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평범함’을 향해가는 과정인 것인가. 창의적인 소재와 남다른 시선을 지니고 있던 악동뮤지션(AKMU)은
타이틀곡 「오랜 날 오랜 밤」이 그러한 부적 정서를 대표한다. 가을 향취를 물씬 풍겼던 「시간과 낙엽」의 호소력을 계승하는 이 곡은 겨울의 계절감을 특화한 발라드 넘버이다. 「Canon」의 멜로디를 차용하는 기법으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미하여 감미로운 코드워크를 어필한다.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집에 돌아오는 길」, 「그때 그 아이들은」 등이 같은 맥락의 감정선을 이어간다. 작사, 작곡을 맡은 이찬혁의 메시지가 각 곡에 오롯이 새겨져 순수를 머금는다.
속 깊은 노랫말들의 가지런한 배치는 따스한 온정을 선사하지만 그것이 전작들만큼의 매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악동뮤지션의 정체성을 상징하던 ‘위트’의 결여로 인한 현상이다. 색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하던 「인공잔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등에서의 유희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캠코더에 담은 생애를 생방송에 비유한 「생방송」이 은유의 산뜻함만을 부여할 뿐 「리얼리티」, 「못생긴 척」 등의 곡들은 일차원적인 사유만을 남기고 있다. 소재의 부족 혹은 창의성 도태로 인한 산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앨범을 이끄는 힘은 두 남매의 유능한 보컬이다. 너무도 평범하기에 다수의 편안함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음색은 완벽히 정돈된 음정, 박자, 호흡과 합일하여 이번에도 적시타를 터뜨린다. 어른스러워진 -그렇기에 평범해진- 소년의 상상력은 능란한 하모니 덕에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춘기 하>를 마지막으로 군입대를 택한 이찬혁.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가사를 저작하고 싶다는 갈망의 당위가 음반의 결점을 통해 드러난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