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카인드』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문화 잡지다. 2014년 호주에서 창간되어 현재 27개국 독자들이 보고 있고, 한국판은 이제 막 출발을 알렸다. 잡지를 보고 많은 분들이 지지와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다. 잡지에 실린 일러스트나 사진 작품이 워낙 매력적이니 이 부분에 감탄해주시는 분이 많았고, 그 밖에 “고급스럽다” “밀도가 거의 에스프레소!” “디자인 좋다” “오랜만에 잡지를 읽고 보는 기쁨을 누린다” 등 힘이 나는 얘기들이었다. 동시에 한편으로 노파심에서 나온 목소리도 있었다.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좁혀보면 “광고가 없으면 잡지 어떻게 만들어요?” “근데 잡지는 왜 내게 된 거예요?” 아닐까 싶다.
『우먼카인드』에는 광고가 없다. 내용상의 정체성, 즉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잡지”라고 『우먼카인드』를 소개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대표적 특징이 “광고가 없다”는 것이다. 광고를 싣지 않는 건 하나의 신념이고 결단이다. 이 잡지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시그널 같은 것이다. 광고가 없으니 매호 주제에 어울리는 편집과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잡지의 ‘짱짱한 밀도’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광고 없는 자리는 작가, 사상가들의 잠언과 멋진 일러스트 작품이 대신한다. 허투루 넘길 페이지가 하나도 없다.
이 잡지가 담고 있는 깊이 있는 생각과 예술성 높은 편집 구성에 반했다고 해서 덜컥 한국판을 낼 수는 없는 문제였다. 당연히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잡지란 단행본과는 다른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창간호가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결국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생각이 심플해져야 하는 법. 왜 이 잡지를 내게 됐느냐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먼카인드』는 여성의 자아, 정체성 그리고 동시대 세계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문학, 철학, 역사, 심리학 등에서 논의되는 생각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선보인다. 그런 토대 위에서 더 나은 삶, 충만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해법을 구한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 해서 무조건 여성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히고 싶다는 갈증이 있는 독자들은 공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나 또한 그런 갈증이 있는 독자로서 이 잡지를 봤을 때 감동하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먼카인드』는 매호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고 그와는 별개로 하나의 나라를 선정하여 그 나라의 작가와 예술가,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전 지구적 연대라는 관점에서 전달하기 위해서다. 창간호에서는 터키가 소개되었는데, 거기에 마흔다섯 살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감명하여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결국 연극연출가가 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후에 그녀는 축구선수 호날두가 출연한 TV 광고를 연출하기까지 한다. 현재 예순 살인 이 씩씩한 여성이 살아온 삶의 극히 단편적인 이야기가 지금 여기 한국에 사는 나에게는 뭔가 실체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누군가의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 나는 이런 순간에도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커뮤니티의 존속은 우정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다. 『우먼카인드』가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러니 기꺼이 우정과 연대를 보여주시면 좋겠다. 독자이지만 『우먼카인드』 편집부와 이 잡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을 느끼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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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 womankind 편집부 저 | 바다출판사
시공간적 경계 및 제약 없이 동시대 여성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매호 삶의 의미와 밀접한 주제를 정하고 이와는 독립적으로 하나의 나라를 선정하여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그 나라의 예술가, 작가,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주요하게 다룬다.
나희영(우먼카인드 편집장, 바다출판사 편집자)
책을 만들고, 이제 막 잡지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좋은날
2017.12.20
하루2분 프로젝트 참 좋았어요.
이런 잡지 더 출판해주세요!