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의 가장 큰 히트곡은 단연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Despacito'였다. 얼마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 위즈 칼리파와 찰리 푸스의 'See you again'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유튜브 최다 조회 뮤직비디오가 된 것에 이어, 16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머무르며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멘이 오랫동안 지켜온 기록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이 열풍이 인상적인 건 노래가 1990년대 후반을 주름잡은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마크 앤서니 그리고 산타나의 라틴 팝의 줄기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라틴 팝은 그 세기말은 물론, 따지면 20세기 내내 가장 잘 나가던 월드뮤직이었다. 'Despacito' 이전에 지구촌 인구에게 각인된 라틴 팝 명곡 18개를 소개한다.
냇 킹 콜(Nat King Cole) - Quizas, quizas, quizas (1958, < Cole Espanol > 수록)
키싸스(Quizas)는 스페인어로 '아마도'라는 뜻이다. 영화 < 화양연화 >에서 차우는 리첸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며 아파트에서 그녀를 기다리지만, 리첸은 끝내 오지 않고 잔잔한 라틴 리듬 위를 걷는 냇 킹 콜의 목소리가 답을 대신한다. '언제나 당신에게 언제, 어떻게, 어디서라고 물으면, 당신은 항상 말해요.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라고'. 단조로 진행되는 현악 사운드는 밝은 분위기로 전환되고 화자는 상대를 재촉하나, 원하는 대답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마치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진심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또 다른 버전인 안드레아 보첼리와 제니퍼 로페즈의 듀엣은 조금 더 화려하고, 남녀가 “밀당”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정연경)
티토 푸엔테(Tito Puente) - Oye como va (1963, < El Rey Bravo > 수록)
맘보의 왕, 라틴 음악의 거장 '티토 푸엔테'의 대표곡이다. 그는 그래미상을 9번 수상하며 라틴 음악의 교과서로 불렸다. 경쾌한 차차차 리듬으로 노랫말이 더욱 흥을 돋운다. 신나는 템포에 수줍게 스탭을 밟다가도 'Oye como va mi ritmo (이봐, 내 리듬 어때?)'가 나오면 몸을 뒤흔들게 되는 것이다. 이 음악은 그동안 많은 아티스트에게 리메이크됐는데 특히 1971년 산타나(Santana)가 리메이크하여 빌보드 11위에 오르면서 글로벌 팝으로 승격했다. 이에 원작자인 티토 푸엔테는 곡을 널리 세상에 알린 산타나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반야)
호세 펠리시아노(Jose Feliciano) - Che sara(1971, 산레모 가요제 입상곡)
보컬과 기타의 거장 호세 펠리시아노의 한국 애청곡은 'Gypsy', 'Once there was a love', 'Rain' 그리고 'Feliz navidad' 등 부지기수지만 우리가 팝으로 들어가던 방식인 번안의 측면에서는 'Che sara'가 선두에 선다. 트윈 폴리오, 히식스 등 톱스타들이 대거 그 대열에 참여했다. 이유는 칸초네의 메카로 리즈 시절이었던 1971년 산레모 가요제에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사랑했던 호세 펠리시아노가 참여해 노래한 핫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결과가 준우승이었으니 빠르게 국내 팬에게 전해졌을 수밖에. 아마도 도리스 데이의 '케세라 세라'와 제목이 유사한 탓에 곡 제목이 'Que sera', 혹은 'Que sara'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탈리아어 원제를 영어로 번안하면 '될 대로 되라'가 아니라 '어떻게 될까(What will be)'다. 떠나는 자의 불안감과 그리움을 반영하고 있다. 훗날 라틴 팝의 지정학적 원조라고 할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이탈리아 칸초네를 불렀지만, 이탈리아 역시 라틴이니 라틴 팝의 범주화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임진모)
모세다데스(Mocedades) - 'Eres tu' (1973, < Eres Tu > 수록)
이처럼 아름다운 연가(戀歌)는 흔치 않다. 1973년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출전해서 2위에 입상한 스페인 그룹 모세다데스의 'Eres tu'는 서정성과 웅장함을 소유한 러브송으로 영어 제목 'Touch the wind'라는 부제를 달고 다른 언어에 배타적인 미국의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올라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 'Eres tu'는 1978년에 쌍투스가 '그대 있는 곳까지'로 번안했고 모세다데스의 또 다른 노래 'Adios amor'는 여성 듀엣 현경과 영애가 '그리워라'로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풍스러운 'Eres tu'는 들을수록 아름답고,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해지는 마법 같은 노래다. (소승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 - Nathalie(1982, < Momentos > 수록)
'이집트 사타트 대통령보다도 이집트 유목민에게 더 유명한' 그는 '50-60대 여성의 감성을 일깨운다'는 평가와 함께 그는 1980년대 초반 다시 한 번 전가의 보도인 라틴 음악에 주술을 걸었다. 위력적 재무장으로 갑자기 음악 판은 마이클 잭슨의 미국 팝과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라틴 팝으로 양분되었다. 열풍 광풍이 아니었음에도 쌓여져가는 그의 무게감은 무서웠다. 그 시작이 국내에서는 조금 늦게 소개된 곡 'Hey'(1980)였다.
