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유리는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공동설립자 중 한 사람으로, 故로저 피셔 교수와 함께 하버드 로스쿨의 협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현재도 ‘하버드 로스쿨 글로벌 협상연구소’ 최고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협상’을 연구하고 있다.
신간 『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에서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와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던 치열한 분쟁, 다른 사람과의 협상 경험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먼저 자신에게서 ‘예스’를 이끌어낼 방법을 먼저 강조한다. 자신이 먼저 동의해야 타인에게서도 ‘예스’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협상 방법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내면의 행복에 이르게 하는 지침이 책에 담겨 있다.
‘다툼과 분쟁’이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다루셨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관심 있고 매력적인 의문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각자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서로 평온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의 개인적인 행복, 직업적인 성공, 하나의 개체로서의 생존 그 자체 등이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관련이 있더군요.
오랫동안 저는 다루기 힘든 다툼 - 가족 간의 싸움이나 기업 이사회의 분쟁, 노조파업이나 국가 내전 - 까지 해결해 왔습니다. 독재자와 정계 거물, 기업 회장들이나 국가 원수를 상대해야 하기도 했지요. 제가 쓴 책들은 단지 학문적인 연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저의 직접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한창 분쟁 중인 곳에서 아이디어가 발휘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각자의 다른 점으로 인한 다툼을 해결할 더 나은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긋난 관계나 파탄 난 조직, 전쟁 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모든 싸움이 종국에는 협상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면, 싸움은 건너뛰고 협상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우리가 모두 좀 더 나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협상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르는데, 구체적으로 나 자신의 무엇을 알라는 말인가요?
오랜 시간에 걸쳐 저는 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상대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상대방이 아무리 어려운 상대라 할지라도 말이죠.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 이유는, ‘대립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인간의 기질’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 없이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화가 났을 때, 후회할 만한 최고의 말을 내뱉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말이죠. 즉,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기질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항상 자기 자신을 방해하는 행위를 합니다. 이것이 제가 『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를 집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협상이나 힘든 대화에서 첫 번째 해결책은 자기 자신과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다면, 또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관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타인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자신에게서 ‘예스’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서도 더욱 수월하게 ‘예스’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면 상대방이 원하는 바도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상대방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들어주는 것’입니다. 훌륭한 협상가들의 행동을 관찰해보면, 그들은 말하기보다 훨씬 더 많이 듣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듣기에 가장 큰 장애물은 사실 우리 자신입니다 - 자신의 문제나 니즈, 생각 또는 감정 등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자신의 소리를 먼저 듣고 자신의 니즈를 이해하면, 비로소 그때 타인의 얘기를 더 잘 들어주거나 그들의 니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자신의 배트나BATNA(협상 난항 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가 협상에서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안을 먼저 상정하고 협상에 임하면 상대방에게 덜 의지하고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최상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자신에게 “만약 어떠한 이유로 상대편과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없다면 내 이해관계 - 또는 내 조직의 이해관계 - 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한 질문을 해보세요. 대안책(Plan B)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요? 당신에게 멋진 대체안이 있다면 자신감을 느끼고 협상에 임할 것이며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대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고 싸우던 두 명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작업을 할 때였습니다. 법적 공방으로 갈등은 심해져서 언론을 공격하고 염려하는 모두에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아무도 원만하게 협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내 의뢰인이 자신의 진정한 니즈를 받아들였고, 상호 만족스러운 범위 내에서 분쟁을 잠재울 수 있는 배트나BATNA를 개발시킴으로써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배트BATNA는 실현가능한 합의를 판단하는 토대를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대안책이 있다는 걸 인지함으로써 생기는 자신감도 줍니다.
민감한 상황에서는 ‘현재’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현재의 순간에서만이 대화의 방향을 합의로 바꿀 수 있다’(117쪽)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최고의 운동선수들은, 온전히 현재에 머무르며 본인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때의 마음 상태를 '존(Zone) 안에 머무르기'라고 표현합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과거의 일에 대한 후회나 미래의 걱정으로 감정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으로, 이것은 당신 스스로가 상황을 좀 더 나은 쪽으로 이끌어가게끔 해주는 ‘힘의 영역(The Place of Power)’을 의미합니다.
제가 알아낸 성공적인 협상의 바탕은 일이 발생한 상황으로부터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역량입니다. 무대 위에 있는 당신과 상대방이 무대로부터 뒤로 물러나 멀리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심적이고 감정적인 발코니로 간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 발코니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 집중할 수 있는 통찰력 있고 명확하며 차분한 장소입니다. 발코니에서 당신은 ‘현재의 순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발코니의 통찰을 통해서 당신은 현명한 방법으로 협상을 훨씬 더 잘 이끌어갈 것이고, 양쪽 모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참신한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노사 간 협상을 시도하다 보면 사용자 측의 일방적인 의견 무시와 요구 관철로 끝나는 때가 많습니다. 협상에서 서로의 권력 차이나 조건이 균등하지 않을 때에는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데요. ‘약자’인 편은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나가야 할까요?
협상에서는, 당신이 협상 테이블 바깥에서 하는 행동이 협상 테이블 위에서 하는 행동만큼 중요합니다. 상대적 약자에게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단결된 연합 조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기득권층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동맹 관계를 내세워 권력 불균등을 표명하라는 것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을 ‘모노리스(무너뜨리기 힘든 철제 구조물)’ 라고 치부하지 마십시오. 협상된 합의로 혜택을 볼 만한 사람들과 잠재적인 동맹을 맺을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도 연합을 형성하세요. 친구들과 연맹자들,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하면, '윈-루즈 win-lose' 라는 게임을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되는 강력한 승리, '윈-윈 win-win' 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 중에 하나는 준비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이해관계를 잘 알고 상대방의 이해관계 역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협상이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입니다. 당신이 상대방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당신의 임무가 상대방과 함께 만들고 있는 황금 다리의 반대쪽을 잇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기꺼이 상대방이 가능한 한 쉽게 의사 결정을 하도록 협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혼자 이기지 마라』, 『NO, 이기는 협상의 출발점』 등 ‘YES’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위주로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다음 출판 계획이 있나요? 혹은 앞으로 대중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신간에 대한 언급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대규모의 협력(large-scale collaboration)’에 관한 주제에 대해 다룰 생각입니다. 전쟁, 빈곤, 기아 또는 기후 변화 등 해결하기 힘든 이슈라도 우리가 거대한 스케일의 ‘예스’를 구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이제껏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개혁을 이뤄왔다면, 이제는 ‘협력의 개혁(revolution in collaboration)’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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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는 어떻게 최고의 협상을 하는가윌리엄 유리 저/박미연 역 | 트로이목마
이 책에서 저자는 성공적인 협상이나 행복한 관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까다로운 상대방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반응하려는 우리 자신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장애물은 ‘하버드 협상법 6단계’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협상뿐 아니라 인생에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큰 기회라고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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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
201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