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신의 영원성을 질투하다
신이 아니기에 겪어야만 하는 인간의 근본적 고통과 고뇌로부터 비롯된 철학적 상념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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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풍부한 감수성을 원료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솔직한 표현방식은 그의 메시지를 온전히 보존한다. 통상적으로 대중이 선호하는 기호 혹은 음악적 원칙에 대한 고려를 줄이고 창작자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기획한 창작물이기에, 조금은 낯설고 괴이(怪異)한 면모 또한 존재하지만 그가 겪은 일생의 경험들을 대표하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공통 관념을 생성함으로써 그러한 결함을 매력으로 만회한다.

 

모든 이야기는 ‘신’에 대한 인지로부터 비롯한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는 예로부터 신의 것이라 믿어왔고, 이랑은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적인 창작이 피조물 중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이기에 신과 인간을 동일시한다. 그러나 신과 인간의 단 하나의 차별점,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성에 그는 절망하고 신의 영원성에 질투한다.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하기에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한 수용을 전력으로 거부하는 그는 그러한 현실을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또 위로하고자 한다.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유머를 선택한 그는 「웃어, 유머에」라는 곡을 통해 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영원의 부재는 시간의 개념뿐만 아니라 관계의 개념에서도 동시에 작동하기에 인생은 더욱 고되다. 죽음의 슬픔을 앞둔 개인은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기도 하지만 엇갈리는 각 개인의 정체성은 때때로 더욱 큰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그 첫 번째 피의자는 가족이고 그 다음은 친구 혹은 연인일 것이다. 「가족을 찾아서」, 「도쿄의 친구」, 「평범한 사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등의 트랙들은 그러한 관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나타내고 있고, 음반 서면으로 제시한 구체적인 배경은 듣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이렇듯 전작에 비해 확고해진 아이덴티티와 진실함이 담긴 앨범 콘셉트 구성에도 불구하고 멜로디의 힘은 약화했다. 단출한 악기활용과 더불어 카페에서 녹음을 하는 전략은 무던한 이랑의 음색과 조화를 이루었고 밴드 선결 김경모의 프로듀싱은 사운드적으로 높은 성과를 조성하고 있으나, 불경을 외는 듯 일관성 없이 자유자재로 뛰노는 선율의 독선은 불편을 초래한다. 여덟 번째 트랙이 그러한 특징의 전형을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기교 하나 없는 가창과 정확한 발음은 노랫말의 의미를 오롯이 전달한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베어 물어 원죄를 얻었다는 원죄설(原罪說)을 기조로, <신의 놀이>는 신이 아니기에 겪어야만 하는 인간의 근본적 고통과 고뇌로부터 비롯된 철학적 상념을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이 ‘놀이’는 예술의 존재 가치를 ‘위로’라고 정의한 그의 말처럼, 본인의 만족을 넘어서 그러한 스스로의 하마르티아를 ‘아는’ 사람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의미가 깊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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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신의 놀이 #고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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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