바로 이어 'Nathalie'가 전파를 휩쓸면서 '라틴 팝의 황제'라는 수식이 자연스러워졌다. 팝 차트에 부재한 인물이면서도 앨범들이 잇달아 라이선스 되었으며 이 곡이 수록된 < Momentos >도 당연히 국내 발매되었다. 이 노래 후 2년이 지나 훌리오는 'To all the girls I've loved before'로 마침내 비(非) 라틴, 글로벌 스타로 비상했다. 실크처럼 한없이 부드럽지만 더러 강한 톤을 유지하는 그의 보컬은 해리 벨라폰테 이후 아마도 여성들을 가장 안심하게 그리고 아늑하게 만드는 성적 매혹(sexy)의 진수였다. (임진모)
글로리아 에스테판 &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Gloria Estefan & Miami Sound Machine) - Conga (1985, < Primitive Love > 수록)
쿠바 이민자인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그의 남편 에밀리오 에스테판이 결성한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의 성공 신호탄이었던 'Conga'는 1986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10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들의 시그니처 송이 되었고 쿠바의 민속 악기이자 춤인 콩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흥겨운 혼 섹션과 격렬한 타악기로 비트를 한껏 끌어 올린 'Conga'는 흥겹고 낙천적인 라틴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1988년 5월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쇼에 참여해 우리에게 멈출 수 없는 남미 특유의 흥을 선사했다. (소승근)
마돈나(Madonna) - La isla bonita (1986, < True Blue > 수록)
“라틴 팝에 웬 마돈나?” 의아한 조합이라 생각했다면 곤란하다.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노래는 발표 이래 그를 상징하는 히트곡 중 하나로 널리 불려왔기 때문. 특히 국내의 라디오에서는 'Like a virgin' 이상으로 청취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발매 당시에도 물론 인기를 누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리퀘스트가 증가하며 애청곡이 된 특별한 케이스다. 스패니시 기타, 마라카스와 각종 퍼커션 등 장르의 색을 띠는 악기들과 생생한 선율이 듣는 이를 유혹하듯 끌어당긴다. 라틴 혈통이 아닌 가수가 부른 라틴 팝의 대표곡이자 마돈나의 살아있는 명곡. (정민재)
로스 로보스(Los Lobos) - 'La bamba' (1987, < La Bamba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 수록)
'La bamba'는 멕시코의 베라크루즈 지역에서 주로 연주되던 결혼식 노래를 리치 발렌스(Ritchie Valens)가 로큰롤 특유의 속도감을 더해 재탄생시킨 곡이다. 로큰롤의 선구자 중 하나인 발렌스의 'La Bamba'는 그와 버디 홀리(Buddy Holly)의 비행기 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군 입대,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의 스캔들 등 사건들로 비롯된 로큰롤 시대의 후퇴기를 대표하는 트랙 중 하나이다.
곡은 약 30년 후인 1987년 여름, 리치 발렌스의 짧은 생애를 다룬 영화 < La bamba >에 수록된 라틴 록 밴드 로스 로보스 버전으로 더욱 유명하다. 원곡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후반부에 멕시칸 기타 독주를 삽입함으로써 라틴 특유의 멋을 더한 로스 로보스의 'La bamba'는 3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 훌륭한 리메이크의 표본이 된다. 우리나라의 여러 CF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로 사용되었기에, 흥겨운 도입부만 들어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한 라틴 팝이다. (이택용)
존 세카다(Jon Secada) - If you go (1994, < Heart, Soul & a Voice > 수록)
라틴 디바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의 세션을 시작으로 라틴 팝에 입문했다. 이후 본격적인 데뷔를 하며 < Jon Secada >와 라틴어 앨범 < Otro Dia Mas Sin Verte >로 화려한 성공의 문을 열었다. 열기에 박차를 가하며 발매한 2집 < Heart, Soul & a Voice >도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특히 2집의 첫 싱글인 'If you go'는 미국을 넘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고음에서 뻗어 나오는 허스키한 목소리, 매끄러운 선율, 흥겨운 리듬이 삼박자를 이루며 단숨에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나는 리듬 속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그의 보컬은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그는 1990년대 라틴 팝의 정상에 서 있었다. 그것도 잠시 2000년을 들어서며 세카다는 리키 마틴을 필두로 한 젊은 음악가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비록 그가 돌풍의 주역은 아니었지만, 90년대의 라틴 팝 왕은 틀림없이 세카다였다. (임동엽)
