고, 또 기회가 닿으면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일부러 직장휴가를 내어 지금 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생길에 관해 고민이 많아 보이던 이 청년과 제 책 속에 나오는 섬진강변 정자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기에 그 청년을 버스터미널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또 한 분은 저처럼 산골에 사시는데 젊은 시절 독일에 간호사로 일하러 갔다가 정말 죽도록 고생한 끝에 독일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해 교수생활을 했던 분이었습니다. 이분은 저보다 더 나이 드신 분답게 저의 글을 행간까지 읽어낸 뒤, 매우 진지한 문자 편지를 주셨습니다. 이분은 저의 글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고 전했고, 그분 반응에 저도 좋았습니다.
은퇴 후 7년이 지났는데, 한창 잘 나가던 직장시절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의 산골생활은 어떤 점이 더 좋은 겁니까?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 이제는 자유로운 인생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특히 제가 사회적으로 아무런 명함도 없는 것이 너무나 홀가분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저는 명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상대방이 명함을 건네줄 때 공연히 머쓱합니다. 저는 깊은 산속의 어느 가냘픈 야생화 한 송이가 누가 보든 안 보든 전혀 개의치 않고 무심하게 피어 있는 모습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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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아름답다구영회 저 | 나남
직장과 가정에서의 치열한 삶에 쉼표를 찍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은퇴세대에게 전하는 용기와 위안의 메시지! 33년의 방송인 생활을 접고 자연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저자는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지리산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책사랑
201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