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유죄 판결 지방의 억울한 속사정
책으로 300Kcal를 뺄 수 있다는 건, 당연히 과장 광고다. 하지만, 어떤 건강 책은 이럴 수도 있다. 책 한 권을 읽는다. -> 식단을 바꾸거나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 생활 습관이 바뀐다. -> 하루 300Kcal씩 빠진다. -> 건강해진다.
글ㆍ사진 박은영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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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누명.jpg

 

오후 네 시, 손이 떨리고 초점이 흐려지는 시간. 일명 당이 떨어지는 이 시간이 되면 아침에 미리 사놓은 간식을 꺼내 들고 입에 넣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작은 초콜릿과 사탕, 또 어떤 날은 손바닥만한 쿠키. 달콤한 맛에 죄책감은 전혀 느낄 새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쿠키와 초콜릿을 먹은 오후의 자책하지 않으면서도 저녁 식사에 나오는 고기와 버터에는 질색을 하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 이제까지 나의 상식이며 결국 그것은 아마 지방에 대한 공포로부터 근원일 것이다.

 

사실 늘 그랬다. ‘오늘 저녁에 같이 고깃집을 가자는 친구의 유혹을 피했지’라는 당당한 말 뒤에는, 점심에 먹은 파스타와 오후에 먹은 빵 한 조각이 아무 생각 없이 남겨져 있다. 과자 한 봉지는 아무렇지 않게 비워도,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 한 점에 ‘어우 저걸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찔까, 저 속에 있는 기름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을까’ 하는 걱정만 한 가득 들어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그때 내가 입에 넣었던 그 빵 한 점보다 차라리 버터에 구운 돼지고기가, 올리브유에 구운 소고기 한 점이 당신의 몸에 긍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이다.

 

『지방의 누명』은 앞서 MBC 스페셜을 통해 방영되었다가 그 화제성에 힘입어 도서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비만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지방이 사실은 무죄이며 이에 유죄판결을 받아야 할 대상은 탄수화물, 즉 당이라고 말한다. 탄수화물 중에서 특히 설탕이 가장 나쁜 이유는 몸 안에 지방을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인데, 이 과정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 퇴근해서는 누워 TV만 보는 현대인 A씨를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먹는 주스나 빵 등의 음식들은 먹는 즉시 혈당을 끊임없이 올리고 췌장에서는 쉴 새 없이 인슐린을 만들어내 당을 각각의 장기와 근육으로 보내라는 신호가 보내진다. 이때 만들어진 당을 소비할 만큼의 운동량이 없는 현대인 A씨의 근육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당을 보내라고 지시하고 결국 그 지시에 따라 인슐린은 이 당을 지방세포에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슐린 수치를 높이지 않는 것은, 3대 영양소라고 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지방뿐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대신에 오히려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하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단지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의 포만감을 대신할 영양분으로 지방을 선택해도 좋다는 것이다. 특히 탄수화물에 대한 알 수 없는 안심과 지방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를 지우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선택함으로써 삶을 개선한 많은 이들의 사례가 제시됨으로써 지방의 무죄는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탄수화물 그것도 정제된 곡물이나 설탕 등 질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고 이것은 분명 현대인의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탄수화물에 대한 별다른 주의 없이 그렇게 지금까지 저지방, 저지방만을 외치며 지방을 탓해온 현대인에게는, 여전히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의 성인병 문제가 산재해있다. 그러니 이제 한 번쯤은 지방이 이 모든 것에 대한 유죄라는 생각에 의심을 가져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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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