비틀스(The Beatles) - Besame mucho (1995, < Anthology 1 > 수록)
멕시코 작곡가 '콘수엘로 벨라스케스(Consuelo Velasquez)'의 볼레로(라틴 댄스 음악의 한 장르) 곡으로 여러 아티스트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커버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곡인 스페인어 가사에서는 이별을 앞둔 연인의 감정을 격렬히 묘사하는 반면에 영어 가사에서는 달콤한 사랑의 언어를 되뇐다. 차차붐! 추임새와 함께 시작하는 비틀스의 베사메 무초에는 그들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빠른 템포의 연주 속에 녹아든 저돌적인 보컬은 사랑을 마주한 젊은이의 고뇌가 뒤섞여 보다 직설적이다. 그간의 부드럽고 고혹적인 수많은 판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함부르크 일대를 전전하며 무대에 오르던, 평균 연령 20대 초반의 신인의 셋 리스트에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라틴 팝은 빠지는 일이 없었다. (노태양)
셀레나(Selena) - I could fall in love (1995, < Dreaming Of You > 수록)
라틴 팝은 흥겹기만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부드럽게 타파하는 팝 발라드 트랙. 하지만 노랫말에서 드러난 열정과 간주에 삽입된 스페인어가 라틴의 향기를 퍼뜨린다. 그가 건넨 마지막 선물이란 사실이 이 곡을 더욱 의미 깊게 한다. 그는 1995년 3월 31일 총격으로 23세의 생애를 마감했다(이 앨범은 그 후인 6월 발매됐다). 당시 사회적 충격은 대단했다. 주지사는 그의 사망일을 '셀레나의 날'로 지정했고, 그의 생애는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 Selena >로 다시 스크린에서 재현됐다. 테하노 음악의 여왕이라 불리며 세상에 자신을 당당히 드러냈던 그. 미국에 뿌리내린 라틴계 이주민들의 긍지이자 희망이었다. (강민정)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 - Bailamos (1998, < Cosas del Amor > 수록)
많은 이들이 라틴 팝 하면 리키 마틴이나 샤키라로 비롯되는, 넘쳐 흐르는 정열을 떠올릴 테다. 그럼에도 필자가 칠레에 잠시 거주할 때 감지했던 라틴 팝의 주된 감성은 그런 무지막지한 활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바야흐로 지금은 빌보드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가 각각 'No me doy por vencido'와 'Llamado de emergencia'로, 월드와이드 EDM 스타가 된 핏불이 'I know you want me(calle 8)'로 스페인어권을 휩쓸던 2009년. 그 기저를 지배하던 것은, 여유를 바바리코트처럼 걸친 젠틀맨의 섹시한 몸짓이었다. 그 농염함의 정서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1999년 라틴 팝 열풍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엔리케 이글레시아스의 이 노래였다.
이미 같은 언어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그는, 리키 마틴이 앞서 일으킨 라틴 팝 붐의 물결을 타고 성공리에 미국 시장을 정복했다. 그 배후에 있던 것은 바로 윌 스미스. 1999년 그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영화 <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에 수록될 노래를 부탁했고, 그때 간택된 것이 < Cosas del Amor >(1998)에 수록되어 있던 이 끈적거리는 춤곡. 셰어의 'Believe'를 합작했던 폴 베리와 마크 테일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빌보드 1위 곡으로, 느긋한 비트 위를 타고 흐르는 플라멩코 기타, 숨소리 반 가창 반의 뇌쇄적인 보컬은 리키 마틴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궤적을 이국적으로 그려냈다. 그 감흥은 우리가 언제든지 음악을 통해 다시 느껴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그때 이후로 다신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그게 뭐냐고? 바로 코 옆에 있던 그의 큼지막한 점! (황선업)
루 베가(Lou Bega) - Mambo No. 5 (A Little Bit of...) (1999, < A Little Bit of Mambo > 수록)
