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민음사
1월 22일, 민음사 출판그룹 박맹호 회장이 향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66년 민음사, 1994년 비룡소, 1996년 황금가지, 1997년 사이언스북스 창립 등 한국 출판계의 굵직한 회사와 여러 혁신을 전하고 난 뒤였다.
1933년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난 박맹호 회장은 한국 문화계의 척박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옥탑방에서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민음사를 창립했다. 고은, 김춘수, 이문열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책을 내며 문학의 저변 확대와 좋은 작가 발굴에 뜻을 뒀다. 지금은 익숙해진 가로쓰기와 단행본 출판도 상당 부분 박맹호 회장이 민음사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생전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자유풍속」으로 당선됐지만 당시 이승만 정부를 비판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당선이 취소되기도 했다. 문학으로는 이름을 알리지 못했지만 출판계에서 ‘세계 시인선’, ‘오늘의 시인 총서’, ‘세계의 문학’ 시리즈 창간 등 국내 문학의 기틀을 다지고 대중에게 문학을 알리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오늘의 문학상’, ‘김수영 문학상’도 박맹호 회장의 작품이다.
문학 외에도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이자 출생지의 이름을 빌린 비룡소, 영국의 민속학자이자 인류학자인 J.G. 프레이저의 저서 이름이기도 한 장르 픽션 전문 출판사 황금가지, 과학전문출판 자회사 사이언스북스 등 전문 영역 출판에 앞장섰다.
출처_민음사
출판사 외에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국제출판협회 세계총회 조직위원장, 대한출판문화협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출판계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했다. 한편 2012년에는 자서전 『책』을 펴냈다. 그는 책을 통해 “‘완성된 인간’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출판 종사자들은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책을 펴내서 독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만날 하는 진부한 얘기 같지만, 이 점이야말로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사실”이라고 썼다.
“박맹호라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 있는데 그를 만나서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서울대 문리대 시절부터 쟁쟁한 소설가로 알려졌고 별명조차 그가 창작한 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불릴 정도였다.” - 언론인 신동문
“발상에서 행동 사이에 거의 틈이 없다.” - 시인 고은
“그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세속과 다투지 않으면서도 세속과의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세력화를 도모하거나 파당을 만들지 않아 문단과 예술계와 학계의 수많은 사람의 의지처가 됐다. 그의 도움으로 책을 내고 필명을 알리고도 다른 출판사로 옮겨 가 안착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박맹호는 씨앗을 싹틔우고 이앙 전까지 길러 내는 묘판(苗板)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 - 문학평론가 이어령
▶ 박맹호 회장의 주요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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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박맹호 저 | 민음사
서울 청진동 옥탑방 한 칸에서 민음사를 창립한 이래, 문학과 인문학 출판에서 많은 업적을 쌓아 한국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로 키워 낸 박맹호 회장이 '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의 답을 적은 책이다.지금까지 5000종이 넘는 양서를 출판한 그의 인생을 배제하고 1970년대 이후 한국 출판의 역사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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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말하다박맹호, 정상우 등저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이 책은 '출판 르네상스'를 화두로 하여 출판저널 「송인소식」에서 여덟 차례에 걸쳐 실린 '릴레이 만남'의 대화 전문이다. 참여자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책의 세계에서 각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열다섯 명이다. 한국 출판의 현재와 책의 미래가 이 책 한 권 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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