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진보적인 사운드에 휴머니즘을 담아내다
가볍게 듣고 넘길 만한 부류의 작품은 결코 아니다. 인간소외에 무력감을 느낀다면 이들의 음악으로 위로받길.
글ㆍ사진 이즘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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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EDM의 선조 격인 일렉트로 하우스와 일렉트로 팝이 테크토닉(Tecktonik)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스키니에 하이탑 슈즈를 신고 주차장이든 길거리든 장소를 막론한 춤바람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옐(Yelle)의 「A cause des garcons」 리믹스 버전에 맞춰 화려한 손동작을 선보이던 영상들이 유독 많았다. 이러한 유행 덕분에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본격적으로 대중에 의해 소비되기 시작하고 팝과 가요가 양분하던 국내 음악 시장에 프렌치 하우스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저스티스도 이 흐름의 수혜자다. 테크노의 육중하고 노골적인 전자음이 강화된 하우스는 테크토닉 신봉자들을 사로잡았고 「D.A.N.C.E」는 다프트 펑크를 대체하는 새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크라우트 록 특유의 차갑고 음침한 효과와 밝고 경쾌한 디스코 리듬의 조합은 고도화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지향하는 테크노의 전문성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으며 동시에 디스코와 펑크(Funk)가 주는 따듯한 멜로디는 강화한다. 저스티스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이들은 진보적인 사운드에 휴머니즘을 담아냈다.

 

음반의 리드 싱글 「Safe and sound」와 「Stop」은 「D.A.N.C.E」의 매력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어린이 합창단은 한층 성숙해진 목소리로 대체되었고 슬랩 주법의 베이스라인은 전신의 신스 베이스와 비슷한 그루브를 형성한다. 명확한 선율과 비중이 높아진 보컬 피쳐링, 곡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스트링을 비롯해 손뼉 소리(「Fire」)나 박수 리듬(「Pleasure」)같은 효과는 디지털의 영역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그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세대의 “토요일 밤의 열기”를 책임지는 「Fire」의 도입부는 비지스(Bee Gees)의 자리를 대신하며 7080세대의 향수와 현재를 연결하기까지 한다.

 

<†>에 비해 훨씬 친절해졌지만, 록의 문법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름부터 「Heavy metal」인 트랙과 복고풍의 신스 운용이 돋보이는 「Randy」는 후반부에 (조악하긴 하지만) 드럼 패드로 스피디한 연주를 흉내 내고, 잔뜩 구겨진 일렉기타 사운드에 가깝도록 디스토션 효과를 준 신시사이저와 시퀀스는 파워팝의 기타 리프마냥 선명하다. 코르그 사의 기계와 무그(Moog)만으로 베이스, 기타를 재현하는 것은 물론 겹겹이 쌓이는 날카로운 전자음까지 만들어내다 보니 귀가 조금 피곤한 점은 어쩔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Love s.o.s」)는 이퀄라이징이 필요할 정도.

 

그 어느 때보다 인간적이고 따듯하다. 왜곡을 최소화한 목소리와 “손맛”의 구현은 가장 미래적인 장르와 대조되어 모종의 후마니타스까지 느껴진다. 듣기 쉬운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음반의 성질도 이에 한몫하지만 각 트랙이 빈 층위 없이 밀도 높게 엉겨있어 가볍게 듣고 넘길 만한 부류의 작품은 결코 아니다. 인간소외에 무력감을 느낀다면 이들의 음악으로 위로받길.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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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휴머니즘 #크라우트 록 #Wo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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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