1950년대 전 세계적으로 맘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페레즈 프라도(Perez Prado)의 원곡을 세련되게 각색한 곡이다. 독일 출신 아티스트 루 베가(Lou Bega)는 원곡에서 느껴지는 멕시코 본토의 쾌활함과 리듬감을 그대로 담아냄과 동시에 달짝지근한 멜로디로 노랫말을 가미하여 듣는 맛을 배가했다. 세기말, 더욱 풍성해진 브라스 사운드와 트렌디한 스크래치 전자음 구성으로 재탄생한 'Mambo No. 5 (A Little Bit of...)'는 다시금 전 지구를 강타하며 라틴 팝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현민형)
마크 앤서니(Marc Anthony) - You sang to me (1999, < Marc Anthony > 수록)
정열의 댄스 리듬만이 라틴 팝의 모든 것은 아니다.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마크 앤서니는 감미로운 스탠더드에 뜨거운 로맨스를 실어 새천년 라틴 팝 시대를 호령했다. 3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간 동명의 미국 데뷔작의 쌍두마차 두 싱글 덕이었는데, 젠틀한 댄스 트랙 'I need to know'가 먼저 이름을 알렸다면 애절한 R&B 'You sang to me'는 깊은 매력으로 '진지한 라틴 팝 스타'도 있음을 보여줬다. 영원한 줄 알았던 전처 제니퍼 로페즈를 향한 사랑의 목소리가 감미로운 어쿠스틱 기타와 후반부 아코디언 연주로 풍성하게 감싸진다. (김도헌)
산타나(Santana) - Maria maria (1999, < Supernatural > 수록)
라틴록 '지존' 산타나의 초히트곡! 둔탁한 힙합 톤 베이스를 시작으로 유려한 스패니쉬 기타가 잔잔하게 흐른다. 전체적으로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곡을 이끌어가는 세 주인공은 알앤비 그룹 프로덕트 지앤비(The Product G&B)의 애절한 보컬과 찰떡같은 랩, 라틴 속에 절묘하게 힙합을 녹여낸 푸지스(Fugees)의 와이클리프 진(Wyclef Jean)과 제리 듀플레시스(Jerry Duplessis)의 프로듀싱, 그리고 훅 찌르고 들어오는 산타나의 관능적인 일렉 기타다. 중남미와 이스트 코스트가 한데 뒤섞이며 뿜어내는 마성의 매력에 그래미는 베스트 보컬 듀오&그룹 퍼포먼스를 바쳤고, < Supernatural >은 주요 부분을 포함해 8개의 그래미 트로피와 거의 모든 차트 정상을 휩쓸며 '옛날 사람'으로 저물어가던 산타나를 단번에 팝의 중심에 우뚝 세웠다. 시간을 뛰어넘는 곡의 흡인력은 오늘날 디제이 칼리드의 재해석판 'Wild thought'의 히트가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조해람)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 Let's get loud (1999, < On the 6 > 수록)
1990년대 후반에 등장했던 라틴계 섹시 스타가 여전히 우리 안의 관능을 일깨우고 있다. 많은 이들의 첫 향수가 되었을 스테디셀러 '글로우 바이 제이로(JLO)', 여기서 제이로가 바로 'If you had me', 'No me ames' 등으로 메가 히트를 냈던 가수 제니퍼 로페즈를 뜻한다. 다만 그가 선보였던 음악은 은은한 비누 향과는 거리가 먼 열정의 라틴 팝. 특히 'Let's get loud'는 삼바 리듬의 빵빵한 브라스와 더불어 제목인 “Let's get loud”를 반복하는 확실한 훅이 인상적인 댄스곡이다. 1999년 발매 당시 리키 마틴의 'Livin' la vida loca'와 함께 국내 팬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한동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댄스 신고식' 비지엠으로 애용하기도 했다. (홍은솔)
리키 마틴(Ricky Martin) - She bangs (2000, < Sound Loaded > 수록)
1999년 그의 거대 싱글 'Livin' la vida loca'는 빌보드 싱글 차트 5주 연속 1위를 거며 쥐며 라틴 팝을 대중 음악의 트렌드로 건져 올렸다. 잘생긴 외모와 섹시한 춤사위, 여기에 진입장벽을 낮춰 친절히 적은 영어 가사에 전 세계는 뜨겁게 끓어올랐다. 'She bangs'는 그 인기요소를 그대로 조합한 곡이다. 정열적인 라틴선율에 '그녀에게 빠졌음'을 에로틱하게 표현한 가사는 세상을 향한 그의 세일즈 포인트였다. 비록 전작에 비견해 큰 성공을 얻진 못했지만 '라틴 팝의 황제'란 타이틀을 이어가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싱글이다. (박수진)
샤키라(Shakira) - Whenever, wherever (2001, < Laundry Service > 수록)
국내에서는 < 주토피아 >의 인기 가수 '가젤'이 부른 'Try everything'으로 친숙한 뮤지션이지만, 그가 지닌 고유의 매력은 바로 이 곡에 담겨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경쾌한 라틴 리듬에 록적 요소를 가미한 첫 번째 영어 싱글 'Whenever, wherever'는 스페인어 버전인 'Suerte'와 함께 음반에 수록됐다. 노래는 20여 개국 이상의 음악 차트 정상을 가볍게 휩쓸며 세상 곳곳에 이름 세 글자를 알린 고마운 존재로 등극한다. 탄탄한 음악성과 듣는 이를 매혹하는 비음은 뮤직비디오 속 농염한 벨리 댄스와 어우러져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언제, 어디서 듣더라도 그곳을 흥겨운 무대로 만들어버리는 진정한 라틴 팝의 여왕! (정효범)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