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온 여행에는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간의 여행이 남긴 깨달음 중 하나다. 맞다. 후회해본 경험이 남긴 깨달음이다. 일본으로 떠났던 첫 해외여행은 정신을 못 차리게 즐거웠지만 (정말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길치 둘에게는 난이도가 높았던 탓에 매 끼니마다 앓는 소리를 하며 겨우겨우 눈에 보이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기 바빴다. 물론 그것도 그것대로의 매력이 있었지만 오직 먹기 위해 찾아갔대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나라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여행을 계기로 크게 반성한 후로는 떠나기에 앞서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차고 넘치게 수집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런 조사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이 단순히 음식이나 식당 정보에 그치지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개가 겪었다는 소소한 사건이나 식사 풍경에서 엿보이는 그들의 생활과 문화들이 적잖이 흥미롭다.
그런 면에서 『대만맛집』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읽은 책이다. 대만은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여행지로, 혼자 떠나는 여행, 가족여행, 처음 시도하는 해외여행 등의 목적지로 꾸준히 사랑 받는 곳이다. 이동거리도 짧은 편이고 여행 편의성 측면에서도 꽤 훌륭하다. 그리고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이 바로 맛이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상당수의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들 하고, 저자가 책에서 거듭 언급하는 바에 따르면 대만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밤을 보내기보다는 야식을 찾는 경우가 더 많고, 미식(美食)에 에 대해 아주 뜨거운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그런 그들의 맛과 맛집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책이라니, 선뜻 집어 들 수밖에.
24쪽 남짓 한 나라의 음식과 먹는 이야기, 맛의 시작과 변화의 시간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보통의 여행 에세이나 가이드북을 보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 확실히 먹는다는 것에는 단순한 사물이나 행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1949년 국민당 철수 후 군인들이 남은 소면과 소고기 조림으로 만들었던 메뉴를 퇴역한 다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팔면서 대만 전역에서 유행하게 됐다는 우육면(牛肉麵). 소동파가 백성들이 보내온 돼지고기를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요리해 모두와 나눠먹으면서 그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한 동파육(?坡肉). 음식이 저마다의 사연을 입고나니 익숙하다면 익숙한 맛에 새로운 색이 더해진다. 한층 진해진 향을 더 주의해서 음미하게 된다.
제목 그대로 대만의 요리와 식당을 소개하는 이 책은 정찬 메뉴부터 간단한 간식거리, 야시장 이용 팁과 쇼핑 목록까지, 현지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맛을 담고 있다. 소문난 맛집 외에도 저자들이 발품 팔아 검증한 가게들, 최근의 트렌드를 짐작하게 하는 장소들을 다양하게 실었다. 가봐야겠다고 페이지마다 표시를 하기 시작하니 얼마 되지 않아 책이 제법 두툼해졌다. 되짚어봐도 특별히 뺄 곳은 없다. 몇 군데 더 접어놓는다. 저자의 말 끝머리에는 '우리는 먹으러 대만 간다.'라고 써있다. 먹기 위해 떠난대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아무래도 한 번 가서 끝날 일은 아니다 싶지만 때로 맛이 있는 곳에서 길을 찾아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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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맛집페이웬화,황윤정 공저 | minium(미니멈)
저자들이 직접 다양한 교통편을 이용해 맛집의 위치를 확인했고, 이를 독자들에게 더욱 세밀하게 알려주기 위해 구글맵 좌표까지 활용했다. 맛집의 위치와 주소, 영업시간 등 최신 정보로 독자들의 현지 접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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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