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과 동시에 ‘시간 여행’이다. 이전의 두 장을 함께했던 프로듀싱 팀 스미징톤스(The Smeezingtons)를 샴푸 프레스 & 컬(Shampoo Press & Curl)로 재정비한 그는 사운드 디자인과 전체적 콘셉트에도 대대적 변화를 가했다. 마치 마크 론슨과의 합작품 「Uptown funk」를 한 장의 음반으로 확장시킨 모양새다. 음반은 제임스 브라운에서 보이즈 투 멘, 머라이어 캐리에 이르는 블랙 뮤직의 계보를 폭넓게 재구성한다.
레트로를 지향하는 동시에 가수의 특성, 강점을 충분히 살린 것이 앨범의 특장점. 펑크(funk)와 필리 소울, 힙합과 뉴 잭 스윙 등 다양한 장르 요소를 특유의 멜로디 메이킹으로 엮었다. 명료한 진행과 잘 들리는 주선율, 노래에 감칠맛을 더하는 후반부 브리지까지, 트랙 면면에는 그의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보컬리스트로서도 나무랄 데 없다. 리드미컬한 업 비트와 미드템포 알앤비, 발라드를 막힘없이 소화해냈다.
포문을 여는 「24k magic」이 앨범의 향방을 예고한다. 미스터 토크박스(Mr. Talkbox)의 토크박스 이펙트로 장식한 도입부와 흡사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의 「The message」를 연상케 하는 신시사이저 리프는 1980년대를 정조준한 결과다. 「Uptown funk」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노리는 기획이 분명하나, 곡의 소구력은 부인하기 어렵다. 「Uptown funk」에 보다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Chunky」 역시 은근한 그루브로 대중을 향한다.
수록 곡으로 시선을 돌리면 좀 더 괄목할만한 노래들이 산재해있다. 샤이(Shai)의 「Baby I’m yours」를 샘플링 한 「Straight up & down」, 복고적 재료와 문법으로 8090의 향수를 자극하는 「Calling all my lovelies」는 가수가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한껏 끌어낸다. 랩에 가까운 싱잉, 제임스 브라운을 재현하는 애드리브와 샤우팅을 활용한 「Perm」, 힙합 비트와 서정적 선율의 하모니가 2000년대 머라이어 캐리를 떠오르게 하는 「That’s what I like」은 레퍼런스의 모범사례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Versace on the floor」와 「Too good to say goodbye」. 보이즈 투 멘, 베이비페이스 등 1990년대 풍 슬로우 잼, 발라드의 골격과 브루노 마스의 멜로디가 결합하자 독특한 상승효과를 발휘한다. 그중 베이비페이스의 도움으로 완성된 「Too good to say goodbye」는 잠깐의 빈틈도 없는 매끈한 전개로 높은 흡인력을 보인다. 그간 「It will rain」, 「When I was your man」 등 좋은 발라드를 여럿 발표해왔지만 「Too good to say goodbye」의 체급은 이들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근사하게 썼고, 기막히게 불렀다. <24K Magic>은 단순 오마주의 모음집이 아니다. 앨범은 과거 유산을 향한 아티스트의 끊임없는 탐구, 애정과 현재의 감각이 탄생시킨 수작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 창작력보다는 농밀하게 쌓인 해석력이 빛났다. 특히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 보컬 퍼포먼스가 탁월했다. 영리한 송 라이터, 발군의 싱어가 내놓은 짜릿한 ‘타임머신’!
정민재(minjaej92@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