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하루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평범한 직장인의 아침 일상이다. 이걸 저녁에 한 번 더 한다. 지구 반대편 친구와 스카이프로 통화하고 지옥철에서도 끊김 없이 스트리밍 방송을 볼 수 있는데, 왜 일은 꼭 사무실에서 해야만 할까?
『디지털 노마드』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해, '원격근무'라는 미래형 유목 생활을 취재했다. 와이파이와 태블릿PC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 선사시대에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산업화 시기에 일자리를 따라 거주를 옮겼다면, 놀라운 신인류 호모 노마드는 삶의 의미를 좇아 살 곳을 정한다. 한 부부는 태국에 살면서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어떤 기업은 사무실 대신 '협업 공간'을 만들어 꼭 필요할 때만 모인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는 그 덕에 보육 걱정을 조금 덜었다.
아직 원격 근무가 별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고? 이메일이 처음 도입될 때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알게 모르게 업무의 많은 부분이 원격근무로 이루어지고 있다. 업무 지시가 대면 대신 메신저와 이메일로 대체되기 시작한 지도 이미 오래이지 않은가.
물론 이것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가는 길에 고용의 불안정성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변화를 점차 수용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인류가 개인의 행복을 좇는 한, 그리고 사무실을 탈출하고자 하는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있는 한!
강서지(인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