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유로 - 연극 <뷰티풀 라이프>
그 알다가도 모를 ‘사랑’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글ㆍ사진 임수빈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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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라면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에 소박한 가정집이 보인다. 70대 노부부만 살고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가정집. 두 사람이 함께 살아 온 세월만큼 빛 바랜 벽지와 오래된 액자는, 촌스럽고 낡았다는 느낌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노부부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된다. 평생을 약속한 누군가와 저렇게 늙어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인생에 있어 가장 멋진 일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한 부부의 만남부터 결혼 생활, 노년,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주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불같이 사랑했던 연애시절, 서로에게 상처만 주며 갈등이 극에 달했던 중년 시절,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황혼기 등, <뷰티풀 라이프>는 세 가지 순간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온도차가 다 다르지만 결국 이 세 개의 모습들도 다 ‘사랑’이라는 한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뻔한 결말이 진부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오고 있지 않은가. 사랑해서 함께 하고, 사랑해서 싸우고, 사랑해서 다시 이겨내고, 사랑해서 모든 걸 감내하면서.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전체적인 스토리나 캐릭터 설정 자체가 어디서 한 번쯤 본 듯 익숙하기도 하고 굉장히 전형적이다. 특히 남편 춘식의 캐릭터가 그렇다. 아내에게 잘 해주지도 않으면서 툴툴 거리기만 하고 아내에게 무관심하기만 한 춘식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기는 하지만, 아내 순옥의 입장에 서서 보자면 춘식은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나쁜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뭐 좋다고 아직까지 같이 살고 있을까? 싶다가도 몰래 순옥을 챙겨주는 춘식의 일명 츤데레 같은 모습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선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뷰티풀 라이프>는 가장 뻔하고 흔하지만, 가장 크게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그 알다가도 모를 ‘사랑’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사람들은 종종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어 버리곤 한다. 언제나 옆에 있을 거라는 착각에 사로 잡혀 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대하고, 가볍게 대하고 상처를 준다.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후에야 뒤늦게 그 사람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춘식과 순옥의 평생에 걸쳐 말해주고 보여준다. 때론 미워하고 때론 오해가 쌓여 이별을 하고 때론 서로에게 상처를 줬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시 또 시작하고, 다시 또 사과하고, 다시 또 사랑하며 평생 함께 해왔다. 사람 마음처럼 쉽게 변하고 달라지는 게 없어 우리는 늘 사랑에 아파하고 힘들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마치 춘식과 순옥 두 사람처럼.

 

단 한 가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와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연극 <뷰티풀 라이프>는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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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